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쏘아올린 IRA 폐지 논란…“폐지 현실화 가능성 낮아”

머스크가 쏘아올린 IRA 폐지 논란…“폐지 현실화 가능성 낮아”

한스경제 2024-11-18 15:00: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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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일부 트럼프 측근들은 머스크의 영향력 증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일부 트럼프 측근들은 머스크의 영향력 증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혀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긴장하고 있지만 실제 폐지까지 이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의회 승인의 어려움, 공화당 내부의 반대, IRA를 통한 경제적 이익과 일자리 창출 부각 부담감, 전(全)산업계의 보조금 폐지 반대 등이 현실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18일 외신,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트럼프 당선인의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을 지지하는 입장을 정권인수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기차 보조금 폐지 입장을 회사 측을 통해 전달해 정책으로 반영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전기차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테슬라가 보조금을 줄여 자신들의 경쟁력은 더 높이고 이를 통해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려는 전략이란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 7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테슬라 판매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경쟁사들에게는 더 치명적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테슬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그동안 전기차 보조금 폐지 원칙을 고수해 왔다.

업계가 머스크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꽤 큰 편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부 트럼프 측근들이 머스크의 영향력 증대에 대해 혼란스럽고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임명하는 등 그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정부효율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새롭게 창설된 부처로, 정부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낭비되는 지출을 점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과거 머스크는 “정부효율부에서 일하면 미 연방정부의 예산을 최소 2조달러(2789조원) 삭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가 정부 예산 삭감 목표치로 제시한 2조달러는 2024년 회계연도 미 연방정부 지출액(6조7500억달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다만 머스크는 단순히 전기차 보조금 폐기만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산업 보조금 전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이 실제 정책으로 어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머스크의 입장과 생각대로 산업 보조금을 폐지하면 전산업군에서의 대규모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IRA 말고도 반도체,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 농업, 에너지산업, 우주, 의료‧바이오 산업 등 전방위적인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자마자 정치적 부담을 감안하면서까지 산업 보조금을 폐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일부 트럼프 측근들은 머스크의 영향력 증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일부 트럼프 측근들은 머스크의 영향력 증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따라서 IRA 폐지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들은 여러 정치적, 경제적 요인으로 IRA의 폐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당장 어려운 부분이 의회 승인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상원에서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60석이 필요한데, 공화당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해 예산조정권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는 연간 1회로 제한돼 있어 IRA 폐지에 사용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부에서의 반대도 예상된다. 지난 8월 앤드류 가바리노 의원을 포함한 18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이 마이클 존슨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IRA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지 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IRA가 기업들에 중요한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만큼 이를 폐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IRA의 혜택을 받고 있는 기업의 대다수가 공화당 소속 의원들과 관계가 깊어 IRA 법안 폐지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트럼프 당선인과 가장 친밀도가 높은 정유사들도 IRA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이라 트럼프 당선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엑손모빌과 셰브런 등 대형 정유업체들은 현재 IRA를 통해 저탄소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저탄소 기술에 300억달러(41조784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어서 IRA가 폐지되면 향후 사업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보다 현실적인 전망은 IRA를 비롯한 산업 보조금을 축소하는 방안이 꼽힌다. 의회 동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부 권한 행사를 통해 보조금을 축소하는 방향이다. 예를 들어 전기차의 경우 전기차 세액공제 수혜 차종 숫자를 줄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IRA 폐지를 주장했던 이유는 IRA에 따른 정부 재정 투입 규모가 정책효과에 비해 너무 과도했다는 점”이라며 “IRA나 보조금의 전면 폐지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행정부 권한 행사를 통해 보조금을 축소하는 방안은 현실 가능성이 꽤 높아 이 같은 정책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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