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제1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인력감축 철회과 2호선 1인 승무제 도입 중단 등을 요구하며 오는 20일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한다고 외쳤다. 만일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가 기간 내 교섭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면 오는 12월 6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하 서울교통공사노조)은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및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서울시는 22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압하며 무차별적 현장 인력감축, 무책임한 안전 업무 외주화, 무자비한 노조 탄압을 내리꽂고 있다”며 “노동자의 목숨과 시민 안전마저 위협하는 서울시·공사를 강력히 규탄하며 총파업을 불사한 총력투쟁에 나설 것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지난 8월부터 공사와 임금·단체협상을 이어가면서 △구조조정 철회 △2호선 1인 승무제 도입 중단 △부당 임금 삭감 해결 등을 요구해 온 바 있다. 하지만 공사와 간극을 좁히지 못해 지난달 21일 교섭이 결렬됐다. 전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진행된 조정 또한 무산됐다.
이에 전날 조합원 71%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한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오는 20일부터 ‘준법운행’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는 정차시간을 준수하고 승객 승하차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는 등 안전규정을 지키며 운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외 다른 작업도 ‘2인 1조’ 투입을 준수하고 규정에 정한 점검이 아닌 경우에는 작업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18일부터 수도권 광역전철을 운행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전국철도노동조합도 준법투쟁에 들어가면서 열차운행이 일부 지연됐던 가운데, 서울교통공사노조의 준법운행으로 열차운행 지연은 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서울교통공사노조는 문제 해결과 원만한 타결을 위해 마지막까지 인내와 대화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파업은 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노동조합의 투쟁 목적은 ‘열차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위험하고 잘못된 정책을 멈추자’는 것”이라며 “서울시와 사측이 대화와 성실 교섭에 응하지 않고 ‘노조 때리기’를 동원해 문제를 호도하거나 겁박과 탄압으로 일관한다면 노동조합의 극한 투쟁과 파업을 부채질하게 될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의 핵심적인 요구는 구조조정 철회와 인력충원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에 따르면 공사는 서울시의 경영혁신 요구에 맞춰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680여명의 정원을 감축했다. 현재 공사의 임직원은 1만6839명으로 정원인 1만7135명에 미달인 상태다. 올해만 정년퇴직자가 301명 발생함에도 매년 진행됐던 신규채용 절차도 중단됐다.
이들은 “일방적 감축으로 경비, 운행, 안전관리 등 전 분야에 걸쳐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안전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승객 밀집도·혼잡도가 높은 2호선의 ‘1인 승무제’도 노사 간 쟁점이다. 현재 2호선에는 기관사와 차장 등 2명이 탑승해 열차를 운행 중인데, 공사는 자동운전신호설비(ATO) 등이 도입됐다는 이유로 내년부터 1인 승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지하철 2호선 승무원인 김용씨는 “2호선 하루 이용 승객이 200만여명으로 우리나라에서 이용 승객이 가장 많은 호선임과 동시에 승하차 인원 최상위역, 환승역 및 곡선 승강장 다수, 승객 안전사고도 가장 많이 발생하는 노선”이라며 “만일 1인 승무제가 된다면 출입문 취급, 안내방송, 사람 찾기, 성추행, 불폭력자 보호, 냉난방 조절 등 각종 사고와 민원 처리를 기관사 혼자 처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더 나아가 시간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위험한 승객의 난동이 있을 경우 기관사가 혼자서 모두 처리해야 한다”며 “2호선 승무원으로서 단언컨대 1인승의 도입은 사회적 재앙이다.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경영 효율화가 아닌 안전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올해에만 공사에서 중대재해사고가 2건 발생한 점을 지적하며 산업재해를 예방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과 임금 삭감·동결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김태균 위원장은 “우리는 서울시와 공사의 노동계와 안전 역행 정책이 가져올 위험을 똑똑히 알고 있다”며 “과거 줄이은 대형 사고와 노동자의 죽음으로 얼룩진 비극의 쳇바퀴를 다시 돌리겠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필수유지업무협정 체결을 전후로 한 보름여 기간, 노동조합은 서울시와 사측에 교섭의 장을 열 것을 마지막으로 촉구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기울여가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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