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노리는 삼성]①아쉬움 남긴 10조원 자사주 매입

[반전 노리는 삼성]①아쉬움 남긴 10조원 자사주 매입

데일리임팩트 2024-11-20 06:50:00 신고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딜사이트경제TV 황재희 기자] 삼성전자의 10조원 자사주 매입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시장은 반응을 했고 4만원대까지 밀렸던 삼성전자 주가는 19일 종가 기준 5만6300원으로 5만원대로 복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주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주가 상승세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선 단기 처방이 아닌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위한 근원적 대책 마련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사주 매입의 가장 큰 수혜자는 소액 투자자들이 아닌 상속세 절감이 간절한 삼성 오너 일가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10조원 중 3조만 우선 매입 결정

삼성전자 주식은 지난 15일 자사주 매입 발표 후 18일 종가 기준 5만6700원에 장을 마감하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결정은 지난 14일 주가가 4년5개월만에 4만9900원으로 추락한 다음날 이사회를 통해 황급히 이뤄졌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3분기 실적 발표 때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9조원대 초반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자사주 매입 계획 등 주주환원 관련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되짚어보면 깜짝 발표였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10조원이다. 지난 2017년 1월 진행된 9조3000억원대 자사주 매입 계획보다 7000억원 더 많은 규모다. 2017년 발표 당시 공시 전날 3만8000원대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해 11월에 5만7000원대로 50% 이상 급등하면서 주가 부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이번 10조원대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과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지에 대해선 장담하기 어렵다. 우선 이번 10조원의 자사주 매입이 1년간에 걸쳐 진행되는데 1차로 3개월간 진행되는 규모는 10조원 중 30%인 3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7조원 규모 자사주에 대해서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계획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1년 후인 2025년 11월17일까지는 완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자사주 매입 활용 방안과 시기' 문제는 아직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계획이 뒤바뀔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홍라희, 자사주 매입 1등 수혜자?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운 이번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의 가장 큰 수혜자는 소액주주들이 아닌 12조원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았던 오너 일가라는 분석도 나온다.

(왼쪽부터)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최은화 소아암ㆍ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 /사진=삼성전자
(왼쪽부터)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최은화 소아암ㆍ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 /사진=삼성전자

지난 15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오너 일가 중 주식담보대출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2조2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각각 2500억원, 2488억원으로 세 명을 합치면 약 2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주담대를 받지 않았다.

삼성 오너 일가가 맺은 담보 계약 중 6건은 담보유지비율 미달 시 해당계좌 내 나머지 주식이나 예수금 등에 대해서 담보유지비율 부족분만큼 인출이 제한되는 등 효력이 추가된다. 주가가 담보유지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주식 또는 현금 등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조건도 붙는다. 

올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 중반 이하로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가장 주담대 규모가 큰 홍 전 관장은 기존 담보계약 관련 2건에 대해 지난 4월29일 추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홍 전 관장의 주담대 계약이 변경된 건은 한국증권금융과 맺은 2건이다.

먼저 2850억원 대출(담보유지비율110%)에 대한 담보 주식을 기존 619만3000주에서 710만7000주로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1000억원대 대출 계약의 경우 기존 217만3000주에서 249만3000주로 확대했다. 홍 관장은 지난 9월4일부터 10일에도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과 총 7000억원 규모의 주담대 계약을 신규 체결하기도 했다. 

자사주 소각보다는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가 중

삼성전자의 10조원 자사주 매입 결정은 주주가치 제고 외에 오너 일가의 상속세 완화를 위한 목적이 다분해 보인다.  때문에 중장기적인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보다는 주가 하락 방어 차원에서 단기적인 처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근본 이유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 경쟁력이 하락하고 미래의 삼성을 이끌 비전과 전략이 부재 탓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는 10조원이 아닌 수십조원대의 자사주 매입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과제로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삼성전자가 주가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자사주 소각에 나서며 일시적 주가 부양 효과는 이뤄지고 있으나 근본적 주가부양을 위한 방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반도체 사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불식시킬 수 있는 대규모 투자나 성과를 보여주는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근본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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