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원이 논란이 된 국가 안보 재판에 이어 19일(현지시간) 주요 민주화 지도자들에게 국가 전복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했다.
지난 2020년 입법회(의회) 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의 당선을 위해 움직인 민주화 운동가 및 입법회 의원, 이른바 '홍콩 47'에 속한 베니 타이와 조슈아 웡은 각각 징역 10년, 4년 형을 선고 받았다.
'홍콩 47' 대부분이 국가 전복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2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이 받은 재판은 지난 2019년 홍콩에서 일어난 폭발적인 민주화 시위 직후 중국이 홍콩에 가한 혹독한 법인 국가보안법이 가장 많이 적용된 재판이다.
2019년 당시 몇 개월간 홍콩 시민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였다. 홍콩에서 중국 본토로의 범죄인 인도 허용 계획에 반발하며 촉발된 해당 시위는 민주적 개혁을 요구하는 광범위한 운동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한편 관측통들은 국가보안법 및 이번 재판 결과로 인해 홍콩의 민주화 운동과 법치가 크게 약화할 수 있으며, 또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제권도 더욱더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이번 재판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호주는 19일 국가보안법 적용에 “강하게 반대한다”면서, 특히 호주 국적자인 고든 응의 선고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중국과 홍콩 정부는 국가보안법은 사회 안정성 유지에 필요한 존재라면서 이 법으로 홍콩의 자치권이 약화했다는 주장을 부인한다.
아울러 이번 유죄 판결에 대해서는 중국의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려는 세력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홍콩인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선고 며칠 전부터 법원 밖에서는 수십 명이 줄을 서 방청석에 들어가고자 했다.
그리고 19일, 법원은 징역 4~10년 형을 선고했다.
그중 법학 교수 출신으로 지난 2020년 홍콩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를 뽑고자 비공식적인 “예비 선거”를 진행법 타이는 “혁명을 옹호했다”는 판단과 함께 가장 긴 형을 선고받았다.
웡의 경우 유죄 인정 후 형량이 3분의 1로 감형됐다. 그러나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재판관들은 “그가 좋은 성품을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추가 감형은 허용하지 않았다. 체포 당시 웡은 이미 시위에 참여해 수감 중이었다.
이번에 형을 선고받은 다른 유명 민주화 인사로는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계에 뛰어든 기네스 호와 클라우디아 모 전 의원, 렁궉훙 전 의원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징역 4~7년 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 촉발된 시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그라든 이후 활동가들은 민주화 운동을 이어가고자 비공식 예비선거를 조직했다.
이들은 친중 성향의 정부가 제정할 법안을 저지할 수 있도록 야당의 힘을 조금이라도 높이고자 했다. 그리고 2020년 7월 치러진 해당 예비 선거에는 50만 명이 넘는 홍콩인들이 참여했다.
당시 주최 측은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의 기능을 하며 특정 자유를 허용하는 홍콩기본법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과 홍콩 당국은 이들의 이러한 행위가 예비 선거 며칠 전 발효된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이들이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2021년 초, 결국 이들을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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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판 말미 재판관들은 이들의 이러한 계획이 헌법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검찰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휴먼라이츠워치’ 대변인은 19일 판결이 “가혹한”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홍콩의 시민 자유와 사법적 독립성이 얼마나 급격히 후퇴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중국과 홍콩 정부가 “홍콩의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을 크게 높였다”고 덧붙였다.
홍콩대학교의 존 P. 번스 명예교수는 친중 성향의 현 정부가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묵은 원한을 갚고자” 이번 재판을 이용한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번스 교수는 “당국은 홍콩 국민을 재교육하고자 이번 재판을 이용하고 있다”며 “‘국가 안보가 국가의 최우선 과제이니 국가 안보에 도전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번스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홍콩의 법률 시스템의 건전성이 어떠한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면서 “기본법에 명시된 절차를 따르는 게 어떻게 불법이 될 수 있냐”고 꼬집었다.
홍콩메트로폴리탄대학의 스테판 오트만 정치학 부교수는 이번 판결이 “국가보안법에 따라 정치적 반대파들을 어떻게 엄중히 처벌하는지 선례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홍콩에서 민주화 운동은 “자기 검열이 일상화되고, 민주화 인사들에 공개적으로 동조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등 크게 약화”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이번 판결로 중국이 완전히 승리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2020년 예비선거에 출마했으나 이후 홍콩을 떠나 미국에 거주 중인 활동가 써니 청은 “중국 정부는 시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야권 전체를 쓸어버렸기에 저들은 지금 행복할 수도 잇겠죠 … 그러나 동시에 저들은 한 세대 전체를 잃은 셈입니다. 그들은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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