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김형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이한준)는 국내 최대의 부동산 공기업으로 손꼽히지만 과거 임직원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땅 투기, 이른바 ‘순살 아파트’ 사태로 드러난 부실시공, 건축·감리사 전관예우 등 극복과제가 산더미다. 무엇보다 이로 인해 실추된 국민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도 LH에 주어진 중대 과업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공기업 가운데 주택 공급량으로는 최대 지분을 보유한 LH를 향한 국민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정부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서민형 주택공급 일선에서 꾸준한 실적을 냈던 LH다. 그러나 2021년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임직원의 음성적 부동산 투기를 시작으로 순살 아파트 사고, 건설업계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LH 출신 전관예우까지 논란이 잇따르면서 점차 그 위상이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분이 쏟아졌던 광명·시흥 신도시 부동산 투기는 LH에게 치명상이 됐다는 평가다. LH 인천본부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 시흥 과림동 일대 약 1520평 규모의 토지를 공동매입해 집단 투기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LH에겐 사실상 주홍글씨가 됐다. 그에 앞서 2017년 같은 맥락으로 LH 전 직원들이 경기 광명 일대 5000여평의 부지를 사들여 유죄를 선고받은 일 또한 LH에겐 뼈아픈 기억이다. 나아가 LH 직원들과 그 가족, 지인들이 부동산 법인을 만들어 땅 투기를 공모한 정황도 꾸준히 거론되는 부정 사례다.
LH는 인천 검단신도시 내 ‘순살 아파트’ 사태로 밝혀진 부실시공, 전관예우 논란으로도 몸살을 앓아야 했다. 실제 감사원이 LH 출신 전관에 대한 건설업계 특혜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무량판 구조로 설계된 102개 공공주택지구 가운데 23개 지구에서 핵심 보강재인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남겼다.
전관예우의 경우 이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LH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지난 10일 국감에서 여야 국토위원들은 LH의 ‘전관 카르텔 혁파’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순살 아파트 사태에서 문제시된 설계·감리업체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채 식기도 전에 최근 LH가 매입 주택을 임대물량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전관예우 정황이 또다시 포착된 것이다.
당시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H 매입임대주택 사업의 경우 위탁업체가 관리를 도맡는데, 3년 단위로 진행되는 용역계약의 80%(1009억 원 규모)를 2개 업체가 싹쓸이했다고 짚었다. 이들 업체에는 과거 매입임대 사업을 담당했던 임원급 등 LH 출신 12명이 재직 중인 것으로 파악돼 전관예우 폐습의 심각성을 더했다.
이에 이한준 LH 사장도 진땀을 빼야 했다. 이 의원이 전관예우 문제를 집중 추궁하자 이 사장은 “건설·인허가 쪽 전관에 관심을 가지느라 여기(매입임대주택 사업)까지 있는 줄 몰랐는데 저도 굉장히 놀랐다”며 “확실하게 정리하겠다”고 했다.
LH 관계자도 <소비자경제> 에 “현재 전관예우와 관련해서는 전방위적으로 엄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다만 국정감사에서 언급됐듯 업계 내 다수 업체에 포진해 있는 전관들을 색출해내는 작업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전관예우와 관련) 미비했던 부분들은 반드시 보완해서 이와 같은 부정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소비자경제>
이에 LH는 현재 각종 비리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 개선에 전력을 쏟는 모양새다. 전·현 직원 땅 투기 논란 직후 인력 축소를 골자로 한 대대적 조직개편을 이어가는 한편, 보급형·청년 주택 공급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주택공급 부문에서는 이달 3100여 세대에 달하는 신혼(신생아)·청년 매입임대주택 청약 접수를 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공급확대 기조와 맞물려 수도권 주택수급 불안을 해소할 LH의 승부수이기도 하다.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이한준 사장으로선 이를 토대로 LH의 공기관 경영평가 등급을 끌어올리는 것도 역점 과제다. LH 경영평가 등급은 2023년도 기준 C등급이다.
다만 직원 부동산 투기 논란 직후 대규모 인력 감축에 들어간 탓에 예년 대비 직원 수가 500명 수준 줄어 주택공급 프로젝트나 비리 혁파를 위한 인력 풀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업 내 비리 척결과 주력사업 전개를 위해서는 현 인적 자원의 효율성을 대폭 높이는 것밖에 답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또한 이 사장의 딜레마다.
LH 관계자는 “매입임대 사업을 위한 TF(태스크 포스)를 가동하고 있고,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결론”이라며 “다만 그에 따른 현 직원들의 피로도도 쌓이고 있어 인력 보강은 불가피하다. 현재 정부와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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