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2024~2025시즌 초반을 지배하는 변수는 외국인선수 교체다. 대한항공 요스바니(왼쪽), 한국전력의 개막 5연승을 이끈 엘리안은 부상으로 장기 이탈이 불가피해졌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아주 잘하는 건 바라지 않아요. 그저 평균치만 해줬으면 합니다.”
팀 내 외국인선수가 동료와 경기 전 몸을 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V리그 남자부 한 구단 관계자의 이야기다. 여기에 바람 하나를 보탰다. “다치지 않고 시즌을 완주해줬으면 한다”는 소박한(?) 소망이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를 보면 ‘시즌 완주’는 정말 쉽지 않은 미션이다. 이제 막 정규리그 2라운드에 돌입했을 뿐인데도 남녀부를 막론하고 여기저기서 신음이 끊이질 않는다. 외국인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잇달아 쓰러졌다.
매 시즌 온갖 사건·사고를 겪지만, 외국인선수의 부상은 그중에서도 최악인 초대형 악재다. 교체 선수 풀이 넉넉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마저 해외 리그의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데려오기 어렵다. V리그는 비시즌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신청한 이들만으로 교체가 가능하다.
또 한번 ‘챔피언 레이스’에 나선 대한항공부터 초반 외국인선수 교체라는 변수를 만났다. 어깨 부상을 호소한 요스바니가 최대 8주 넘게 이탈한다. 결국 일시 교체로 막심을 데려왔다.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당장 완벽한 호흡을 기대할 순 없다. 막심은 V리그행 의지가 굉장히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전력도 같은 처지다. 개막 5연승을 이끈 엘리안이 심각한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시즌 아웃’이다. 우리카드도 에이스 아히가 왼쪽 발목을 크게 다쳐 비상이 걸렸다. 6~8주 진단이 나왔다.
한국전력과 우리카드는 빠르게 대체 선수 물색에 나섰으나 마음에 드는 매물이 없다. 한국전력 김철수 단장과 권영민 감독은 수일째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지만, 해외 팀들의 미지근한 반응에 거듭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고 적잖은 이적료를 제안해도 요즘은 돈보다 ‘전력 유지’가 중요한 시기다.
OK저축은행은 다른 이유로 교체를 결정했다. 실력이다. 컵대회부터 2% 아쉬웠던 루코니를 빼고 장신 날개 공격수 크리스를 데려왔다. 그에 반해 삼성화재는 그로즈다노프와 파즐리가 비교적 건재하고, 현대캐피탈은 레오가 기대대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여자부도 외국인선수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남자부처럼 부상 소식이 쏟아지진 않고 있지만, 언제든 가슴 철렁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득점왕 실바의 종아리 부상으로 화들짝 놀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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