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남대천에서 모습 포착…유해조수의 안타까운 절규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강원 강릉 시내 한복판을 흐르는 남대천에서 평소 목욕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심상치 않은 민물가마우지의 몸부림이 눈에 들어왔다.
840㎜ 카메라 망원렌즈 속 민물가마우지는 처절했다.
민물가마우지는 낚싯줄에 목과 날개가 감기고 낚싯바늘은 삼킨 채 물고기 모양의 가짜미끼인 루어에 걸린 모습이었다.
죽어 물에 떠 있는 것처럼 물에 날개를 편 채 엎드려 한동안 있다가 갑자기 뛰어오르며 목을 심하게 좌우로 흔드는 모습을 계속 반복했다.
입에 문 가짜미끼 루어와 몸을 감고 있는 낚싯줄을 떨어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다가 힘이 빠졌는지 또다시 물에 날개를 축 늘어뜨린 채 물 위에 한참을 엎드려 있기도 했다.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었다가 다시 머리를 크게 흔들고 날갯짓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발로 부리에 붙어 있는 루어를 떨어내려는 듯 발을 부리 주변으로 계속 가져갔다.
물에서 몸부림치던 민물가마우지는 힘을 낸 듯 이번에는 모래톱에 걸려 있는 제법 큰 나뭇가지에 올라 다시 힘차게 날갯짓을 계속하고 목을 세차게 흔들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짜 물고기 모양의 루어는 부리 주변에 붙어 있었고 민물가마우지는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려 물속으로 뛰어들며 또다시 몸부림을 계속했다.
다시 나뭇가지로 올라가고 또다시 물로 뛰어내리는 행동은 반복됐다.
민물가마우지는 갈매기가 무리를 이루며 쉬고 있는 모래톱에서 세찬 몸부림을 하는 등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루어를 떼어내기 위한 행동을 이어갔다.
이런 몸부림에도 물고기 모양의 가짜미끼 루어는 여전히 부리에 걸려 목으로 이어진 상태 그대로였다.
오히려 낚싯줄이 목을 더 죄는 것처럼 보였다.
안타깝고 처절한 몸부림은 30분 가까이 계속됐고, 민물가마우지가 갈대숲 뒤로 모습을 감춘 뒤 한동안 기다려봤지만 더는 보이지 않았다.
미운털이 박혀 환영받지 못한 민물가마우지지만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이 민물가마우지는 몸에 엉킨 낚싯줄과 물고기 모양의 가짜미끼 루어를 평생 달고 살거나 삼킨 바늘 때문에 먹이활동마저 못 하게 되면 죽게 될지 모른다.
어족자원의 씨를 말리는 골칫덩이가 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민물가마우지.
지난 3월부터 평창 등 강원도 내는 물론 전국에서 포획이 확대되며 퇴치의 대상이 됐다.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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