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 현장을 취재한 기자가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에게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경찰에 입건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호처는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골프장에서 암살 시도가 있었다면서 경호상 적법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언론계와 야당은 일제히 언론탄압 입틀막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CBS 언론노조 "강제로 휴대전화 뺏아" vs 경호처 "1차 제지 후 숲속에 은신.. 위험 상황"
앞서 CBS노컷뉴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군 골프장인 태릉체력단련장(태릉CC)에서 골프를 친 사실을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당시 취재기자가 금지 구역이 아닌 골프장 울타리 밖에서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기다리던 중 경호처 직원들로부터 휴대전화를 빼앗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언론노조 CBS지부에 따르면 경호처 직원이 기자에게 다가와 촬영을 막으면서 소지품 검사와 임의동행 등을 요청했고 거절당하자 강제로 휴대전화를 빼앗아 갔다고 한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기자에게 건조물침입죄 혐의가 있다며 입건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기가 막힐 일이다. 전무후무한 '와이프 정권', 'V0 정권' 윤석열 정권에서 기막힐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지만 정상적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즉각 해당 기자에게 사죄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경찰 수사도 당연히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경호처는 18일 "적법한 경호안전 활동에 관한 왜곡된 판단과 보도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냈다.
경호처 관계자는 이날 언론에 "지난 9일 현장 근무자들은 신원미상 인원들을 정문 부근에서 발견해 촬영을 제지하고 이미지 삭제 조치를 취했다"면서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들은 1시간여 뒤 정문을 통과해 숲속에 은신한 상태에서 촬영을 지속했다. 현장 근무자들이 다가서자 도주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차 제지 이후 2차 숲속 은신까지 감행한 것은 경호 위해 상황이 명백하다"며 "일각에서 합법적 취재에 관한 과잉 대응을 운운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관련 법률과 규정 등에 따라 적법하게 조치했다"고 강조했다.
경호처 관계자는 지난 9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시도 사례까지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경호대상자 절대안전 보장에는 어떤 예외도 있을 수 없다"며 "지난 9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골프행사 중 골프장을 향해 총구를 들이댄 무장 용의자를 경호팀이 발견해 교전을 벌인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경호처 직원이 강제로 휴대전화를 뺏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8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기자가 (휴대전화를) 빼앗겼다고 했는데, 경호관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런 강제성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중이며 현재까지 입건한 대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기자협 "취재기자 겁박, 언론자유 침해" 野 "언론탄압 입틀막 멈추라"
대통령실 경호처와 경찰의 해명이 나왔으나 언론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기자협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권력의 겁박과 거짓 해명은 진실을 가릴 수 없다"며 "기자의 휴대전화 강탈과 경찰의 입건으로 언론의 사명이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CBS 기자에 대한 대통령 경호처의 잘못된 대응과 경찰 입건에 분노한다"며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해당 언론사에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실의 사과와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공보단도 같은 날 "국정 동력을 상실한 윤석열 정권이 결국 공안 정국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명백한 언론탄압이자 취재 방해라고 비판했다.
공보단은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의 골프에 관한 연이은 거짓 해명으로 정치적 논란을 자초해 왔다"며 "대통령의 골프가 국익을 위한 일인지 아니면 사적 유흥인지 확인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언론의 검증이고, 따라서 언론사가 대통령의 골프 현장을 취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언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호처는 현장에서 언론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로도 경호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취재기자의 핸드폰을 강탈하고, 심지어 입건까지 한 것은 경호의 이름으로 취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최근 골프채를 잡은 것이 트럼프와 외교를 위한 준비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이후 여러차례 골프장을 찾았는데 부천 화재참사 추모 기간이나 한미연합훈련, 평양 무인기 침투 등의 상황에서도 골프장을 찾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은 이규원 대변인은 17일 논평에서 "이러한 소동이 있은 다음 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8년 만에 골프채를 잡았다. 윤 대통령이 주위의 조언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과의 골프 외교를 위해 최근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물론 거짓 해명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인 군 장병의 골프가 금지된 한미연합훈련 기간에도, '부천 호텔 화재 추모' 기간에도 골프를 친 정황이 드러났다. 군 통수권자가 전군이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망중한 '작대기질'을 하고 있었다니 한심할 뿐"이라며 "대통령도 골프 칠 수 있지만, 대통령실의 습관적 거짓말은 정말 문제이고 오히려 일을 키우고 있다. 국민들이 거짓말하는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겠나,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권의 말로는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野 "尹 골프 시점 부적절" 대통령실 "군통수권자가 군 시설서 운동, 문제 없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8월 이후 7차례에 걸친 윤 대통령 골프 시점을 일일이 언급하며 문제삼았다.
그는 지난 8월 24일 윤 대통령의 군 골프장 방문 제보를 거론하며 "불과 이틀 전 부천 호텔에서 큰 불이 났었다"며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애도해야 할 추모기간에 골프를 즐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시기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기간이다. 현역 군인들에겐 골프 금지령이 내려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10월 12일 골프도 국군통수권자로서 매우 부적절했다. 하루 전인 11일 북한은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침투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군에는 대비태세를 유지하라는 명령과 골프 자제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또 윤 대통령이 지난 2일과 9일 골프 친 사실을 언급하며 "불과 이틀 전인 10월 31일, 공천개입 정황이 담긴 대통령의 육성이 공개되며 국민적 분노가 본격적으로 치솟았다"며 "11월 4일엔 국회를 무시하며 시정연설에 불참했고, 7일엔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께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틀 후인 9일 또 골프를 즐겼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통해) 국민과 국회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자세를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언론에 "주말 비공개 일정에 대한 악의적인 공세에 유감을 표한다"며 "군 통수권자가 군 시설인 군체력단련장에서 운동하는 것은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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