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 트럼프가 냉정해져야 하는데 승리감에 도취해 헤어 나오지 못하는 듯하다. 자신의 유세장을 따라다니며 흥을 돋우던 일론 머스크와 RFK Jr(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옆에 끼고 살며 파티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신중하게 능력을 재고 인터뷰를 거쳐 장관을 선임해야 하는데도 영상을 보고 즉흥적으로 트위터식 인선을 거듭한다. 그가 여전히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고 행정에 대한 이해도 별로 깊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수백 년 존속해 온 워싱턴 관료조직이 그렇게 간단할까? 일론 같은 어중이떠중이를 외곽조직 수장에 맡겨 조직 해체를 밀어붙여도 ‘옛 써’하면서 따라올 만큼 단순할까? 집권도 하기 전에 숱한 우려와 공격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맷 게이츠 법무장관 후보는 아마도 트럼프를 롤 모델로 하는 인물인 듯하다. 과격하고 튀는 언사로 하원을 들었다 놨다 혼돈과 공포로 이끌었던 프리덤 코커스의 리더다. 선거자금 유용, 미성년 성매매 의혹 등등. 이런 인물을 법무장관으로 간단히 픽했다는 것은 의회와 정부에 대한 존중이 1도 없다는 의미다. RFK를 보건장관에 지명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유튜브에서나 널리 통할 법한 음모론 신봉자를 예산 2조 달러에 육박하는 공룡부서의 장으로 덜컥 앉힌다. 그 부서나 관련 회사의 입장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제스처다. 털시 개바드 국가정보국 DNI 국장 임명은 보다 더 시사적이다. 그가 상대적으로 다소 반 우크라이나적이고 친 러시아적 성향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객관적 시각을 가진 인물을 선임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교전략의 일관성을 중시하는 미국 정책의 전통에서 어긋난다. 트럼프가 질주할 채비를 마치고 있다. 숱한 장애물을 치고 나갈 것이다. 장애물도 다치고 자신도 다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리 간단한 나라가 아니다. 한국처럼 당 대표가 지시하면 고분고분 투표하는 의회가 아니다. 말이 되지 않는다면 반대표를 던지는 의원이 차고 넘치는 나라다. 고작 2표 차로 과반수를 차지한 상원의 공화당마저 트럼프의 인선을 통과시켜주지 않을 것이다. 하원 내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독선은 여야를 떠나 백악관과 의회의 충돌을 먼저 야기하며 그의 정책은 제자리 맴돌기를 할 수도 있다. 이대로 가면 집권하자마자 사방에서 공격을 받으면서 지지도가 곤두박질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로널드 레이건이 되고 싶지만 결코 레이건이 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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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금융권을 거쳐 현재는 미국 Furman 대학의 교수직에 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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