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고려아연이 보유한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이 정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았다. 이 기술은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와 관련된 것으로, 국가안보와 경제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외 유출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이 해당 기술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려면 정부의 승인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려아연이 신청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판정했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국가기간 산업 보호'라는 명분을 강화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MBK파트너스와 영풍 간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9월 24일, MBK와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해당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요청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MBK가 해외 기업에 재매각을 시도할 경우, 정부의 인수합병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낳고 있다. MBK 측은 경영권 분쟁 초기부터 "비철금속 제련은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중국에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이니켈 전구체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적절한 비율로 섞은 화합물로, 니켈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여 에너지 밀도와 출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는 전기차 고급 배터리의 수요 증가를 이끌고 있으며, 고려아연은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해 국내에서 하이니켈 전구체 대량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가 발주한 '2024년도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 중 '저순도 니켈 산화광 및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 원료 소재 제조 기술개발' 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10개 산학연 기관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됨으로써 국내 이차전지 소재의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배터리 산업의 경제 안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연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대결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국민연금과 같은 제3지대 주주들의 표심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려주실 캐스팅 보트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분들"이라며, "저희의 경쟁 대상이 MBK와 영풍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통해 고려아연의 인수합병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며, 향후 외국 기업에 매각될 경우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요구하는 등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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