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박호형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과 이경심, 하성용 의원. 제주도의회 제공
[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가 2026년 7월 기초자치단체 출범을 위해 정부에 건의한 '연내 주민투표'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내년에도 20억원이 넘는 예산을 행정체제 개편에 투입할 것으로 예고하면서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18일 제주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제주자치도 특별자치행정국,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 등을 상대로 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 따르면 제주도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조직설계 용역 5억5000만원 등을 비롯해 13개 사업에 21억6000만원을 편성했다. 앞서 지난해 15억원을 들여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공론화 용역을 추진했던 제주도가 또 다른 용역비를 반영한 것이다.
이경심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이날 행정자치위 회의에서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경제가 어렵고 민생이 힘들어도 해야 하는 것은 할 수밖에 없지만 '이걸 꼭 지금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있다. 작년에 용역을 할 때 할 수는 없는 거였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강민철 제주자치도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장은 "지난해 연구용역에선 계층 모형을 결정하기 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이게 확정된 뒤에 사무 배분이 이뤄지고 그 결과에 따라 조직 설계가 이뤄지는 순서가 있다"며 용역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제주도의 주민투표 건의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아직 답하지 않은 시기적 문제가 재차 지적됐다.
이 의원은 "(정부로부터) 주민투표 요구안이 들어오지 않고 행정체제 개편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마음이 있다"며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자치도가 3개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출범을 목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최근 이른바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이 발의되며 뒤늦게 잡음이 이는 것을 놓고는 바로 이전 공론화 용역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김한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이 대표 발의한 이 법률안은 기초자치단체 설치에는 찬성하지만 제주시를 두 개로 나누는 것에 반대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보다 앞서 같은 당 소속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이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내용으로 한 법안을 발의한 것과도 대조적인 행보다.
하성용 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 안덕면)은 "공론화 과정에서 국회의원 의견을 묻지 않았나"라며 "작년도 (용역) 과업지시서를 보면 도의원, 지역 국회의원 등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럼에도 위성곤 의원과 김한규 의원의 법안이 별개로 나왔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통 부재"라면서 "이전에 충분한 논의가 있었으면 국회의원이 한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아쉬운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호형 행정자치위원장(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일도2동)도 "정무 라인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행정체제 개편을 위해 양 행정시를 포함해) 43명으로 방대한 조직을 꾸렸지만, 행정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모두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 단장은 행정의 역할 한계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국회, 정부, 국무총리실 등과 61회에 걸쳐 절충해 왔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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