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전기정보공학부 광공학 및 양자전자연구실 연구팀이 차세대 나노광학 소자인 ‘메타표면(Metasurfaces)’을 활용한 폴디드 렌즈(folded lens) 시스템으로 카메라의 부피를 대폭 줄이는 광학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빛이 유리기판 안에서 접히듯 반사되며 이동할 수 있도록 기판에 메타표면을 배열함으로써 기존 굴절 렌즈 시스템보다 매우 얇은 0.7mm 두께의 렌즈 시스템을 구현해낸 것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및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디지털콘텐츠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의 성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10월 30일 게재된 바 있다.
기존 카메라는 이미지 촬영 시 빛을 굴절시키기 위해 여러 개의 유리 렌즈를 쌓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 구조는 뛰어난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제공했지만, 각 렌즈의 두께와 렌즈 간 넓은 간격은 카메라의 전체 부피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가상·증강현실(VR·AR) 디바이스, 스마트폰, 내시경, 드론 등과 같이 초소형 카메라가 필요한 기기에는 적용이 어려운 한계를 보였다.
이에 연구팀은 메타표면을 도입한 새로운 렌즈 설계 방식으로 기존 광학 소자의 두께를 절반 이하로 줄인 초박형 카메라 시스템을 개발했다. 차세대 나노광학 소자로 각광받는 메타표면은 빛의 세 가지 특성인 세기, 위상, 편광을 픽셀 단위로 정밀하게 조절하는 강점을 지닌다. 메타표면을 구성하는 나노구조체들이 빛의 파장보다 짧은 수백 나노미터(nm) 주기로 배열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특정 파장(852nm)에 최적화한 메타표면을 설계해 유리 기판에 여러 장을 수평으로 배열하면 빛이 기판 내부에서 반사를 여러 번 반복하므로 렌즈의 공간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빛의 경로를 조정하는 얇은 두께의 폴디드 렌즈 시스템으로 이미지를 촬영하는 초소형 카메라의 구조를 제시한 것이다.
또한 이 시스템은 두꺼운 기존 렌즈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했을 뿐 아니라 우수한 이미지 품질도 제공한다. 두께 0.7mm의 매우 좁은 시스템 공간 내에서 10도의 시야각을 제공하고, f/4의 조리개 값과 852nm의 파장에서 회절 한계(diffraction limit)에 가까운 고해상도 이미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력한 경쟁력 덕분에 연구진이 개발한 초소형 카메라 기술은 VR·AR 기기, 스마트폰, 의료용 내시경, 초소형 드론 등 다양한 첨단 광학 기기 산업에서 널리 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논문의 제1저자인 김영진 연구원은 “나노광학 소자를 도입해 카메라의 두께를 혁신적으로 줄이는 창의적인 돌파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큰 의의를 지닌다”며 “나노미터 단위의 빛 조절 자유도와 반도체 공정을 통한 제조 방식 덕분에 뛰어난 성능과 산업적 이점을 겸비한 메타표면으로 얇고 가벼운 카메라의 혁신을 주도하는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논문의 공동 제1저자로서 함께 연구를 수행한 최태원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메타표면을 활용해 렌즈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서 “폴디드 렌즈 시스템은 다수의 렌즈를 조합한 구조 때문에 두꺼웠던 기존 시스템과 달리 두께가 매우 얇으므로 소자의 소형화와 경량화가 필수적인 VR·AR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연구팀이 속한 광공학 및 양자전자연구실은 2022년 11월에 작고한 고(故) 이병호 교수에 이어 현재는 전기정보공학부 정윤찬 교수가 지도 중이며, 3차원 디스플레이, 홀로그래피 및 메타표면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연구원은 향후 메타표면을 활용해 카메라를 비롯한 이미징 디바이스의 한계를 극복하는 후속 연구에 매진할 예정이다. 최태원 연구원은 VR·AR 소자, 카메라 센서, 이미지 센서 등 관련 산업 전반에서 메타표면을 응용하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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