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계적인 철강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이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노사 갈등이 심화하는 데다 폭발·화재 사고까지 마주하면서다. 뾰족한 묘책이 없는 상황에서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 글로벌 건설경기 침체 등 여파로 전 세계적인 철강 업황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맞고 있다. '엔저'에 따른 일본산 철강 가격 경쟁력 강화도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요소 중 하나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작년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전년 대비 29.2% 증가한 873만톤이다. 일본산은 561만톤으로 3.1% 증가했다. 지난 2017년 이후 최대 수입량을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국내 철강업계 '빅 2'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실적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매출 9조4790억원, 영업이익 4380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 39.8% 쪼그라든 수치다.
현대제철은 매출 5조6243억원, 영업이익 515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10.5%, 77.4% 감소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중국산 저가 수입재 유입이 증가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 연합뉴스
결국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구조개편과 공장 폐쇄 카드를 꺼냈다. 포스코는 지난해 1억3000만달러(약 1800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한 중국 장쑤성의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저수익 사업·비핵심 자산에 대한 그룹 차원 구조개편 작업의 일환이다.
해당 제철소는 1997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세웠던 스테인리스강 생산 기지다. 한국 스테인리스강 연간 생산량(200만톤)의 절반 이상인 11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시설이다. 중국 철강 기업들의 공급과잉으로 저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자가 이어지자, 매각 작업에 나선 셈이다.
사정이 나쁘기 마찬가지인 현대제철은 제강과 압연 공정 관련 시설을 갖추고, 현대제철 전체 생산량의 약 3% 수준인 경북 포항 2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맞물린 노조와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포항2공장 폐쇄 결정을 두고 총파업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제철 판교 본사 앞에서의 천막 농성까지 예고한 상태다.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도 난항을 겪으며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포스코 역시 1968년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를 맞고 있고, 폭발·화재 사고까지 발생해 타격이 더욱 크다. 여기에 더해 경북 포항 시민단체가 지난 10일 발생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폭발·화재 사고 관련, 피해 소송까지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라 국내 철강업계가 더욱 복잡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노사 갈등부터 풀어내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