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국민의힘의 ‘특감’과 더불어민주당의 ‘특검’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윤석열 정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공식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특감 추진이) 특검을 거부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거라면 그 부분에 대해선 좀 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김건희 특검법 통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감 후보 추천‧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헌법재판관 국회 추천 등 쟁점 사안 논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오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대표 회동을 가지고 다음 정기국회 본회의 일정을 다음 달 2일 및 10일로 확정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특감 후보 추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헌법재판관 국회 추천 등 쟁점 사안을 논의했다.
추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민주당에) 특별감찰관 임명과 관련해서 국회 추천 절차를 개시하자는 제안을 드렸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특감이) 특검과 관련해서 맞물려 있는데 특검을 거부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거라면 그 부분에 대해선 좀 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특감과 특검은 각각 독립해서 검토해야 된다”라고 했다.
이 같은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리스크’ 해소 방안 일환으로 당에 특감 추진을 요구하자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이 먼저’라는 취지를 보여왔는데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 직후 기자들에게 특감과 관련 “(국민의힘이) 특검에 대해서 먼저 대답을 안 했는데, 특검 추진 답부터 먼저 말하라”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회동에서 추 원내대표는 특감 추진 여부와 별개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야당에 요구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의결했던 인권위원이라든가 방심위원·방통위원 등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선 빨리 임명해주십사 한다”라며 “(방통위원 등은) 임명하지 않으면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만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추경호 "민주, 특별감찰관·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협조해달라"
이처럼 여야 원내대표의 입장차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추 원내대표가 19일 민주당을 향해 “특별감찰관 임명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위한 법적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라고 재차 촉구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국회가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더라도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할 수 있도록 하는 북한인권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할 예정”임을 밝혔다.
그는 “8년이나 미뤄져 온 북한인권재단이 이제는 출범해야 한다”라며 “통일부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13번이나 요청했는데 국회는 그때마다 묵살해왔다. 민주당이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한다면 이는 북한인권법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어 “이제라도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위한 민주당의 협조를 강력히 촉구한다”라며 “더 이상 민주당의 정략적 목적을 위해 법적으로 보장된 국가기구가 출범하지도 못하는 사태가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제 민주당에 공식적으로 특별감찰관 임명을 위한 국회 추천 절차 개시를 제안했다”라고 밝히며 “8년째 공석 상태에 있는 특별감찰관 제도가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민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한 대표가 요구해 온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지난 14일 결정했으며 추천 절차에 대한 구체적 진행은 추 원내대표에게 일임 한 바 있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특별감찰관 임명과 관련한 국회 추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은 독립된 사항으로 추진한다”라고 밝혔었다.
그간 국민의힘에선 특별감찰관 추진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하는 전략을 써왔는데, 최근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이슈’ 해법으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제안하면서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한편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김건희 특별법에 대해서도 “당론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하고, 앞으로 이 법 통과를 반드시 저지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찬대 “특검법 거부, 정권몰락 신호탄”
국민의힘의 ‘특감’ 추진에 민주당은 ‘특검’ 통과를 압박하고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19일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이는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70%가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하고 있으며, 수 십만 명의 국민이 3주 연속 거리에 나와 특검을 외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도 관철될 때까지 추진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시간을 끌며 매를 벌지 말고 하루라도 일찍 매를 맞는 것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18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하지 못하면 특검을 임명해 훼손되는 법 질서를 지켜내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질서 유지의 최후의 보루인 검찰이 검찰권을 남용하고 또 범죄를 은폐하고 불공정한 권한 행사로 국가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라고 비판하며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바로 대통령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니고 그들을 선출한 주권자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권자 국민이 이 나라 법 질서의 회복을 바라고 있다”라며 “이번 특검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서도 “이 나라는 대통령 혼자의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 압도적 다수가 특검을 원하기 때문에 특검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14일 국민의힘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위한 국회 추천 절차를 당론으로 진행한다는 것과 관련해 “특별감찰관은 김 여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아니다”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 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 비위 등을 감찰하며 국회가 후보 3명을 추천하면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한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고 공석으로 놔뒀다.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지난 14일 “특별감찰관은 혐의를 감찰해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역할을 하는데 (김 여사의 의혹은) 감찰이 아닌 수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수사 대상을 감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며 특별감찰관으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김 여사의 여러 의혹들을 정리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특별감찰관 가지고는 (김 여사 의혹에 대한 해결책으로) 안 된다라고 말하는데, 저는 민주당에 ‘그렇게 별 것 아닌 거를 5년 동안 왜 안 했나’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라고 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특별감찰관을 임명 안 하는 것보다 임명하도록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게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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