너무 무덥고 너무 추운 한국 기후…잔디 생육에 절대적으로 불리
지면 7.2m 아래 반지하 문수경기장은 채광·환기·열기 등 환경 열악
전문가 "통기성 높이고 1조원대 투자로 개폐식·가변식 구장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K리그 그라운드 관리 심포지엄에 잔디 전문가가 모여 국내 축구경기장 잔디 관리 실태를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 대강당에서 K리그 그라운드 관리 심포지엄을 열었다.
연맹은 여름철 이상고온, 장마 등 K리그 경기장 잔디 피해에 따른 그라운드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기획했다.
그간 K리그 경기와 국제 경기를 치를 때마다 각 구장 그라운드 잔디 상태가 문제로 지적됐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그라운드 상황 때문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4차전 홈 경기는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변경됐다.
K리그1 광주FC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경기를 홈인 광주축구전용구장이 아닌 용인에서, 울산 HD도 문수축구전용경기장이 아닌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치렀다.
심상렬 청주대 환경조경학과 교수가 심포지엄 진행을 맡은 가운데 김재후 울산시설관리공단 차장과 최규영 천안시설관리공단 반장은 각각 울산의 홈인 문수축구전용경기장과 천안시티FC가 쓰는 천안종합운동장의 잔디 관리 실태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재후 차장은 지면보다 7.2m 아래에 위치한 문수축구전용경기장의 반지하 구조 때문에 그라운드에 상시 그늘 지역이 생기며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경기장 건축물이 낮에 머금은 열을 밤에 계속 뿜어내기 때문에 잔디 생육에 어려움을 겪고, 여러 행사 등으로 선수 외 인원이 불필요하게 잔디에 출입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답압'(밟는 힘) 영향이 크다고 했다.
최규영 반장이 속한 천안시설관리공단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그린 스타디움상'을 받은 천안종합운동장 그라운드를 담당한다.
최 반장은 "연간 관리 일정을 짜고 그라운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려고 한다"며 "에어레이션(통기)을 위해 기존 12㎝보다 더 깊이 박히는 27㎝짜리 코어핀과 40㎝짜리 통핀을 사용하고, 하절기엔 코어 간격을 2.5㎝로 유지해 기존 10㎝ 간격보다 통기성을 4배 높이고자 한다"고 고품질 잔디를 유지한 비결을 설명했다.
김경남 삼육대 환경디자인원예학과 교수는 국내 경기장 토양 환경과 잔디 품질 이론을 설명하며 양질의 잔디를 위해선 적절한 지반과 식재를 선택하고 시공 뒤엔 과학적인 잔디 관리 프로그램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주현 이앤엘 잔디연구소장은 국외 구장 사례를 소개하며 잔디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안했다.
류 소장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구단의 홈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지붕 개폐형·가변식 필드·생육 환경 조절 시스템 등 최첨단 시스템과 토트넘(잉글랜드) 홋스퍼 스타디움의 잔디 분할 관리 시스템 등을 소개했다.
우리나라에 경기장을 두고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유럽·일본보다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워서 잔디 생육엔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다. 외국 전문가가 와도 절대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국외 기후 조건과 비교했다.
그러면서 "축구용 잔디 관리 교육 시스템을 보완하고 변화하는 기후에 맞도록 잔디 품질을 향상해야 한다. 지자체·구단·관리업체 등 관리 주체 간 의견 조율도 중요하다"며 "1조원대의 과감한 투자로 지붕 개폐식 구장이나 가변식 구장 등을 건설한다면 경기력 향상과 축구 산업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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