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실패만 맛보고 돌아온 건 아니다. 향후 대표팀을 이끌어갈 젊은 선수들의 국제경쟁력 확인은 값진 소득이다.
18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대회 조별리그 B조 최종전 호주전(5-2 승)을 마친 뒤 만난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슈퍼라운드(4강) 진출에 실패했다. 야구팬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 3위(3승 2패) 한국은 일본, 대만에 조 1, 2위를 내주며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013, 2017,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조별리그에서 짐을 싸게 됐다.
비록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대만에서 얻은 소득도 있었다. 세대교체 과정의 일환으로 평균 연령 24.6세로 꾸려진 류중일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젊은 피’들의 국제무대 검증을 이뤄냈다. 대표적인 선수는 내야수 김도영이다. 올해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타율 0.347, 38홈런 40도루 109타점 143득점으로 활약한 김도영은 대회 시작 전부터 WBSC, MLB닷컴, 대만 언론 등을 통해 ‘주목해야 할 선수’로 언급됐다.
예상대로 김도영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냈다. 대회 5경기서 17타수 7안타(타율 0.412), 3홈런 10타점 1도루를 올렸다. 안타 7개 가운데 장타가 5개(2루타 2개·홈런 3개)일 정도로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503으로 한국 대표팀 중 가장 높다. 14일 쿠바전(8-4 승)에서 그는 만루포와 쐐기 솔로포를 엮어 멀티 홈런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이날 한국이 뽑아낸 8점 중에 홀로 5점을 책임지며 해결사 면모를 뽐냈다. 또한 뛰어난 수비력을 앞세운 수비력도 인상적이었다.
호주전이 끝난 뒤 만난 김도영은 활약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있을 국제대회에서 이를 악물고 준비하는 계기가 됐다.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면서 “이번 대회를 돌아보면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던) 일본전을 제외하고 경기들은 괜찮았다. 그럼에도 결과는 아쉽다. 다음에는 꼭 팀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김도영만큼이나 내야수 박성한도 이번 대회서 연일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든 선수다. 박성한은 13일 대만전(3-6 패)에는 결장했지만, 14일 쿠바전(8-4 승), 15일 일본전(3-6 패) 모두 멀티히트(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16일 도미니카공화국전(9-6 승)에서는 ‘약속의 8회’ 주인공이 됐다. 8회 말 역전 결승 3루타를 작렬하며 팀의 6점 차 대역전승에 앞장섰다.
박성한은 이번 대회에서 14타수 5안타(타율 0.357), 2타점 4득점 OPS 0.938의 성적을 냈다. 상대 안타성 타구를 낚아채는 호수비도 좋았다. 공수에서 맹활약한 덕분에 향후 대표팀 유격수 고민의 마침표를 찍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전이 끝난 뒤 박성한은 “엄청 잘했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면서 “그래도 제 역할은 나름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 대회의 경험을 토대로 다음 국제대회에서 더 잘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 한 끗 차이로 탈락한 이 기분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불펜에서는 박영현과 김서현의 호투가 이어졌다. 박영현은 한국이 치른 5경기 중 3경기에 구원 등판해 3⅔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치며 한국 야구의 새로운 ‘끝판왕’으로 우뚝 섰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했고, 뛰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130km 대의 슬라이더로 배트를 끌어냈다. 류 감독도 박영현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도미니카공화국전이 끝난 뒤 류 감독은 “박영현은 우리 팀에서 구위가 가장 좋다. 소속팀 KT 위즈에서 마무리 보직으로 마운드에 선다면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극찬했다.
김서현의 호투도 반가웠다. 시속 155km의 강속구를 꽂았고, 상대 타자들은 배트를 헛돌리기 일쑤였다. 4경기에 구원 등판한 김서현은 4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재능을 뽐냈다. 호주전이 끝난 뒤 김서현은 “이번 국제대회에서의 경험은 내년 시즌 좋은 성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제구도 그렇게 많이 빠지는 공이 없었고, 구속도 욕심내지 않았는데 11월 치고 잘 나왔다”고 자평했다.
류 감독도 젊은 선수들의 국제무대 경쟁력 증명을 반겼다. 호주전을 끝으로 이번 프리미어12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만난 그는 “타선에서는 김도영이 다 한 것 같다”고 웃으면서 “젊은 선수들이 생각보다 잘해줬다. 비록 슈퍼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우리 어린 선수들이 정말 장하다. (이 선수들과 함께) 잘 준비해서 다음 국제대회인 2026 WBC에서는 꼭 본선에 진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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