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은 사고로 뇌가 손상돼 10분마다 기억을 잃는 선행성 기억상실증 환자다. 단 10분의 기억을 가진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과 온전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대화는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는 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에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는 사회적으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뇌과학자 셰인 오마라의 신간 '대화하는 뇌'(어크로스)는 "사람은 대화를 통해 기억과 현실을 재구성한다"고 말한다. 자신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현실을 일치하기 위해선 각자가 가진 기억의 조율이 필요하고, 이는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저자는 대화를 '자신과 상대방의 기억과 언어를 지원하는 뇌 시스템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이라고 정의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뇌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대화가 없다면, 각자가 가진 기억과 언어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화가 사람 간 기억의 공유'라는 개념은 '대화가 사회 구성을 촉진한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사회가 구성되려면 서로 다른 개인을 하나로 묶어줄 공통의 기억과 현실이 있어야 하는데, 대화가 이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화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집단 정체성을 갖지 못할 것이고, 결국 사회도 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대화가 사회 구성의 촉진제 역할을 넘어 '국가주의'라는 집단 정체성 형성에도 기여한다고 강변한다. 대화를 통해 '이게 우리나라다'라는 국가주의 의식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게 된다고 말한다.
안진이 옮김. 324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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