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일보] 이철완 기자 = "준희가 사라진 지 20일이 넘어가요" 계모 B 씨(35)로부터 딸이 11월18일 실종됐다는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같은 날인 2007년 12월 8일 전라북도 완주군, 당시 준희를 함께 키우던 양할머니이자 B 씨의 친모 C 씨(61)도 "애가 자주 혼자 밖을 나갔다. 이번엔 잠시 내가 외출하고 돌아오니 준희가 없었다. 당시 별거 중인 사위 A 씨(36)가 그 사이 아이를 데려갔을 거라고 생각했다"라는 발언으로 다시 한번 경찰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실종에만 초점 맞춘 경찰…신고 일주일 지나서야 공개수사로 전환
가족들의 주장에 따라 실종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어떠한 작은 단서도 찾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가족들의 신고가 일주일이 지난 12월 15일이 돼서야 준희 양의 수사를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했다. 그 시점 매스컴에서도 대대적인 보도를 했고,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경찰은 사라진 준희 양을 찾기 위해 인력을 총동원했다. 가족이 주장한 실종 날짜부터 연락이 걸려 온 날짜까지 총 20일간의 주변 CCTV 영상을 분석했다.
이 기간 100여 명의 형사를 포함 3000여 명의 경찰력이 동원돼 주변 저수지와 야산 등까지 샅샅이 수색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5살 준희 양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가족들 의심하기 시작한 경찰 '양육인의 범죄 가능성' 프로파일러 분석
이때부터 경찰은 실종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아이가 실종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에만 수사를 의뢰한 B 씨와 C 씨가 별거 중인 A 씨에겐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큰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또 그 시기 준희 양을 목격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점, 집에 타인이 침입한 흔적이 전혀 없었던 점, 준희 양이 5월쯤부터 생활 반응이 이상하리만치 없었던 점 등 모든 부분에서 경찰은 가족들의 행동에 큰 의문을 갖기 시작하며 수사의 방향을 전환한다.
12월 19일 경찰은 일가족의 동의를 얻어 DNA 시료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함과 동시에 신고포상금 500만 원을 걸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용의자를 확정할 수 없었고 그렇게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질 수 있었던 시기 '양육인의 범죄 가능성이 높다'는 프로파일러의 분석이 나왔다.
A, B, C 씨 피의자 신분 전환…친부 집에서 준희 양 혈흔 발견
12월 22일 경찰은 계속해서 신뢰성 없는 진술로 일관한 A, B, C 씨 모두를 피의자 신분 전환 한 뒤 그들의 자택 두 곳을 압수수색 했다. 마침내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과수 분석 결과 누군가 급히 지운 듯한 형태였던 A 씨 거주지의 아파트 복도서 발견된 검붉은 얼룩이 혈흔으로 확인된 것. 이에 더해 혈흔에선 A 씨와 B 씨, 준희 양의 DNA가 섞여 검출되며 경찰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하게 된다.
이제 경찰은 양할머니 C 씨에게 '스모킹 건'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며 수사의 강도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C 씨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강력하게 거부했고 A, B 씨 역시 경찰이 제안한 거짓말 탐지기, 법최면 조사에 모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내가 딸 죽인 뒤 유기했다" 친부의 자백…A, B, C 모두 구속
경찰이 포위망을 좁혀오던 12월 28일, A는 마침내 자신이 딸 준희를 유기했다는 자백을 했다. 경찰은 "지난 4월 아이의 시신을 군산의 한 야산에 유기했다"는 내용에 따라 수색을 진행한 결과 29일 오전 4시쯤 해당 지역에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던 준희 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국과수로 옮겨져 부검을 마친 뒤 12월 30일 오전 화장된 후, 조촐하게 영결식이 치러졌다.
그렇게 고준희 양은 짧은 인생을 마감했다.
경찰은 같은 날부터 31일 이틀에 걸쳐 이들 3인을 모두 구속했다.
딸의 선천성 질환 치료 외면한 A, B…친아들과 싸우면 더욱 가혹하게 체벌한 계모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들이 수개월에 걸쳐 써 내려간 흉측한 시나리오를 종합하면 준희 양은 2017년 1월 25일 친모로부터 넘겨진 이후 태어날 때부터 앓고 있던 질병이었던 선천성갑상선기능저하증에 대한 치료를 전혀 받지 못했다. 병원은커녕 약조차 먹지 못하며 이들에게 처절하게 외면당한 5살 준희는 자연스레 성장 발육도 또래들보다 확연히 느렸고, 감염과 통증에 대해서도 둔감했다.
그뿐만 아니라 A, B는 몸이 아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밥조차 제대로 삼키기 힘든 준희 양에게 '훈육을 한다'는 이유로 툭하면 발길질을 해댔고, 특히 B 씨의 두살 위 친아들과 다툴 때 준희 양은 더욱 가혹한 체벌을 받았다.
구타로 인해 사망전까지 기어다니며 생활한 준희…복부 짓밟아 사망 이르게 한 친부와 계모
준희 양에 대한 학대가 더욱 가혹해지기 시작했던 2017년 4월, A는 다리를 바깥으로 구부리고 무릎을 꿇은 자세로 앉아 있던 준희 양의 발목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며칠 뒤 종아리와 허벅지까지 검게 부어올랐고 전신에 수포가 생겨 제대로 걷지 못한 채 방바닥을 기어다닌 준희를 이들은 또 다시 폭행했고, 결국 준희 양은 사망하기 전까지 제대로 걷지 못한 채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지내야 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병원에 데려가거나 어떠한 치료조차 하지 않고 방치했고, 친부 A는 준희 양이 숨지기 전날인 25일 퇴근한 뒤 거실에 있던 준희 양의 옆구리와 가슴 등을 발로 여러 차례 걷어차며 화풀이를 했고, 이를 본 B 는 말리기는커녕 준희 양을 바닥에 내팽개친 뒤 또 다시 발로 짓밟아 갈비뼈 3개를 부러뜨렸다. 결국 이때 부러진 갈비뼈가 복부 내 비장 등 장기를 손상시켜 복강내 출혈로 준희 양을 사망에 이르게 만든 결정적 사인이 됐다.
딸 사망 뒤에도 생일상 차리며 이웃 속이며 '연극', 양육 수당까지 꾸준히 챙겨
결국 4월 26일 호흡곤란을 호소하던 준희 양은 사망했고, 다음 날 새벽 A와 B는 군산시의 한 야산에 딸을 암매장했다. 하지만 며칠 뒤 이들은 큰일을 해결이라도 한 듯 펜션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후 3개월여 뒤인 7월 21일 준희의 생일 전날에는 아직 딸이 살아있는 것처럼 케이크를 사고 미역국까지 끓이며 이웃들을 속이기 위한 연극까지 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망한 달인 4월부터 12월까지 양육 수당을 신청하며 허위 실종 신고를 위한 준비까지 했으며, 12월 8일 112에 신고 전화를 하며 자신들의 9개월간 준비했던 계획을 실행에 옮겼지만, 결국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모든 것이 가짜였음이 탄로 나고 만다.
2019년 5월 9일, 대법원은 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A에게는 징역 20년, 동거녀 B에게는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B 의 모친인 C도 징역 4년을 그대로 선고받았다.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그들은 결국 또다시 사회로 나오게 된다.
Copyright ⓒ 내외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