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TRS’ 악용한 채무보증 탈법행위 막는다

공정위, 대기업 ‘TRS’ 악용한 채무보증 탈법행위 막는다

이데일리 2024-11-19 10: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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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앞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이 계열회사간 총수익스와프(TRS) 등의 파생상품을 사실상 채무보증처럼 악용하는 시도가 원천 차단될 전망이다.

TRS는 거래 당사자가 주식, 채권 등에서 나오는 수익을 교환하는 파생상품으로 부실 계열사가 발행한 사채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우량 계열사가 보상하는 형태로 채무보증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TRS가 기업들에 대출처럼 활용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행위를 탈법행위로 규율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적용되는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 제정안’을 다음 달 9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19일 밝혔다.

(자료=공정위)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동반부실화와 여신편중 등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상출집단이 계열사끼리 하는 채무보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효성그룹과 2017년 SK실트론이 TRS를 악용해 계열사 및 사주 개인에게 변칙·우회적 지원한 행위가 적발되면서 규제회피 우려가 커졌다.

공정위는 이에 편법적 채무보증을 차단하기 위해 이번 고시 제정안을 마련했고 이 과정에서 TRS 등 파생상품의 효용, 거래 실질 등을 고려해 정상적인 TRS 거래가 위축되지 않도록 했다.

이번 고시 제정안은 TRS 등 파생상품을 통한 채무보증 탈법행위의 판단기준을 만들고, 구체적인 유형과 예시를 들어 탈법행위의 명확성과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여러 기초자산 중 △채무증권 △신용연계증권 △파산 등에 따른 신용변동(신용부도스와프)을 적용 대상으로 했다. 이들 3개 기초자산으로 설계된 파생상품은 채무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어서다. 다만 자본적 성격이 뚜렷한 △지분증권 △수익증권 등의 기초자산으로 설계된 파생상품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상출집단 소속 국내 계열사들이 채무적 성격을 지닌 기초자산으로 설계된 파생상품을 금융기관 또는 특수목적법인과 거래하면서 실질적으로 채무보증의 효과가 발생한 경우 탈법행위로 규율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대기업 소속 한 회사가 계열사가 발행한 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TRS를 금융기관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으로부터 매수하거나, 대기업 소속 회사가 발행한 사채를 금융기관이 인수하면서 계열사가 그 회사의 부도 등에 따른 채무불이행을 보상하는 내용의 파생상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매수인인 A사가 계열회사인 B사의 자금조달을 위해 거래한 점, 기초자산이 채무적 성격을 지닌 B사의 사채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같은 거래는 탈법행위로 판단했다.

(자료=공정위)


단, 전환사채와 같이 계약상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상태에서 전환권이 행사되면 사채였던 기초자산이 주식으로 바뀌는 실질을 반영하여 계약 기간 내 전환권이 행사된 경우는 제외했다.

앞서 한기정 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상출집단 소속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가 발행한 사채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TRS 등을 거래해서 실질상 채무보증 효과가 발생한 경우 탈법행위로 규율하는 내용이 고시에 담길 것”이라며 “탈법행위에 대한 판단기준과 함께 구체적인 유형·사례를 정해 TRS 등을 악용한 채무보증 탈법행위를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고시 제정안은 시장 혼란, 법집행의 불명확성 등을 해소하기 위해 제정일로부터 6개월 이후에 상출집단이 새롭게 계약한 파생상품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에 행정예고한 고시 제정안이 시행되면 상출집단이 TRS 등 파생상품을 채무보증 제한제도 우회수단으로 악용하는 탈법행위가 효과적으로 차단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한 기업들의 예측가능성 역시 높아져 파생상품을 통한 채무보증 탈법행위에 대한 억지력이 제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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