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씨제스스튜디오
최근 1주년을 맞은 그룹 휘브(WHIB)에게 ‘컬러’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지난해 11월 8일 데뷔한 후 발매한 3장의 싱글 앨범에 저마다 다른 ‘키 컬러’(Key Color)를 설정해 다양한 매력을 드러내왔다.
첫 번째 싱글 앨범 ‘컷-아웃’으로는 블랙 앤드 화이트로 카리스마를, 싱글 2집 ‘이터널 유스: 킥 잇’으로는 청량한 블루로 싱그러운 청춘을 표현했다. 9월 발매한 싱글 3집 ‘러시 오브 조이’의 시크한 보랏빛으로 펑키한 개성도 과시했다.
심지어 팀명마저 화이트(White)와 블랙(Black)을 합쳐 만들었다. 그런 만큼 휘브는 자신들의 지난 1년도 ‘회색’이란 색깔로 단숨에 정리했다. 1주년을 맞아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8명의 멤버들은 “우리가 하나로 섞여 한 팀으로 성장한 지금이 바로 흰색과 검은 색을 한데 섞은 회색 같기 때문이다”며 힘주어 말했다.
Q. 1주년 당일 팬들이 쓴 글들을 보며 울컥했다고. 팬들의 응원이 어떤 내용이었나.
이정 “원래 제가 눈물이 많은 편이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팬 소통 플랫폼을 열었어요. 그러다 ‘데뷔해줘서 고마워’라는 댓글과 마주치자마자 위험 신호가 왔죠. 하하!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팬들에게는 늘 밝은 모습만 보여주려 노력했어요. 그런데 팬들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의 속마음을 전부 알아봐주는 것 같아 고맙더라고요. 그때 옆에 유건이가 누워있어서 들키지 않으려고 조용히 불을 끄고 주르륵 눈물을 흘렸답니다.”
Q. 데뷔 쇼케이스 날이 생각나나.
제이더 “그럼요. 얼마 전 멤버들끼리 데뷔 쇼케이스 영상을 돌려보기도 했는걸요. 그런데 어우, 못 보겠더라고요. 손은 덜덜 떨지, 말은 자꾸만 실수하지…. 팬들 눈 쳐다보는 것도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제는 사전 녹화 현장에서 팬들에게 먼저 ‘밥 먹고 왔어요?’라며 말을 걸고, 농담도 하는 우리를 보면서 ‘좀 컸구나’ 싶었답니다. 확실히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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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 “도시마다 유명한 가수 분들의 노래를 커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지 팬 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직접 열심히 각 나라의 음원차트를 뒤져보면서 우리와 어울리는 노래, 팬들이 좋아할 것 같은 노래를 찾아 연습했어요. 팬 분들이 한국어로 소통하려 노력하고, 가사도 외워서 응원해주시는 것을 생각하면 더 노력해야죠.”
Q. 전원 한국인 멤버인데 해외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진범 “인홍이랑 제가 일본어를, 재하가 영어를 담당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외국어를 잘하는 다른 선배님들을 보면서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회사에 졸라서 일대일 수업을 받고 있어요. 일본어로 팀 내 톱이 되고 싶었는데 인홍이가 너무 잘해서 그건 못했어요. 하하. 최근에 일본에 갔을 때 열심히 공부한 일본어 실력으로 앤드(팬덤명) 분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겨 좋았어요.”
인홍 “전 연습생 생활을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해서 일본어에 익숙해요. 당시에 6개월간 독기로 1시간 반가량 걸리는 출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문법과 단어를 외웠어요. 스케줄이 있을 때도 일본어 선생님과 화상통화로 공부를 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재하 “전 영어유치원에 국제초등학교를 나왔어요. 초등학교 2학년 대 캐나다에서 1년간 짧게 어학연수를 다녀오기도 했고요. 조기교육의 힘으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어 부모님께 감사할 뿐이죠. 하하하!”
Q. 외국어 공부도 철저히 하는 걸 보면 글로벌 무대에 욕심이 큰 것 같다.
제이더 “혼자서 빌보드 차트를 열심히 챙겨보고 있어요. 휘브도 언젠가 빌보드 차트에 들어갈 날을 꿈꾸면서 말이죠. 최근에 에이티즈 선배님들의 ‘코첼라’ 무대를 봤어요. 멤버들끼리 ‘우리도 직접 쓴 곡으로 해외 무대에서 라이브로 선보이자’고 다짐했어요.”
Q. ‘자체제작돌’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나.
하승 “제이더와 제가 작곡을, 유건이와 이정이가 작사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서로 자존심이 있어서 70% 정도 완성되기 전까지는 절대 결과물을 안 보여줘요.(웃음) 평소에 서로 조언도 구하고, 녹음을 함께 해보기도 하면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죠. 언젠가는 저희가 쓴 곡들을 앨범에 실을 날이 곧 올 거라 믿어요.”
