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도착하자마자 부모님이랑 여동생이랑 소리지르면서 싸우고 있길래 뭔가 했더니 여동생이 동덕여대 시위 참여했던 거...
솔직히 말하면 난 얘 동덕여대인 것도 몰랐음 어떻게 친동생인데 모를 수가 있냐면서 믿기지 않을 수 있겠지만 정말 놀랍게도 사실이야... 왜냐면 얘 태도가 어렸을 때부터 좀 싹바가지가 없었어서 몇번 내가 혼냈는데 반항끼만 늘어나더라구... 그래서 진작에 포기했거든. 어느 순간부터 말도 거의 안 하고 그냥 남처럼 지냈어. 그냥 서로 등하교할 때 인사만 살짝 하는 정도?
나 군입대 한 날도 약속 있다면서 안 왔던 애야. 부모님이랑 셋이 가서 입대식 했는데 딱히 서운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 남처럼 지낸 기간이 워낙 길기도 했고 나도 얘 중, 고등학교 졸업식 등 한번도 간적 없었던 지라... 대학 뭐 갔는지도 물어보질 않았고 관심도 없었어. 그냥 어디 대학 합격했다고 부모님한테 자랑스럽게 말하길래 '재수는 아니구나...' 하고 말았지.
그러고는 시간이 흘러 내가 군입대 후 훈련소 수료하고 2박 3일 휴가 나왔을 때 오랜만에 가족이랑 다같이 외식하자 그러는데 왠일로 이년이 밥먹겠다 한 거임. (같이 밥먹자 해도 항상 거절하고 밖에서 친구들이랑 먹거나 방 들어가서 혼자 먹음) 그래서 식사하는데 물론 동생과의 대화는 거의 없긴 했지만 그래도 안부 정도는 주고 받았지. 나한테 '훈련소 힘들었냐든지... 선임들은 어떻냐는지...' 그래서 괜찮았다고 하고 나도 너도 대학생활 어떻냐라고 물어봤더니 재밌게 생활하고 있다라고 하더라고. 그래도 얘가 밖에서는 멀쩡히 사교성 있게 잘 하는구나 싶었지.
그러고 들어가서 자대 배치받고 복무하다가 휴가를 나왔어. 현재 시점으로 온 거야. 전술했듯이 부모님이랑 동생이 싸우고 있길래, 뭐지??? 싶었는데 동생이 시위를 참여했던 거지. 그거 알자마자 머리 속에서 진짜 유리 깨지듯이 와장창! 그런 느낌이 나더라고. 시위 나간 거 자체는 며칠 전부터 부모님이 아셨어, 근데 얘가 부모님한테 자긴 그냥 플랜카드만 들고 있고 이상한 거 안 한다 그런 식으로 말했나봐. 근데 이제 배상금 견적이 막 여기저기서 나오고 학교 측에서도 강경대응하려고 하고 있으니 이년이 정신 번뜩했는지 부모님한테 '자긴 진짜 안 하려고 했는데 학우들이 하도 부추겨서 락카칠 조금 했다' 라고 혹시 모르니 알고 있으라고 말한 거야.
당연히 안 그래도 불안해 하던 부모님은 그 소리 듣자마자 극대노 하신 거지. 특히 아버지가 매우. 내가 집 돌아왔을 때 싸움이 막 과열되기 시작한 시점이었어. 아버지가 '너 지금까지 먹여주고 재워주고 한 것도 다 내가 한 건데, 남자랑 학교 다니는 게 그렇게 싫냐!' 하면서 소리 지르시더라고. 근데 얘도 한 마디도 안 지고 바락바락 대들더라고, 내가 세상에 나오고 싶어서 나왔냐느니... 부모라는 사람들이 이런 일 가지고 자식을 죽일 놈 취급하냐느니... 듣다보니 나도 열받아서 야!!! 소리지르고 "이게 집안 망신에다 거덜낼 짓 쳐 해놓고 어디서 적반하장이야!" 라고 함. 그니까 얘가 눈 부라리면서 "아 씨발 닥쳐! 왜 갑자기 집에 돌아와서는 참견이야, 군바리 새끼가!" 라고 받아치는 거임.
그 말 듣자마자 눈 돌아가서 돌진함. 근데 아버지가 꼴에 자식이라고 필사적으로 날 막음. 아버지가 나 안 막았으면 진짜 농담이 아니라 이년 패죽였을 거임. 그러니까 눈물 조금씩 흘리더니 집 나가버림. 나갈 때 "뭘 잘했다고 질질 쳐 짜고 있어!" 라고 외쳤음, 하도 악 받아서.
그러고는 조금 있다가 집 계속 안 들어오고 전화도 안 받길래 어머니가 이년 찾으러 나가심. 아버지는 그냥 냅두라고 하는데 그래도 딸이라서 그런지 그냥은 못 냅두겠나 봐. 아버지는 소파에 앉아기대서 눈 감고 계시고 나도 지금까지 군복 안 벗고 계속 침대에 누워서 동덕여대 사태 관련 글만 계속 봤음. 답 안 나오더라.
군대 있을 때 이 사건 접했을 땐 동기들이랑 그냥 먼 나라 희극 보듯이 "저런 병신같은 년들이 다 있누~" 하면서 웃으면서 내 일 아니라는 듯이 있었는데 진짜 존나 착잡하다 씨발... 휴가 나와서 비록 짧은 일수지만 게임 뭐 할지랑 뭐 먹을지랑 플랜 알차게 다 짜놨는데... 씨팔... 존나 걱정만 된다, 지금 상황에선... 복구 예상 피해액 54억이라는데... 하... 씨팔 개같은련 락카는 왜 쳐뿌려가지고... 우리 집 딱히 잘 사는 것도 아닌데...
내 잘못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내가 너무 지나치게 무관심했나 싶은... 왜냐면 우리 부모님은 나를 차별하면 차별했지 얠 차별하진 않으셨거든, 절대. 딸이라서 옷이나 이런 거도 더 비싼 거 사 입히고 난 어렸을 때부터 덩치가 있었고 패션에 딱히 관심이 없어서 그냥 아빠 옷 물려입고 그랬었는데... 왜 저렇게 된 거지... 근데 가끔씩 대화했을 때나 부모님이랑 대화하는 거 들으면 절대 남혐할 애는 아닌 거 같았는데... 얼굴도 내 동생인 거 감안해도 생각보다 괜찮게 생긴 편임. 흔히들 페미할 거 같이 생긴 애들처럼 절대 그렇게 안 생겼음. 중고등학교도 공학 나온 년인데 대체 왜 그리 된 거지? 왜? 좆같네 씨발
하... 골 아파서 두서없이 쓴 얘기 읽어줘서 고맙다... 딱히 쓸데가 여기밖에 없어보여서 찾아와서 글 남김.
근데 아버지 이제 60 다 되가시는데 아직도 힘 뒤지게 세시더라... 소싯적에 씨름하셨어서... 키는 별로 안 크신데. 나도 어디가서 힘 약하단 소린 안 듣는데 각잡고 날 막으시니까 못 뚫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