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 아트 작품임에도 높은 가격의 경매가를 기록해 전 세계적 화제가 된 NFT,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이라는 개념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NFT를 디지털 예술작품에 대한 저작권의 징표로 쓰려는 시도가 늘어났고, 실제로 가능하게 됐다.
이후 기존 예술가가 NFT를 통해 미술, 음악 등 디지털 아트 작품 활동을 하는 시대가 됐다. NFT를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사례가 계속 나왔다.
10년 전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고양이 영상 '냥캣'(Nyan Cat)이 지난 2021년 2월 NFT 경매에서 59만 달러, 한화 약 7억 원의 수익을 냈다. 꼬리에 무지개를 달고 우주를 날아다니는 고양이가 '냥냥' 소리로 노래하는 단순한 픽셀아트 영상이 7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 인공지능 예술의 대중화와 문화적 불평등
현대 문화예술계의 가장 논쟁적 아이템이 된 NFT는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 그동안 '밈' 문화 수준으로 머물렀던 디지털 예술을 가치 있는 상품으로 격상했다. 많은 미술 애호가는 변방에 머물렀던 새로운 디지털 아티스트 그룹을 NFT를 통해 발굴하게 됐다고 열광했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장밋빛 전망만 있을까?
이에 대해 이용우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가 두산매거진 W코리아 2021년 5월에 기고한 내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인용한다. 그는 "기존 현대미술이 정치와 재벌 세력과의 긴밀한 관계망으로 그 세력을 확장했고, 배타적 엘리트주의를 양산한 사실에 반해, NFT로 촉발된 디지털 아트는 역설적으로 환경·윤리적 책임 문제를 중요시하는 동시대 엘리트들에 힘입어 하위문화를 주류문화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기존 전통적 예술 시장의 은폐적, 배타적 유통 양상이 동시대 젊은 엘리트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대안으로 NFT가 부상했다고 한다. 그는 "문화적 다양성에 열려 있어 선입견이나 편견 없는 예술의 유통구조를 지지하는 신흥 엘리트층이 NFT 시장을 견인했고,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이러한 암호화폐로 부를 축적한 집단의 주 계층이 현재까지는 중산층 백인 남성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과 결합해 새롭게 다시 한번 부상하는 NFT의 현재 상황 역시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에 대해 예술가로서, 대학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선생의 입장에서 묻고 싶다.
NFT가 인공지능 예술이 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대중에게 이런 방식으로 제공되는 것이 맞는 건가.
분명 NFT는 디지털 아트의 대중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위에 언급한 대로 NFT는 예술가가 디지털 자산을 블록체인에 등록해 소유권을 증명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전 세계 누구나 디지털 예술을 구매하고 소유할 기회도 열어줬다. 하지만 NFT 시장의 폭발적 성장 이면에 그 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수많은 계층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용우 교수의 의견대로 암호화된 부를 축적한 중산층 백인 남성이라는 계층에 반하는 정보 소외계층 말이다.
인터넷 격차로 촉발된 디지털 디바이드가 인공지능에서 또 한 번 촉발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 고도화된 기술만큼 세분된 격차
미국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23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95%의 미국의 성인은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가구 소득에 따라 각 가정의 광대역 가입 여부에는 큰 격차가 있는 것이다.
연간 가구 소득이 10만 달러 이상인 거의 모든 성인(95%)이 광대역 가입을 했다고 답했지만, 연간 소득이 3만 달러 미만인 가구의 성인은 57%밖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와 유사한 패턴은 개인의 교육 수준에 따라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디지털 격차를 해결하려면 소득과 교육 수준에 따른 격차뿐 아니라 사회적 연령에 따른 인식 및 사용 경험 격차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 고령층을 위한 기술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org)에 따르면 50세 이상 인구의 기술 지출은 2018년 1천400억 달러에서 2050년 6천 230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다.
또한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고령층의 기술 지출이 두배 이상 증가했다. AARP는 이들이 기술 적응에 대한 장벽이 있다고 진단했고, 연령 친화적 디자인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러한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미국 사람들 10명 중 7명 가까이(68%)가 오늘날의 기술이 자신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열악한 사용자 경험은 노인 시장 확장의 큰 장벽 중 하나다. 4분의 3(74%)은 새로운 기술 구매를 고려할 때 모든 새 기술이 현재 기술과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인공지능 예술을 활용하거나 첨단 기술 안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관객은 주로 사회의 중산층 이상으로 제한됐다. 기술적 혜택이 주로 특정 계층, 특정 연령층에만 국한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 이어 거듭 강조한다. 글로벌 초대형 언어 모델 인공지능 개발사나 첨단 ICT 기업은 물론 신규로 이 사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에도 당부한다.
디지털 격차 해소 의제를 인공지능 분야에도 똑같이 그동안 해온 대로 적용해달라고. 인공지능예술이든 디지털 예술이든 모두 그 근간에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신기술 앞에서 차별과 격차가 없어야 한다. 그것이 웹의 평등 정신이다.
요즘 ESG 경영이다, 기후위기 공동대응이다 해서 전 세계적 화두가 많다. 디지털 격차 해소는 세계를 이렇게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묶는데 필수 조건이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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