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DJWDKWDKBXELNNXEKWHVXOMWDJBXWONWXBKWDBKW…’
오타가 아니다. 산마리노 축구대표팀 소식을 팔로우하는 소셜미디어(SNS) 팬계정에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직접 작성한 글이다.
19일(한국시간) 리히텐슈타인 파두츠의 라인파르크 슈타디온에서 2024-2025 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 D 1조 6차전을 치른 산마리노가 리히텐슈타인에 3-1 역전승을 거뒀다. 산마리노는 승점 7점으로 같은 조의 지브롤터(승점 6)를 제치고 1위에 올라 네이션스리그 C 승격을 확정지었다.
산마리노가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 전반 40분 리히텐슈타인의 아론 셀레가 벼락같은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작성해 끝려갔지만 후반에만 3골을 넣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시작 1분도 지나지 않아 안드레아 콘타디니의 훌륭한 로빙 패스를 받은 로렌초 라차리가 감각적인 슈팅으로 1골 따라잡았고, 후반 21분에는 상대 핸드볼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주장 니콜라 나니가 마무리했다. 후반 31분에는 알레산드로 토시가 내준 컷백을 알레산드로 골리누치가 쇄도하면서 왼쪽 골문에 공을 밀어넣었다.
산마리노는 3-1 역전승으로 역사를 새로 썼다. 리히텐슈타인 원정에서 짜릿한 승리를 맛보며 FIFA 가입 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원정에서 승리했다. 또한 같은 나라를 연속으로 이긴 것도 최초다. 당연한 말이지만 네이션스리그 C로 승격한 것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경기 종료 후 산마리노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몇몇 선수들은 눈물을 흘렸다. 경기장을 찾은 몇 안 되는 팬들도 산마리노 국기를 흔들며 기쁨을 만끽했다.
로베르토 세볼리 감독은 "전반전을 1-0으로 마친 것은 축구에 대한 모욕이었지만, 소년들은 훌륭했고 그들이 이룬 것을 누릴 자격이 있었다"라며 선수들을 치하했다. 마르코 투라 산마리노 축구연맹 회장은 "이 소년들은 오늘 밤 역사를 만들었다. 사람으로서, 운동선수로서, 남자로서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다. 나도 소년들과 함께 울었다"라고 감격했다.
산마리노 SNS 팬계정도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평소 무승부만 거둬도 ‘주접’을 떠는 걸로 유명한데, 상기한 의미불명의 게시글을 올리는가 하면 인터넷 밈을 끌어와 난리를 피웠다. 우승이 아닌 승리 3번을 뜻하는 별 3개를 달기도 했다.
그럴 만도 하다. 산마리노는 FIFA 랭킹 210위로 최하위다. 독립적인 나라로 보기도 어려운 영국령 버질아일랜드, 미국령 버질아일랜드, 괌(미국령),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 앵귈라(이상 영국령)보다도 낮다. 바티칸처럼 이탈리아에 둘러싸인 내륙국으로 인구는 3만 3천여 명에 불과하다.
산마리노는 이번 승리까지 더해 216경기 3승 11무 202패로 패배에 익숙한 팀이다. 3경기 연속 득점이라도 나오는 날에는 ‘GOOOOOO(…)OOOOOOOOOL’이라며 광란의 파티를 벌이는데 200위 리히텐슈타인을 꺾고 197위 지브롤터와 무승부를 거두는 등 호투 끝에 네이션스리그 C에 진출했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사진= 산마리노 축구대표팀 팬계정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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