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19일(이하 현지시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1000일이 되는 날이다. 3년 가까이 전쟁이 지속되면서 양국 군대 사상자는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경제적 피해도 가중되고 있다.
현재 전황은 러시아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점령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영토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지하던 유럽 국가들도 이제 전쟁을 끝내야 할 시기라는데 공감대를 보이고 있다.
다만,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 러시아 본토 공격 사용 허용 등으로 전쟁은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취임 후 24시간 이내 종전을 공언해온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까지 양국의 교전은 더욱 격렬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크라, 러에 영토 20% 빼앗겨.. 재건 비용 677조원 추산
러시아도 골병 신호.. 인플레이션에 기준금리 21%로 인상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명명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000일이 지났다. 이로인해 러-우 양국 모두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19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이 기간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는 100만명이 넘는다. 러시아군은 전사자 19만7564명을 포함해 7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우크라이나군은 6만435명이 전사하는 등 사상자가 31만 명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민간인 사망자도 1만2000여명에 이른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우크라이나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지역을 사실상 점령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또, 개전 후 약 600만명이 유럽 내 다른 국가로 탈출하면서 인구도 5분의 1이 감소한 상태다.
경제도 취약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현재 경제 규모가 전쟁 전과 비교하면 7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서방의 지원이 없이는 공무원들의 월급도 주기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쟁으로 인해 주요 인프라가 파괴된 것이 뼈 아픈 대목이다. 세계은행(WB)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엔의 평가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전쟁으로 인한 직접 피해액은 1520억 달러(약 211조 원)에 이른다. 이에 따른 재건 및 복구 비용은 4860억 달러(약 677조 원)로 추산된다.
지금도 전쟁 비용으로 매일 수천억원이 지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매일 전투로 인해 약 1억4000만 달러(약 2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 내부 피로도 커지고 있다.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2%가 종전을 위해 일부 영토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1년 전 14%에서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러시아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1%로 올렸다. 이는 군사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경제도 직격탄.. 전쟁 장기화에 "영토 내주고 주권 지키는게 현실적" 기류 확산
전쟁은 유럽 경제에도 직격탄이 됐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2022년 1월 대비 산업생산이 이미 6% 감소한 상황이다.
여기에 유럽 각국은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긴축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유럽 경제 성장 동력이 더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긴축에 나서면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극우 정당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전쟁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막대한 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자국 중심 주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속해온 유럽 주요국 사이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공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지원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일부 양보하더라도 지금 전쟁을 끝내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에 백악관에 복귀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승리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만일 미국이 지원을 중단할 경우 유럽도 더 이상 지원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WSJ은 일부 유럽 외교 당국자들을 인용해 현재로서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일부 영토를 내주더라도 독립 국가로서 주권을 유지해 러시아가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하는 것만은 막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년 만에 통화를 재개한 것도 유럽 내 기류 변화의 증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논의를 최소 10년 연기하고,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비무장지대를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러 파병과 우크라 장거리 미사일 사용 승인.. 전쟁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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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전황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에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양국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되면 24시간 내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참모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유예하고 현재 전선을 동결하는 방안이 현지 보도를 통해 거론된 바 있다.
이 경우 휴전 협상 시점에 러시아·우크라이나가 각각 점령한 영토를 기준으로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이 있어 그때까지 양국은 계속 격렬한 전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빼앗은 쿠르스크 지역을 놓고 양국의 격렬한 교전이 예상된다.
러시아는 이란의 공격용 드론과 북한의 포탄을 공급받은 데 이어 북한군 1만명을 서부 접경지 쿠르스크에 배치했고 개전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진격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을 표적으로 120발의 미사일과 90대의 드론을 발사했다.
이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의 러시아 본토 공격 사용을 허가하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러시아에서는 미국의 미사일 '봉인 해제'에 격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마리아 부티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원은 로이터 통신에 이 결정으로 3차 대전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은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가 서방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면 러시아는 아직 우크라이나 영토에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무기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가 우리 영토 공격을 위해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은 미국과 그 위성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적대 행동에 직접 개입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 분쟁의 본질과 성격의 급격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대응은 적절하고 명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러시아를 향한 지속적인 제재를 예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은 16일 공동성명에서 "러시아는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에 유일한 장애물"이라고 지적하면서 "G7은 제재와 수출 통제, 기타 효과적인 조치를 통해 러시아에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단결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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