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디지털헬스 특례 상장' 라이프시맨틱스, 우주항공업 '전환'?

'1호 디지털헬스 특례 상장' 라이프시맨틱스, 우주항공업 '전환'?

뉴스웨이 2024-11-20 15:34:30 신고

그래픽=이찬희 기자
국내 1호 디지털헬스케어 기술특례 상장사인 '라이프시맨틱스'가 경영권 매각된 후 헬스 본업이 아닌 우주항공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디지털의료기기(DTx)와 의료AI 분야 등 특례 상장 목적과 상관 없는 '우주항공'에 새 주인이 사업을 집중하는 듯한 모습에 '기술특례 상장'의 헛점을 노린 '우회상장'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라이프시맨틱스 실적 부진 지속, 관리종목 위기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라이프시맨틱스는 디지털 헬스 기술 플랫폼,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솔루션, 디지털 의료기기(DTx) 등의 미래비전을 앞세워 2021년 코스닥 시장에 특례 상장 했다. 당시 국내 1호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기술특례 상장사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으나 매년 적자가 누적되며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창업자 회사 떠나고 새 주인 신사업 집중


지속되는 실적 부진과 이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위기가 계속되며 결국 올해 7월 창업자인 송승재 대표가 회사를 떠났다. 9월에는 최대주주가 우주·항공 부품 납품 업체인 스피어코리아로 바뀌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매각하게 됐다.

스피어코리아는 지난 2022년 설립된 우주·항공용 소재 전문 기업으로 주요 사업은 1차 금속제품 도매업이다. 특히 우주·항공 분야에서 사용되는 특수 합금 소재의 개발 및 판매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 스피어US라는 미국 법인을 통해 미국의 유명 민간 우주항공업체(S모 회사)의 1차 벤더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라이프시맨틱스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된 최광수 대표는 스피어코리아 대표를 겸임 중이다. 스피어코리아는 최광수 대표가 80%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으로 최광수 대표→스피어코리아→라이프시맨틱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다.

최광수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적인 검토를 거쳐 라이프시맨틱스와 스피어코리아의 합병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고, 합병이 완료되면 사명 변경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라이프시맨틱스가 우주·항공 유통센터를 짓게되면 기존 스피어코리아가 취급하는 원자재뿐만 아니라 다른 원자재 품목들도 수주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라이프시맨틱스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 하반기에는 적자탈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 자리에서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적자가 이어지면 주 사업이 우주·항공 유통으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주항공 유통 사업 진출은 라이프시맨틱스 자회사를 통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른 인력 유출도 가속화되며 본업과 신사업 간 손바뀜이 일어나는 중이다.

회사에 따르면 라이프시맨틱스는 지난 9월 데이터 기반 세일즈·마케팅 자회사 라이프브릿지의 사명을 스피어스페셜알로이즈로 변경하고 우주선·위성, 항공기 부품에 필요한 특수합금 소재 개발·제조 등 사업 목적을 추가했다.

현재 스피어스페셜알로이즈는 미국 글로벌 우주항공 업체와 협력해 우주항공 복합물류센터(Space Distribution Center)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양한 우주발사체용 특수합금 원자재·소재의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고 물류 시스템을 마련해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시점에 신속한 납품을 실현할 계획이다. 커스터마이징 설비와 고품질 초음파 테스트 설비를 새롭게 도입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주항공 산업은 사업 다각화와 더불어 기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외 특수합금 소재 업체들과 협력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프브릿지는 본래 사업 다각화를 위해 설립된 자회사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기반으로 보험, 상조, 여행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유통하는 동시에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 기반 세일즈·마케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올 3분기 기준 매출은 7억6000만원으로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다.

자회사를 시작으로 주 영위 사업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인력 유출도 심화되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직원 등의 현황에 관한 사항은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라 분기보고서에서 기재를 생략하고 있지만, 퇴직급여를 통해 대략적인 추이는 유추할 수 있다. 3분기 말 기준 누적 퇴직급여는 3억6200만원으로 전년 동기(1억300만원) 대비 152.7% 늘었다. 특히 창업자 이탈과 대주주 교체가 현실화 된 3분기에만 퇴직급여로 1억2437만원이 지출되며 전년동기대비 580%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회상장 의혹 증폭


합병 추진 계획 등이 알려지며 업계 일각에서는 우회상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명 변경, 주력사업 변경 가능성 언급, 자회사 신사업 추진 등 모든 행보가 스피어코리아와의 합병과 우주항공 산업으로의 무게 중심 이동을 암시하고 있어서다. 실질적으로 라이프시맨틱스는 상장사라는 틀만 빌려주고 스피어코리아가 우회상장 하는 경로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최 대표의 과거 행적에 따른 의문도 포함됐다. 최 대표는 지난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엑소좀 전문 바이오 기업 아크솔루션스(舊 프로스테믹스, 스피어파워)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다. 재직 당시 사명을 바꾸고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 사업을 매각한 뒤 철강·특수합금 신사업 진출을 선언했지만, 대표에서 사임한 지금까지도 회사에서 철강 관련 매출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아직 신사업 경영 성과를 보인 적이 없다는 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와 우주항공 유통이라는 이질적인 두 사업을 한 회사 내에 공존 시킬 역량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신사업 추진 계획에 대해서도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라이프시맨틱스는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힘을 쓰지 못하며 3분기 말 기준 남은 현금성 자산이 5억원에 불과하다. 결손금은 524억원이 쌓였다. 신사업 추진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외부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발행 예정 주식 총수를 5000만주에서 5억주로 변경하는가 하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도 1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최근 시총 대비 5~6배 수준으로 대폭 늘렸다. 지난 7월 200억원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지만, 납입일이 계속해서 연기되며 시장의 불안함을 증폭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이프시맨틱스의 200억원 규모 3회차 전환사채(CB) 납입일은 본래 지난 9월 20일이었다. 이후 납입일이 이번 달 15일로 밀렸지만, 다시 오는 29일로 미뤄졌다. 당초 스피어코리아 측에서 투자 유치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던 것에 비해 절차가 지지부진하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CB 발행이 이뤄지더라도 신사업 성과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납입 완료 후 신사업 성과가 구체화되지 못하면 1년 뒤 조기 상환 부담이 커지며 회사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스피어코리아 관계자는 "라이프시맨틱스의 우수 의료 AI 기술을 토대로 미국 시장의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라이프시맨틱스가 보유한 의료 AI 솔루션의 국내 상용화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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