Q. 1년간 팀워크를 다진 비결은?
진범 “연습생 시절에 화합을 다지는 목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무조건 8명 전원이 모여 단체 저녁식사를 하는 걸 규칙으로 세웠어요. 식성이 서로 다르고, 워낙 바쁘다보니 함께 식사하기 여의치 않았거든요. 당시 메뉴가 찜닭이어서 ‘찜닭 팀워크’를 다졌죠.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찜닭 모임’을 해요. 최근 일본 프로모션 떠나기 전에 결의를 다지는 시간으로 치킨과 피자를 거하게 시켜서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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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 “‘기록을 세우는 아이돌’의 줄임말이에요. 평소에 시답잖은 장난을 치는 우리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서 별것 아닌 기록들을 세워보는 과정을 담아볼까 해요. ‘앤드’분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우리만의 ‘초딩매력’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진범 “스포일러를 좀 해달라고요? 가만. 우리가 기록을…세웠었나?”
재하 “애매해! 맞아, 이 단어가 딱 스포일러가 될 거 같은데요? 하하!”
Q. 1주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 휘브의 색깔이 궁금하다.
제이더 “그레이(회색)! 8명의 멤버들이 하나로 섞여 한 팀으로 성장한 지금이 흰색과 검은색을 한데 섞은 회색 같기 때문이죠.”
Q. 그렇다면, 멤버별로 ‘지금 이 순간의 노래’를 꼽아 달라. 평소 많이 듣거나 지금 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노래 등 어떤 것이든 괜찮다. 지금 이 순간을 잘 표현하는 노래는?
재하 “아직 정식 음원으로 발매되진 않았지만, 데뷔 쇼케이스 때 선보였던 팬송 ‘메이크 잇’(Make it)이에요. 노래에 ‘너와 함께 만들어갈 내일’이란 가사가 있는데 딱 지금의 우리와 ‘앤드’들에게 맞는 것 같아요.”
진범 “류이치 사카모토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라는 곡이에요. 좋아하는 피아노곡이기도 하고, 작년 데뷔할 시기에 자주 들어서 그 때의 계절과 감정을 새록새록 기억나게 하는 노래죠. 초반에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후반으로 갈수록 격렬한 음조로 바뀌어요. 그 노래를 들으면서 ‘이런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제이더 “피원하모니 선배님의 ‘새드 송’을 꼽을래요. 가사가 어떤 상황이 와도 전부 이겨내겠단 내용인데요, 그 노래를 듣고 무대에 올라간 적도 있어요.”
이정 “엔하이픈 선배님의 ‘오렌지 플라워’를 정말 좋아해요. 일본 프로모션을 갔을 때 꽃집에 들러서 오렌지 꽃을 샀을 정도예요. 세상이 너로 가득하단 내용의 가사가 ‘앤드’에게 들려주고 싶은 제 마음과 꼭 같거든요.”
유건 “우리의 싱글 1집 타이틀곡 ‘뱅!’이 빠질 수 없죠. 최근에 팬들에게 우리 노래 중에 어떤 걸 제일 좋아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많은 팬들이 ‘뱅!’을 꼽았는데, 이유가 11월에 향수병을 일으킨대요. 그 말을 듣고 저도 덩달아서 요즘에 반복 재생을 하게 됐죠. 저절로 지난해 11월 데뷔 때의 긴장과 설렘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더라고요.”
하승 “겨울이 다가오고, 올해가 지나가는 시점에 잘 어울리는 노래인 사샤 알렉스 슬론의 ‘올더’를 추천할래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는 감정의 변화에 대한 노래인데, 가사를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들어요. 또 휘브의 상황을 떠올리면 싱글 3집 활동을 마쳤지만, 또 다른 시작을 앞두고 있단 점에서 에이티즈 선배님들의 ‘멋’을 꼽겠습니다. 우리 휘브, 멋있으니까요!”
원준 “서리 선배님의 ‘헤어드라이어’라는 곡에 푹 빠져있어요. 가을 분위기에 잘 어울리고, 재즈 장르를 요즘 자주 듣고 있거든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 때 꼭 듣는 노래죠.”
인홍 “크러쉬 선배님의 ‘위드 유’라는 노래는 날이 추워질 때 꺼내듣는 곡이에요. ‘언제나 당신과 함께’라는 영어 가사들이 스케줄 모든 순간에 ‘앤드’와 함께 하는 우리와 딱 맞아떨어져요.”
Q. 미래의 휘브를 꿈꿔보자. 어떤 그룹이 되고 싶나.
원준 “2024년, 2025년 등 특정 연도를 말했을 때 그 시대를 대표하는 곡을 가진 그룹이 되고 싶어요.”
이정 “지드래곤 선배님을 보면서 꿈을 키웠는데 우리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꿈을 심어주는 사람이 되면 멋질 것 같아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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