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677조 원 규모의 2025년도 정부 예산안 증·감액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여야 모두 민생을 강조하며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정부안을 최대한 관철시키려는 국민의힘도, 대통령실을 비롯한 권력 기관 예산의 대폭 삭감을 예고한 더불어민주당도 민생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예산 심사 방향을 '이재명 대표 방탄예산'으로 규정하고 삭감하는 한편 민생예산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상징적 예산과 권력기관 예산 삭감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野, 권력기관 예산 삭감.. 지역화폐·고교무상교육 예산 증액 추진
국회는 18일부터 25일까지 예산 항목별 세부 증감액을 검토하기 위한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 심사에 돌입한다. 소위는 각 상임위에서 1차 심사한 예산안을 취합해 다음달 본회의에 부의할 예산안을 다듬는다.
이번 심사는 그간 상임위별로 실시했던 예비 심사 결과를 토대로 진행된다. 앞서 국회는 법제사법·외교통일·국방·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국토교통 등 7개 상임위의 예비 심사를 마쳤다.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권력기관 예산 삭감이다. 민주당은 사용 내역이 증빙되지 않는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전액 삭감하고, 이외 부처도 50% 이상을 감액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법사위는 지난 8일 심사에서 검찰과 감사원의 특경비를 전액 삭감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으며, 18일에는 검찰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587억 원 전액 삭감 등의 내용이 담긴 2025년 법무부 예산안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 비상금인 '예비비'도 삭감했다. 앞서 기재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는 지난 13일 정부가 올해 대비 14.3% 늘려 편성한 4조 8000억 원 규모의 대통령실 예비비를 절반으로 삭감하는 안을 야당 단독 의결했다. 또한, 대통령실·경호처에 대한 대규모의 예산 삭감도 예고한 상태다.
이밖에 민주당은 개식용 종식법, 마음건강지원사업 관련 예산 등 김건희 여사가 관심을 보인 사업 예산 삭감을 시도하고, 대신 고등학교 무상교육, 지역화폐 등 민생 예산은 증액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10조원 규모의 지역화폐 발행을 위해 예산 2조원 투입을 주장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고에 남아 있는 예비비 중 2조원을 동원해 지역화폐 10조원을 추가로 발행하도록 하자"며 "이는 할인율 20%를 적용한 것인데, 10%를 적용하면 1조원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고교 무상 교육 국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한다"며 "민주당은 고교 무상 교육과 관련해 국비 지원이 계속될 수 있도록 지방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 민주당은 철저한 예산안 분석과 대응으로 윤석열 정부의 교육 퇴행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與 "이재명 방탄목적 예산 삭감 저지.. 34개 민생예산 증액할 것"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예산 삭감을 이재명 방탄목적이라 규정하고 34개 민생예산을 증액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8일 민주당을 향해 "국회 다수당의 힘을 더 이상 이재명 대표 방탄에 쏟아붓지 말고 민생 국회와 예산 국회를 만드는 데 써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민생법안으로 △금융투자세 폐지 △반도체 특별법 제정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 제정 △딥페이크 방지법 △북한 오물 풍선 피해복구 지원법 등을 거론하며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 구자근 의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2025년도 예산안 심사방향 브리핑'을 진행했다.
김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회 예산안 예비 심사에서 검찰·경찰 등의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한 것을 '보복성 삭감'이라 비판하며 "이재명 대표 방탄을 목적으로 한 일방통행식 '묻지마 삭감' 예산은 인정될 수 없고 정부안대로 되돌려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개 분야 주요 34개 민생사업의 예산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연계한 중소기업 판매대전을 열고, 특별구매 환급행사를 도입해 중소기업 판로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명절 기간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실시해 전통시장·소상공인 매출 신장에 기여하고, 출산 후 육아휴직 대신 육아기 재택근무를 선택하면 장려금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또, 3자녀 이상 가구는 승합차 등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고 아이 돌봄서비스 이용 시 자부담을 추가 경감하기로 했다.
지역에는 노후 SOC 시설 등을 개·보수해 안전성을 강화하고 지하차도 침수 예방 진입 차단시설 설치, 보행자 가드레일 보강 예산을 대폭 증액해 국민 생명 보호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밖에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투자 리딩방·피싱 등 악성 사기, 마약, 사이버 도박 등 4대 민생침해범죄 척결 사업 예산도 증액할 계획이다.
한동훈 "민심에 맞게 변화 쇄신" "예대 마진 줄이고 대출이자 낮춰야"
여야 대표들도 저마다 민생을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동훈 대표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는 (이 대표 1심 선고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거나 오버하지 않고 민심에 맞게 변화와 쇄신하고 민생을 챙기겠다"고 썼다.
이후 다음 날인 18일 중소기업 단체를 만나 중소기업 경영인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한 대표는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더 내려갈 수도 있는데도 기업이나 가계가 부담하는 대출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 차이가 이렇게 크게 오래 지속되게 되면 가계와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며 "예대마진을 줄이는, 대출이자를 낮추는 방향의 움직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또 "저출생 대응을 위해 일과 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육아휴직 활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체 인력 풀을 구성하고 기업이 금전적 부담을 덜도록 육아 휴직 시 대체인력금 지원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파견근로자 사용 시에도 대체인력금을 지원하고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 국세청 정기 세무조사 유예 등 인센티브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개인적으로 정치의 목표는 결국 '성장해서 복지를 하겠다는 것', '성장을 도구로 우리 모두를 위한 복지를 하겠다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예전처럼 단순히 미래를 위해 희생하고 성장하자는 것에는 우리 국민들, 젊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한국무역협회 회장 접견·주식 투자자 간담회 등 민생경제 주력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민생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오는 20일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 투자자와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주식, 수출, 소상공인, 교육 등 분야별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 대표는 오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인근 카페에서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 참석한 후, 이날 오후에는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만난다. 다음날(21일)에는 전국상인연합회 간담회에 참석하고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영동시장을 방문한다.
또 이 대표는 오는 27일 민주당이 국비 지원 복원을 주장하고 있는 '고교 무상교육' 제도를 확인하기 위해 학교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이 대표는 16일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여러분 얼마나 힘드시냐. 먹고 살기도 힘들고, 불안해서 힘들고"라며 "이재명에 힘내라 하지 말고 여러분이 힘 내셔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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