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강장 시위 등 장애인 권리투쟁으로 40건의 검찰 기소를 받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를 향한 응원의 편지가 전 세계에서 날아들기 시작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세계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세계 인권옹호자들을 지지하는 '국제앰네스티 편지쓰기 캠페인'의 올해 사례자(대상자)로 박 대표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앰네스티가 한국 인권운동가를 편지쓰기 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지난 2010년 영국지부가 용산참사 관련 집회를 주도했던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를 캠페인 대상자로 선정한 이후로 14년 만이다.
올해로 23주년을 맞은 이 캠페인은 전세계 200개 이상의 국가에서 1000여만 명의 국제앰네스티 회원 및 지지자와 함께 탄압받는 인권 운동가에게는 응원의 메시지를, 인권 침해 책임이 있는 정부에는 규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박 대표는 20년 넘게 장애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 이동, 교육, 노동에 대한 권리를 옹호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편지쓰기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지하철 승강장 시위 등 권리투쟁으로 40건의 검찰 기소를 받아 재판 중에 있으며, 지난 1월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약 6억145만 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당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는 점도 선정 배경이 됐다.
박 대표가 편지쓰기 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전 세계 앰네스티 회원 및 지지자들은 이날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전장연을 향한 불법적인 강제 조치 및 소송을 중단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는 캠페인을 전개한다. 한국지부는 연평균 5만여 명의 시민들이 이 캠페인에 참여해 인권 운동가를 탄압하는 정부에 편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탄압에 반대하는 원내 야당 인사들도 편지쓰기 캠페인에 동참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서미화·서영석 의원, 조국혁신당 강경숙·김재원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진보장 전종덕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등은 이날 오 시장에게 박 대표를 향한 탄압을 중단하라는 편지를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국제사회로부터 전장연의 투쟁을 인정받아 기쁘다면서도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장애인들은 많은 차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의 기본적인 이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2001년에 비해 지금은 장애인이동권에 많은 변화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여전히 많은 장애인들이 시설에 갇혀있고 집에서 나오지 못해 기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시는 장애인들을 격리하고 감금하는 시설을 폐쇄하고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계획을 수립하라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이행해야 함에도 도리어 23년간 투쟁하며 얻어낸 권리들을 퇴행시키고 있다"며 "장애인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권력에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33번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태도에 변화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올해 박 대표와 함께 편지쓰기 대상자로 선정된 인물들은 아프리카 여성 언론인인 플로리만 이랑가비예, 아르헨티나에서 집회 시위중 발생한 경찰 폭력에 피해를 입은 조엘 패래데스,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사진을 게시한 혐의로 1년간 강제 구금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마나헬알 오타이비 등 총 10명이다.
한국지부는 다음달 6일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시민들과 함께 인권운동가들에게지지 편지를 쓰는 '레터나잇'을 개최할 예정이다. 내년 5월엔 대중 인권의식 확산을 위한 '제1회 국제앰네스티 인권영화제' 개최를 통해 전장연 다큐멘터리 및 LGBTI 관련 영화를 상영하고 대중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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