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페루·브라질 순방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페루 리마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각각 열린 이번 APEC·G20 다자외교 무대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비판하고 국제사회의 공조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안보·경제 정책을 중심으로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 협력 제도화를 더욱 체계적으로 다졌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년 만에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소통의 자리를 마련, 경색된 한중관계에 새로운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구 반대편 남미서 러북 압박 동참 호소…트럼프 시대 대비 분주
윤 대통령은 APEC과 G20 정상회의 무대에서 러북 군사협력에 대해 국제질서와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하며 회원국들이 힘을 결집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일관되게 요청했다.
러북 군사협력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만큼 역내 당사자가 아닌 국가들도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연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는 제안이었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러북 문제 대응이 한미동맹, 한미일 삼각 협력과 서방 우방국들과의 공조에 쏠려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다면 임기 후반기를 맞아 국제사회가 연대해 이 문제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히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다.
대통령실은 "러북 군사협력은 규범 기반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규범 기반 질서 수호를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2년만에 한중정상회담 개최...러북 밀착과 트럼프 2기 출범에 대비한 포석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서 한중정상회담이 성사된 것도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페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년 만에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의 도발과 러북 군사협력에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18일에는 브라질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게 미국과 중국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주석과 직접 소통해 그동안 껄끄러웠던 한중 관계를 본격적으로 해빙무드로 전환시키는 한편 러북 밀착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라는 국제정세 변화에 대응해서 우리의 국익을 위해 중국의 역할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행보가 외교 기조의 수정은 아니라고 했지만, 임기 전반기 동안 다져놓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 협력을 발판으로 후반기에는 한중 관계 개선으로 외교의 무게추를 옮김으로써 트럼프발 자국이기주의 정책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번 다자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의, 한미·한일 정상회의도 가졌다. 곧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은 윤 대통령이 제안한 상시 협력 사무국 설치에 합의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한미일 3국 협력의 제도화를 굳건히 다지고, 새롭게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은 트럼프 시대에 대비해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경우에도 윤 대통령은 우리 국익을 좌표로 삼아 한미·한중 관계를 풀어나갈 것이라는 외교원칙을 미리 선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개도국 격차 완화, 식량문제, 기후위기 논의 주도…방산 세일즈 외교도
윤 대통령은 이번 APEC과 G20에서 계층 간 격차 완화, 식량 문제, 기후 위기 논의에 주도적 목소리를 내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책임 외교도 펼쳤다.
윤 대통령은 두 다자회의에서 지속가능성과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개발이 필수적이며, 최빈국에서 주요 경제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개도국 지원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정부의 무탄소 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환기하고, 내년 한국 APEC을 계기로 정부와 국제기구, 에너지 수요·공급 기업이 참여하는 'CFE 서밋'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이 G20에서 제안한 무탄소 에너지, 플라스틱 감축 노력, 포용·안전·혁신에 입각한 인공지능 사용, 재정건전성 등 주요 주제는 공동선언문에 반영되기도 했다.
G20서 기후취약국 지원 약속…"녹색 사다리 되겠다"
윤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후위기 극복과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기후 취약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참석한 제3세션은 '지속가능한 개발 및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열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청정에너지 전환은 필수 과제이나, 이를 위한 부담은 신흥경제국과 개도국들에게 과중하다"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은 무탄소에너지 인증체계를 개발해 나가면서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에너지 전환 격차 해소를 위해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더욱 확산시킬 예정"이라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CFE 이니셔티브는 지난해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윤 대통령이 최초로 제안했으며, 우리 정부는 지난달 청정에너지 장관회의에서 'CFE 글로벌 작업반'을 출범시켜 CFE 이행 기준과 활용 방안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기후 취약국들을 위한 '녹색 사다리'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지난해 인도 뉴델리 G20 정상회의에서 공약한 '녹색기후기금'(GCF) 3억 달러의 추가 지원을 올해부터 이행중"이라면서 "올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공약한, 기후변화 피해를 지원하는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 7백만 달러의 신규 출연 계획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플라스틱 오염 감축에 대한 노력도 반드시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디"면서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성얀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의 성공적 타결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페루 브라질 순방... 외교지평과 실질협력을 중남미로 확대 평가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무엇보다 우리 외교 지평과 실질 협력을 중남미 대륙으로 확대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페루 공식 방문에서는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방산 분야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베트남, 브루나이, 캐나다, 영국, 남아공 정상들과도 별도 정상회담을 하고 방산 분야를 중심으로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G20 정상회의 3년 연속 참석을 통해 글로벌 과제 대응과 규범 기반 국제질서 강화 노력에 대한 기여를 지속했고, 최빈국에서 주요 경제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발전 경험을 토대로 기아와 빈곤 퇴치 관련 정책 제안 및 공약 발표한 것은 국제사회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MIKTA 정상회동에 3년 연속 참석함으로써, 다자주의 강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MIKTA 주요 회원국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역내 핵심 국가들과의 실질협력을 강화했다는 것도 의미있는 성과다.
G20 및 MIKTA 주요 회원국들과의 회담을 통해 글로벌 사우스와 중견국을 아우르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네트워크를 공고화한 것 역시 이번 남미방문의 성과로 꼽힌다.
무엇보다 G20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 및 국제기구들이 참여하는 가운데(21개 회원국, 17개 초청국, 15개 국제기구), 러북 불법 군사협력 중단 및 규범 기반 국제질서의 수호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한 것이 최대 성과라는 게 대통령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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