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3개국, 국민들에게 '전쟁 시 행동 요령' 책자 발표

북유럽 3개국, 국민들에게 '전쟁 시 행동 요령' 책자 발표

BBC News 코리아 2024-11-18 14:42:28 신고

3줄요약
스웨덴의 ‘위기 또는 전쟁 상황 시’ 행동 안내 책자
TT News Agency/AFP
스웨덴 정부가 발간한 위기 및 전쟁 발생 시 행동요령을 설명한 안내 책자는 18일부터 우편으로 배부된다

스웨덴 국민 수백만 명은 18일(현지시간)부터 전쟁이나 여러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 발생 시 어떻게 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설명이 담긴 안내 책자를 우편으로 받게 된다.

스웨덴 정부가 최근 안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며 전쟁 시 행동 요령 안내 책자인 ‘위기 및 전쟁 발생 시’를 6년 만에 업데이트해 국민들에게 배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번에 업데이트되며 책자는 2배가량 분량이 많아졌다.

이웃인 핀란드도 최근 ‘사건과 위기에 대한 대비’라는 새로운 안내문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다.

또 다른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도 국민들에게 최근 기후 이상, 전쟁 및 여러 위기 상황 발생 시 일주일간 혼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대비하라는 문구가 담긴 안내 책자를 배포했다.

핀란드의 온라인 안내문 중 군사 분쟁 부분은 자세히 설명돼 있는데, 무력 공격이 발생할 경우 정부와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과 함께 핀란드는 “국가 방어를 위한 준비 태세를 잘 갖췄다”는 주장이 담겼다.

스웨덴은 올해가 돼서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으며, 핀란드 또한 2022년 러시아가 전쟁을 확장하기 시작하자 비로소 NATO 가입을 택했다. 노르웨이는 NATO 창립 당시 회원국 중 하나다.

한편 노르웨이의 정부 기관인 시민보호국(DSB)에서 국민들의 위기 준비를 담당하는 토레 캄피오르드는 “노르웨이의 각 가정에 하나씩 총 220만 부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노르웨이와 달리 핀란드 정부는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쉽게 업데이트하기도 힘들기에 종이 인쇄물 대신 온라인으로 배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통조림 등의 식료품과 의약품
sikkerhverdag.no
안내 책자 속 체크리스트에는 장기 보관 가능 식품, 요오드 알약 등의 의약품도 포함돼 있다

집에 보관해야 할 품목이 적힌 체크리스트에는 콩 통조림, 에너지 바, 파스타 등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식품과 원전 사고에 대비한 요오드 알약 등의 의약품이 포함돼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2018년 한 차례 이 같은 안내 책자를 발간한 바 있으나, 최근 기후 변화 및 홍수 및 산사태와 같은 극심한 기상 이변으로 인해 위험이 증가했다는 게 캄피오르드 담당자의 설명이다.

스웨덴 국민들에게는 이러한 안내 책자가 새롭지 않다. 이 같은 전쟁 대비 안내 책자의 초판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제작됐으며, 냉전 시기 업데이트된 바 있다.

하지만 책자 중앙으로 눈에 띄게 자리가 올라간 문구가 있다.

“외국이 스웨덴을 공격하더라도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항을 중단해야 한다는 식의 모든 뉴스는 거짓입니다.”

칼-오스카 볼린 스웨덴 국방부 민방위부 장관이 이번에 새로 발간한 행동 요령 책자를 들고 있는 모습
BBC
지난달 행동 요령 책자를 소개하는 칼-오스카 볼린 스웨덴 국방부 민방위부 장관

핀란드와 스웨덴은 최근까지 중립국이었으나, 이들의 이러한 국방 인프라와 ‘총 방위 시스템’은 냉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달 칼-오스카 볼린 스웨덴 국방부 민방위부 장관은 전 세계 정세가 변화하는 가운데 스웨덴 가정에 전달되는 정보도 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스웨덴에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총 방위 시스템’ 재건이 너무 더디다는 의미로 던진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핀란드의 경우 러시아와 길게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과의 전쟁을 치른 경험도 있기에 언제나 높은 수준의 국방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스웨덴은 인프라를 축소해오다가 최근 몇 년 전부터 다시 준비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스웨덴 국방대학교의 전쟁학 부교수로, 핀란드 출신인 일마리 카이코는 “핀란드의 입장에서는 이는 약간 이상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는)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았지만, 스웨덴에서는 국민들이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약간의 충격을 받은 듯하다”는 것이다.

핀란드 출신으로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유학 중인 멜리사 이브 아조스마키(24)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정말 걱정됐었다고 했다.

“지금은 좀 괜찮지만, 그때는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어찌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특히 전 핀란드에 가족이 있으니까요.”

북유럽 국가들이 발간한 안내 책자에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한 행동 지침이 나와 있다. 또한 위기 상황 발생 시 최소한 초기에는 국민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핀란드는 겨울에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데 만약 며칠 동안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에 따라 요오드 알약을 포함해 간편 조리식, 반려동물의 사료, 예비 전력 공급 장치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웨덴의 안내 책자에는 감자, 양배추, 당근, 달걀과 함께 볼로네제 파스타 소스 통조림, 블루베리 및 로즈힙 수프를 구비해두라고 나와 있다.

스웨덴의 경제학자 잉게마르 구스타프손(67)은 과거 이러한 안내 책자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크게 걱정하지 않고 비교적 차분하게 받아들였다. 다만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지만, 집에서 이 모든 걸 갖추고 있을 순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장 중요한 권장 사항 중 하나는 72시간 동안 버틸 수 있을 만큼의 식량과 식수를 보관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카이코 교수는 이 부분이 과연 보편적으로 현실적일지 의문을 제기했다.

“작은 아파트에 여러 명이 함께 살고 있는 구조라면 대체 이러한 것들을 어디에 보관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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