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우크라이나가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결국 러시아 본토 타격을 감행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해 우크라이나도 핵공격 대상으로 포함하기로 하면서 1000일을 돌파한 러-우 전쟁이 핵전쟁으로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 전쟁 후 처음으로 러 본토에 미사일 발사.. 전쟁 새 국면으로
우크라이나군은 19일 오전 3시경 접경지 브랸스크주에 에이태큼스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
이에 러시아군은 방공시스템을 통해 6발 중 5발을 격추했으며 나머지 1발에도 손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성공적 공습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미사일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전쟁 양상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에 자국 영토의 20%를 빼앗긴 우크라이나는 열세 극복을 위해 지난 수개월 간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왔으나 미국은 확전 우려 때문에 이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지난 17일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승인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종전 협상에 나설 경우 현 영토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러시아의 승리를 막기 위해 서둘러 승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 대한 나토 회원국의 미사일 공격은 나토의 직접 개입이라고 주장해왔던 만큼 이날 에이태큼스 발사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나아가 미국이 지원한 에이태큼스로 인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에서 사상자가 나온다면 북한이 폭주할 가능성도 있다.
러, 핵교리 개정 "핵보유국 지원받은 우크라이나에 핵 사용 가능"
러시아는 당장 이날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핵 교리를 발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9일 개정된 핵억지 분야 국가정책의 기초(핵 교리)를 승인하는 대통령령(러시아연방의 핵억제 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에 서명했다. 개정 핵 교리는 이날부터 발효된다.
이번 개정안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러시아는 또 주권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 러시아 영토에 대한 적의 항공기·미사일의 대량 발사, 동맹인 벨라루스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면 핵 대응을 고려할 권리를 명시했다.
이는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동맹의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은 동맹 국가가 러시아를 침략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주요 시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대량살상무기로 보복 공격을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경고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비핵 미사일을 사용하면 핵 대응이 뒤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美 "핵태세 불변.. 러시아 안보에 도움 안돼"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절제된 반응을 내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크렘린궁의 발언에 '불행히도' 놀라지 않는다"면서 "러시아의 무책임하고 호전적인 표현은 러시아의 안보를 개선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자체 핵 태세를 조정할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다"며 "러시아에 호전적이고 무책임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발표를 비난하는 한편, 러시아의 핵 태세에는 변화가 없으며 따라서 미국의 경계 수준도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NYT는 NSC 성명에 깔린 기조에 대해 "(러시아의 새 핵 교리는) 말뿐이고, 푸틴이 핵을 사용하겠다는 위협에 새로운 근거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라는 것"이라며 "푸틴이 핵을 쉽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약 조건들에는 변화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측, 장거리 미사일 허용 바이든 맹비난 "3차 대전 일으키려해"
한편, 트럼프 당선인 측은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장거리 미사일 사용 승인 결정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17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내 아버지가 평화를 이루고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에 군산복합체가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 같다"며 바이든 정부를 겨냥했다.
공화당의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18일 "조 바이든은 퇴임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가함으로써 위험하게도 3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차기 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유력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것은 에스컬레이션 사다리의 또 다른 단계이며, 이것이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대사이자 전 국가정보국(DIA) 국장 대행 역시 X에 "아무도 바이든 대통령이 정권 교체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마치 그가 완전히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은 미사일 사용 허가를 "탄핵 가능한 범죄"라며 "바이든은 모든 미국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헌적인 전쟁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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