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롤스로이스’ 인도 돌진 20대 징역 10년 확정…뺑소니 무죄

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상태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남성 신모씨가 지난해 8월 18일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후 차를 몰다 행인을 치고 달아난 일명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가 징역 10년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는 2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신모(2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해 8월 2일 신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행인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씨는 사고 직후 운전석에 2분가량 머물다 하차한 뒤 압구정역 방향으로 걸어가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성형외과에 재방문했고 3분 뒤 사고 현장에 돌아오면서 경찰에 붙잡혔다.

뇌사에 빠진 피해자는 약 4개월 뒤에 끝내 숨졌다. 이에 검찰은 신씨의 혐의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에서 ‘도주치사’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범행 당일 신씨는 성형외과에서 피부과 시술을 빙자해 향정신성 의약품을 두 차례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신씨에게서 케타민 등 7종의 향정신성 의약품 성분이 검출됐다.

당시 피해자 구호 조치 없이 신씨가 도주하는 듯한 CC(폐쇄회로)TV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재판 과정에서 신씨는 자신이 다니는 병원에 피해자 구조를 요청하고자 현장을 벗어났다는 취지로 도주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신씨가 병원 측과 약물 투약 관련 말 맞추기를 시도하기 위해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신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늘고 있는 향정신성 약물 투약으로 무고한 사람이 희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실히 보였다며 이 같은 형량을 결정했다.

1심과 달리 2심은 형량이 절반으로 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일명 ‘뺑소니’인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 이탈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약기운에 취해 차량 안에 둔 휴대전화를 찾으려고 잠시 사고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봤으며, 이후 현장으로 돌아와 사고 차량의 운전을 인정하는 등의 행동을 봤을 때 도주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2심 재판부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해 상고를 기각했다.

이와 별개로 신씨는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4개 의원에서 총 57회에 걸쳐 이른바 ‘병원쇼핑’ 방식으로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를 상습 투약하고 그 과정에서 타인 명의를 도용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신씨 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