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K-뷰티가 북미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관세 정책 변화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수입품 전반에 대해 '보편적 기본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 온 국내 화장품 기업들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ODM(주문자 개발 생산) 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화장품 수출 시장에서 북미의 비중은 지속 확대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2019년 기준 국내 화장품 수출의 61%를 차지했던 중국과 홍콩은 2023년 9월 기준 30%로 급감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8%에서 19%로 증가하며 주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 축소와 더불어 K-컬처, K-푸드의 인기가 K-뷰티로까지 이어지면서 북미 시장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예상되는 미국 관세 정책 변화는 북미 시장 내 K-뷰티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북미로 수출되는 국내 기초 화장품은 한미 FTA에 기반해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만약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10% 기본 관세가 실제로 도입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미 시장은 기초 화장품 위주로 수출이 이뤄지고 있어 관세 부과로 인한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현지 공장이 없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의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직접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납품가 상승으로 이어져 최종 소비자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익성 악화와 시장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북미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외연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북미 시장에서의 매출 증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고 있으며, LG생활건강은 미국 내 이커머스 채널 진출 확대를 통해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 설화수 등 주력 제품과 함께 서구권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는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를 중심으로 북미 시장에 진출해 왔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 빌리프, CNP 등의 브랜드를 통해 북미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아마존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의 판매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양사 모두 현지 공장이 없다는 점에서 관세 도입 시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는 ODM 기업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물론, 국내 브랜드 업체들의 수주 요청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혜 기업으로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이 거론된다. 두 기업은 이미 미국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이다. 코스맥스는 현재 미국 뉴저지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제1공장이 있고, 내년 하반기 미국 내 두 번째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화장품 ODM 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 정책이 도입될 경우, 미국 내 공장이 있는 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것”이라며 “미국 내 공장을 보유한 기업에 국내 브랜드 업체들의 수주 요청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콜마의 경우, R&D는 국내에서 진행하지만 제품 생산은 파트너사의 요청에 따라 공장이 있는 미국, 중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납품가 상승 부담은 브랜드 기업이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이를 상쇄하려면 ODM 기업과의 협력 및 비용 효율화가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북미 소비자들이 K-뷰티 제품에 기대하는 우수한 품질과 혁신을 유지하기 위한 R&D 강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생활산업과 김주덕 교수는 “트럼프 정권의 관세 정책이 화장품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최근 업계에서도 새로운 방향 설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현지 내에 공장을 보유한 ODM 기업들이 관세 측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우 미국 내 현지 생산 기업에 수주를 맡기거나, 법인 진출, M&A 방식을 통한 기업 인수 등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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