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7번)이 20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끝난 팔레스타인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원정 6차전에서 동점골을 터트린 뒤 어시스트를 해준 이재성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0-1로 뒤진 전반 16분 축구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번뜩였다. 왼쪽 측면에서 전달된 볼을 받은 이재성(마인츠)과 짧은 패스를 주고받은 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반대편 골문으로 절묘한 오른발 슛을 해 골망을 출렁였다. ‘홍명보호’ 출항 이후 첫 선제 실점으로 잠시나마 패배 위기에 몰렸던 한국축구가 한숨 돌린 순간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끝난 팔레스타인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6차전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겼다. 5연승에는 실패했으나, 6경기 연속 무패(4승2무·승점 14)로 B조 선두를 지켰다.
쿠웨이트 원정 5차전에서도 페널티킥 골로 3-1 승리에 일조했던 손흥민은 A매치 2경기 연속골과 함께 A매치 통산 51호 골을 달성했다.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50골)을 넘어 남자축구 A매치 최다득점 단독 2위다. 1위는 58골의 차범근 전 감독인데, 국제축구연맹(FIFA) 인증 기록은 55골이다.
아울러 손흥민은 올해 A매치 13경기에서 10골을 터트려 개인 한 해 A매치 최다골에도 성공했다. 허벅지 부상 여파로 요르단(2-0 승)~이라크(3-2 승)와 10월 2연전을 건너뛰었음에도 대표팀에 복귀하자마자 2경기 연속골로 ‘월드클래스’다운 위용을 과시했다.
이날 손흥민의 골이 더욱 값졌던 것은 동갑내기 친구 이재성의 도움 때문이다. 공격 2선의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이재성은 화려하진 않아도 ‘꼭 필요할 때’, ‘있어야 할 곳에’ 항상 등장하는 ‘언성 히어로’다.
특히 손흥민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10월 2연전에선 연속골을 터트리며 연승행진을 이끌었다. A매치 94경기에서 13골을 기록 중인 이재성은 지금의 페이스라면 내년 상반기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손흥민과 이재성은 대표팀의 기둥이자 최고 베테랑에 속한다. 스트라이커 주민규(1990년생)~골키퍼 조현우(1991년생·이상 울산 HD)에 이은 연령대다.
한때 한국축구에는 1992년생 선수들이 유난히 많았고, 실력으로나 경험으로나 이들이 대표팀의 중심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 대표팀을 떠났다.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공격수 황의조(알란야스포르), 중국에서 승부조작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산 중앙미드필더 손준호(무적)다.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둘의 대표팀 복귀는 불가능하다.
다행히 ‘늘 푸른 소나무’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1992년생 콤비는 앞으로도 변함없는 활약을 예고했다. 팔레스타인전을 마친 뒤 손흥민은 “여러 기록보다 많은 경기를 뛸 수 있어 영광스럽다. 올해 2% 부족한 모습을 보였는데, 언젠가 100% 만족하는 자리에서 은퇴하길 바란다”고 말했고, 이재성은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헌신하고 희생하는 대표팀이 어느 정도 기쁨을 드릴 수 있었다”며 더욱 강해질 2025년을 기약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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