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삼전의 자사주 매입, 뒷맛이 씁쓸한 5가지 이유

[주주칼럼] 삼전의 자사주 매입, 뒷맛이 씁쓸한 5가지 이유

주주경제신문 2024-11-19 14:06:38 신고

3줄요약

삼성전자가 지난주 발표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계속해서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대규모 주주환원이라는 통큰 결단의 꼬투리를 잡고 싶지는 않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점들이 있다.

첫째는 자사주 매입 발표가 있었던 지난 15일 외국인이 발표 전에 대량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점이다

최근 3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5조원어치를 순매도한 외국인이 이날 갑자기 240만주를 순매수하다 보니 의심의 눈초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보니 길게 논의할 실익 역시 없다. 다만 사실이라면 1급 정보가 줄줄 새는 삼성의 경영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오너가의 주식담보대출 논란이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면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상속세 납부' 대출을 위해 금융권에 담보로 맡긴 삼성전자 주식 평가액이 담보유지비율 아래로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이번 자사주 매입이 오너가의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보도 역시 계속된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대표는 수 조원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각 주주별로 담보 유지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총수 일가의 담보 대출 조건 유지를 위해 삼성전자의 주가는 홍라희 여사의 경우 5만8300원, 이서현 대표는 5만8700원을 상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이라도 이사회가 정말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다면, 특정 주주를 위해 의사결정을 한 것이 된다. 경영적 책임을 피하지 못 한다.

최근 정치권이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인데 특정한 주주에게 이익이나 손해가 되는 결정을 하지 못 하게 하는 상법이 있었더라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셋째는 매입을 약속한 10조원의 자사주 중 3조원에 대해서만 소각 발표를 한 점이다. 나머지 7조원어치 자사주는 재무제표상에 쌓아두겠다는 의미다.

참고로 자사주를 매입하면 그것을 사기 위해 지불한 현금만큼 재무제표에는 자산이 줄어든다. 자사주는 자산 항목이 아닌 자본 차감 항목으로 처리된다.

매입한 주식은 회사 소유로 더 이상 외부 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없으므로, 자산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각이 당연하다.

물론 대부분 한국의 기업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백기사를 소환하거나 자사주의 마법 용도로 활용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복수의 외국계 투자자들이 “한국의 자사주는 소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주당지표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넷째는 자사주 매입이 과연 경영혁신인가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주주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과감한 주주환원은 적절한 인수합병(M&A) 기회를 놓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주주환원에 쓴 재원이 총 100조원, 2020년 당시 팹리스 기업 ARM을 두 번은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매년 50조원 가량의 자본적 지출(CAPEX)이 필요한 회사다. 주주환원과 경영 전략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상장사에게 배당 확대가 능사는 아니다. 배당주와 성장주는 성공 방정식이 다르다. 내수 기업이냐 글로벌 기업이냐에 따라 총주주수익(배당소득+주식평가이익)률을 높이는 전략도 달라야 할 것이다. 특히 첨단기업일수록 주가는 당장의 배당보다 미래의 꿈을 먹고 커간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우려는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이라는 카드로 최근 불거진 위기를 희석시키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다.

"제트기가 음속의 2배로 날려고 하면 엔진의 힘만 두 배로 있다고 되는가. 재료공학부터 기초물리, 모든 재질과 소재가 바뀌어야 초음속으로 날 수 있다"

2002년 이건희 전 회장의 말이다. 이른바 마하경영이다. 12월 있을 내년 삼성전자 인사가 필자의 염려가 기우였음을 입증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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