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새 단장…19일부터 예약 관람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게 뭐예요?", "손 넣어서 만져도 돼요?"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전시실. '톡톡, 문화유산 마음 열기'라고 적힌 테이블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노란색 덮개를 올린 곳에는 정교한 선이 새겨진 청동 거울이 있었다. 손으로 직접 거울 표면을 만져 본 한 아이는 '무늬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눈을 크게 떴다.
한참 고민하다가 손을 넣은 아이는 "거칠거칠해"라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새로 문 열었다. 행복, 슬픔, 놀람 등 '마음 친구'와 함께 어린이들이 문화유산을 다채롭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하려는 시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알기(+) 덜기(- ÷) 잇기(×), 문화유산 속 마음'을 주제로 어린이박물관 상설 전시실을 새로 단장했다고 18일 밝혔다.
약 377㎡ 규모의 공간은 다양한 체험 활동을 위한 '놀이터' 같았다.
이영신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날 언론 간담회에서 "같은 문화유산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갖고 볼 수 있다는 점을 '마음'이라는 주제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아이들과 함께 만든 '마음 친구'를 소개하며 시작된다.
어린이박물관을 찾은 어린이 약 1천명을 대상으로 '행복', '분노', '슬픔', '공포', '놀람', '부끄러움' 등 6가지 감정에 어울리는 색을 조사해 캐릭터로 개발했다.
예를 들어 '놀람'을 표현하는 마음 친구는 '깜짝이'다.
아이들이 놀라운 감정을 떠올렸을 때 가장 많이 선택한 색인 노란색과 놀란 모습을 연상시키는 신석기 시대 유물인 얼굴 모양 조개를 활용해 만들었다.
도깨비 얼굴을 형상화한 국보 '귀면 청동로'는 분노를 나타내는 캐릭터인 '부글이'로, 단원 김홍도(1745∼?)의 그림 '무동'은 행복을 나타내는 '싱글이'로 각각 태어났다.
박물관 관계자는 "'문화유산'을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주제와 연결해 어린이의 정서 발달을 위한 새로운 융합적 체험 기회가 되도록 한 부분"이라고 의미를 부연했다.
전시실 곳곳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작은 흙 인형인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상)가 붙어 있는 항아리를 살펴보고 돌잔치, 혼례 등 일생에 걸친 의례를 표현한 '평생도'(平生圖)를 자세히 볼 수 있다.
수학 기호인 사칙 연산을 활용해 문화유산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도록 한 부분도 있다.
음악에 맞춰 뛰어놀면서 즐기도록 한 공간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모든 마음이 모인 '마음의 숲'을 표현한 공간에서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마음 방울과 숲에 숨어있는 문화유산을 손으로 만져보면서 춤출 수 있다.
이날 개막 행사에는 광진구 성산유치원에 다니는 6∼7세 어린이 30명이 참석해 새 단장한 전시실을 체험했다.
전시실을 둘러본 노하율 양은 파란색으로 된 '훌쩍이' 캐릭터가 가장 좋았다며 "복숭아나무에 불도 켜지고, 화면에 다양한 그림도 나오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어린이들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손잡고 방문하는 곳이 박물관"이라며 "마음을 서로 나누며 문화유산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단장했다"고 소개했다.
김 관장은 "문화유산을 색다른 방법으로 풍부하게 즐기고, 나와 다름에 대한 공감적 이해로 따뜻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를 기대한다"고 바랐다.
어린이박물관은 19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
하루 5차례로 나눠 예약제로 관람이 진행되며, 회당 정원은 260명이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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