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로 원자력 관련 예산 2139억 원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데 대해 환경시민단체가 "국민 안전과 민생을 외면한 것"이라며 "핵 산업만 배불리는 원자력 예산을 전액 삭감하라"고 촉구했다.
탈핵·종교·시민사회 36개의 연대단체인 탈핵시민행동과 원자력안전과미래가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세금을, 위험을 늘리고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핵발전 확대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특히 "'탈원전'의 기조를 가졌던 거대 야당이 2138억 원 규모의 원전 관련 예산에 합의했다는 것은 실망스럽다"며 "핵 폭주만 부추기는 이런 불투명하고 위험한 기술에 투자하는 건 2030 온실가스 감축 과제를 방기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민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이번 여야 합의에 대해 "체코 원전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탈원전을 말해온 야당이 정부 예산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그 간의 진위를 의심케 한다"며 "재생에너지 활성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시대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안전과미래 이정윤 대표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은 안전성도 경제성도 검증되지 않았는데 2000여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정신 나간 일"이라며 "SMR 개발은 돈 놀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2015년 월성 1호기에 최신 기술을 적용하지 않아 위법 판정을 받고 수명연장 허가가 취소됐다"며 최신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채 수명 연장을 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야당이 현 예산안에 동의한 데 대해 "국민 안전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현재 개최 중인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기후재정을 논의하고 있다"며 "그 핵심은 유해한 자금을 배제하고 기후변화와 대응 과정에서 침해되는 인권의 문제를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지역에서 10년 넘게 이주를 요구하는 주민, 암에 걸려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 폭우와 지진, 산불에 핵발전 안전 때문에 불안해한다"며 "(핵 산업 확대는) 기후재정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핵 산업 좋은 일 시키는 동안, 지역 주민들의 민생은 사라지고 재생에너지 예산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 산업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는 지난 12일 정부가 편성한 원전 개발 및 지원 예산 2138억8900만 원을 통과시켰다.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 예산 1500억 원,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 329억2000만 원, 원자력 생태계 지원사업 112억800만 원, 원전 탄력운전 기술개발 35억 원 등은 원안대로 통과됐으며 SMR 제작지원센터 구축사업 예산은 55억800만원으로 정부안(54억800만 원)에서 1억 원이 더 늘었다.
이에 내년도 원전 예산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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