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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은행권이 연말을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예금금리가 하락하는 것과 달리 대출금리는 오히려 오르며 ‘예대금리차(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어서다. 연말까지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는 게 급선무인 은행 입장에선 당분간 대출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뿐더러 대출 취급도 제한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열린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더 내려갈 수도 있는데도 기업이나 가계가 부담하는 대출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대마진을 줄이는, 대출이자를 낮추는 방향의 움직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을 압박하고 나선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김병칠 은행 담당 부원장 주재로 은행장 간담회를 열어 가계대출 관리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원장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는 유지하되 시차를 두고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차주들이 대출 금리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형(혼합형·주기형)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73~6.13%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달 11일(연 3.71~6.11%)보다 소폭 올랐다.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58~6.68%로 고정형보다 더 금리가 높은 수준이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가 지난달 3.40%에서 3.37%로 내려갔음에도 가계대출 규제와 함께 미국 대선의 영향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은 낮은 상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최근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강하게 관리함에 따라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조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대출 쏠림 현상을 우려해 대출금리도 누가 먼저 쉽게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더욱이 연말에 접어들면서 국민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들 일제히 비대면 대출 창구까지 닫으며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인하기라고 대출금리가 무작정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하기엔 현재까진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내년에는 은행들이 새로운 경영 계획을 수립하고 성장 목표가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서 대출 규제를 풀고 금리 수준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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