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기간 미국과 일본, 중국 정상과 연쇄 회동을 통해 북러 밀착 견제 움직임에 나섰다.
미국과 일본은 한미일 3국 정상 공동성명에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강한 규탄에 나설 정도로 우리 측과 함께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특히, 윤 대통령은 15일(이하 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북러 견제의 강도를 높였다. 중국 입장에서도 트럼프 2기를 대비하기 위해 한국과 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한중 관계는 빠르게 복원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처럼 정상회의에서 북러 밀착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력을 한계 없이 강화하고 전쟁준비 완성에 총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더욱 강경한 메시지를 내면서 몸값 올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한미일, 북 러시아 파병 규탄 공동선언문 채택
윤석열 대통령은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계기로 한미일·한미·한중·한일 정상회담을 잇따라 열고 러시아와 북한간 군사협력을 강력 규탄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불법 군사협력(파병 포함) 강력 규탄, 한반도 비핵화·북한인권 증진·북한 불법행위 차단 협력, 남중국해·대만해협 관련 입장 재확인 등의 내용이 담긴 3국 정상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APEC 회원 및 비회원 초청국들이 참석하는 세션 1에서도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군사협력은 세계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미래를 향한 APEC의 협력을 저해한다"고 규탄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가진 한일 정상회담에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 간의 군사협력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단합된 메시지를 계속 발신할 수 있게 한일 양국이 더욱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尹 "중국은 긴밀히 협력하는 중요한 국가" 시진핑 "존경하는 윤 대통령님"
한중 협력 공감대.. 한중 FTA 가속화 '방한'·'방중' 각각 제안
이번 APEC에서 눈길을 끈 것은 북러 밀착 견제를 위해 중국을 끌어 안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담 하루 전인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별도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 정세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가속화 등 양국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한중 정상회담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이래 2년 만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북한 군사협력에 대응해 한·중 양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는 데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우리가 안보,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중요한 국가"라며 "양국이 상호 존중, 호혜, 공동 이익에 기반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존경하는 윤 대통령님을 2022년 발리 회담 이후 2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며 "지난 2년 동안 국제 및 지역 정세가 많이 변했고, 중한 관계가 전반적으로 발전의 모멘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류 협력을 심화하고,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양국 국민에게 복지를 가져다주고, 지역의 평화, 안정과 발전, 번영을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한 군사도발과 러시아·북한의 군사 협력 등을 거론한 뒤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으로서 중국이 건설적으로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평화적 문제 해결 원칙을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과 함께 역할을 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전해진다.
또, 양 정상은 한중 협력 강화에도 공감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세계가 글로벌 복합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한중 간에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고 있다"며 "양국이 힘을 모아 안보·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협력을 굳건하게 발전시켜 나가자"고 제안했고, 이에 시 주석은 "중국 역시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 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후속 협상을 가속하기로 합의했으며, 상호 국가 방문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이 윤 대통령을 먼저 초청했고, 윤 대통령도 시 주석의 방한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내년 가을쯤에 우리가 APEC 경주 회의를 주최하기 때문에 시 주석께 자연스럽게 방한해 달라고 했다"며 "두 정상 모두 '초청에 감사하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2026년도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윤 대통령은 중국의 의장국 수임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韓, 중국 통해 북러 밀착 견제.. 中, 한국 관계 개선으로 트럼프 2기 대비
한중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미일 협력 강화 움직임 속에서 대만 문제를 둘러싼 날선 발언이 이어지면서 관계가 얼어붙었다.
냉랭하던 한중 관계는 올해 들어 급격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 2기가 확정되면서 한중 관계 개선 필요성이 더욱 강해졌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북러 군사 협력에 견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트럼프 2기를 맞는 중국은 한국과 관계 개선이 더욱 급한 상황이다.
중국이 최근 무비자 국가에 한국 포함시킨 것이나 관례보다 급을 높여 주한 중국대사에 다이빙 주유엔 중국 대표부 부대표를 내정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이달 8일부터 여행·비즈니스 등을 목적으로 15일 이내 기간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 일반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비자 발급 면제에 들어갔다. 중국이 한국을 무비자 대상에 포함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신임 주한 중국대사로 내정된 다이 부대표는 2017년부터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사장(국장)을 지내다 2020년 유엔에 부임했다. 다이 부대표가 다자외교의 정점인 유엔에서 활약하다 한국으로 온다는 점에서 이전 대사들과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핵무력 한계 없이 강화.. 전쟁준비 완성에 총력집중"
김여정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법" 담화.. 31차 대남 오물풍선 살포
이처럼 북러 밀착에 대한 견제와 압박이 강해지자 북한은 트럼프 2기를 대비해 몸값 올리기에 더 주력하는 모습이다. 미 대선 전 신형 ICBM을 발사하고, 대선 당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존재감을 과시했으며, 지난 12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쟁시 상호 지원' 내용을 담은 북러조약에 서명하면서 북러가 사실상 군사 동맹 수준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향후 미국과 협상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원하는 김 위원장은 지난 14·15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제4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 이틀차 행사에서 핵무력을 한계 없이 강화하고 전쟁준비 완성에 총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핵무력 강화노선은 이미 우리에게 있어서 불가역적인 정책으로 된지 오래며 이제 남은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핵무력이 전쟁억제의 사명과 제2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게 더욱 완벽한 가동태세를 갖추는 것뿐"이라며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국가의 자위력을 한계없이, 만족없이, 부단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무력의 각급은 모든 활동을 전쟁준비에 철저히 지향복종시키며 그 빠른 완성을 위하여 총매진하여야 한다"며 "현 주객관적 형세에서 전쟁준비 완성은 단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초미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돌격대로 내세워 벌리고 있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철두철미 실전경험을 늘이고 군사적 개입범위를 전 세계에로 확대하기 위한 전쟁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은 18일 31차 대남 오물풍선을 살포하며 도발을 이어갔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는 지난 10월 24일 이후 25일 만이다.
이날 북한의 오물풍선 부양은 우리 민간단체가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북 전단의 반발로 풀이된다.
김여정 부부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16일 남쪽국경선부근의 많은 지역들과 지어 종심지역에까지 한국쓰레기들이 들이민 각종 정치선동삐라와 물건짝들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가장 혐오스러운 잡종개새끼들에 대한 우리 인민의 분노는 하늘끝에 닿았다. 쓰레기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쓰레기풍선 부양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군도 18일 북한을 향해 경고 성명을 발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공보부실장 명의의 경고 성명에서 "우리 군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지 말라"면서 "북한의 행위는 선을 넘고 있으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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