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 정치인과 무속인 밀착 관계

‘악어와 악어새?’ 정치인과 무속인 밀착 관계

일요시사 2024-11-18 11:59:59 신고

3줄요약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공개된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서 또 무속이 언급됐다. “무속이 국가 정책 결정 및 외교에까지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례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처음이다. 명씨는 “광화문에 가면 뒈진다고 했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 부부는 용산·한남동에 안착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8일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에는 명씨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암시된다. 해당 녹음은 대선 직후인 지난 2022년 4월 명씨가 지인과 한 통화 녹음으로 알려졌다. 

광화문 저주?

이에 따르면, 지인은 명씨에게 윤 대통령의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계획을 언급했고, 명씨는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거기 가면 뒈진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의 사주는 앉은뱅이, 눈 좋은, 끌어올릴 사주”라며 “김 여사에게도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당선되는 이유는 (날짜가) 3월9일이라서”라며,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가 당선되고, (꽃이)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와대 뒤에 있는 백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고 주장했다.

명씨의 통화 중 발언을 요약하면, 윤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옮겨야 하는 이유는 김 여사 사주와 청와대 흉지설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의 관저 이전 과정에는 풍수전문가 겸 관상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교수는 지난 2022년 1월 <데일리안> 기고문서도 윤 대통령을 일컬어 “쉽게 죽지 않는다”며 “놀라운 생명력의 이유는 윤 후보 관상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후보는 굉장히 희귀한 악어 관상을 지녔다”며 “악어는 천적이 없고, 전투력과 파괴력이 대단하며, 철부지 ‘어린 여우상’인 (국민의힘)이준석 대표를 깍듯하게 예우해주는 것을 보면 고수는 고수”라고 평가했다. 

백 교수는 지난 2017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관련해 <중앙일보> 칼럼 ‘백재권의 관상·풍수 이야기’서 청와대 관련 주장을 제시했다. 백 교수는 청와대와 경복궁의 풍수를 호평하다가 “남산 N서울타워가 청와대의 지기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뾰족한 철탑이 살기를 분출해 청와대 주인들이 제일 큰 화를 받는다”며 “대통령 집무실 앞에 살기를 띠는 형상을 세워 대통령을 위협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꽃 피기 전엔 윤석열이 당선”
“꽃이 피면 이재명이 못 이겨”

명씨와 백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백악산과 북한산이 좌우로 꺾이고, 남산 N서울타워가 청와대를 겨누고 있어 흉지라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청와대 해체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10대 공약 중 하나였고, 용산동3가 구 국방부 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한남동 외교부 장관 관저를 대통령 관저로 확정해 취임 직후부터 사용했다.

집무실과 관저를 옮기는 명분은 “스마트하고 공정하게 봉사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현하고, 청와대를 해체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근거를 놓고 무속이 거론되는 것이 매우 중대한 이유는 총 639억원의 예산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496억원이면 충분하다”고 장담했지만, 143억여원의 예산이 더 사용됐다. 639억여원은 모두 예비비서 충당됐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었던 지출에 사용하기 위해 미리 책정해둔 예산으로 국회는 사후 승인만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행적이 무속과 연관지어져 큰 논란이 됐던 사례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조문 생략 논란이 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지난 2022년 9월18일 조문을 위해 영국으로 출국했지만, 정작 조문은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조문을 생략한 이유로 현지 교통사정을 들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 등 런던에 도착한 각국 정상들은 대부분 조문을 마쳤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는 여왕의 관이 안치된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까지 직접 걸어가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같은 해 9월22일 천공법사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천공이 정법 강의서 ‘조문을 가면 탁한 기운이 묻어올 수 있으니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며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된 이튿날 윤 대통령의 순방 출발 시간 변경을 공지했다”고 말했다.

당시 천공법사는 유튜브 영상서 “망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 필요한 사람만 (조문을)간다”며 “4차원에 연결되기 때문에 사람한테 묻어서 올 수 있고, 조문을 다녀와서 ‘내가 이상하다’ 할 수 있다”면서 망자가 조문객에 빙의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거물급 정치인들 무속 일화
명당으로 조상묘 이장 기본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대로라면,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과 해외 국가원수 조문 등 국가 중대사에 무속이 관련돼있을 가능성이 언급된 것이다. 이 흐름은 3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손바닥에 ‘王’이라는 글자가 써진 채 TV 토론에 임했다가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또 오른쪽 눈썹 옆으로 흰색 털이 길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손바닥에 王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말주변이 부족하거나 가기 싫은 자리에 가야 할 때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무속적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흰색 털에 대해서는 “긴 흰눈썹이 있는 사람은 어려움을 딛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관상학적 해석이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런 의혹은 김 여사의 박사논문 소재가 ‘온라인 운세’ 사이트였던 것과 맞물려 강하게 제기됐다.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서도 김 여사는 “내가 기가 더 세니까 무속인은 안 만난다”거나 “난 영적인 사람이라서 도사들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물급 정치인 중 상당수는 무속 관련 일화를 남겼다. 김종필 전 총리는 5·16 군사쿠데타 두 달 전, 역술인 백운학씨를 찾아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자신의 운수를 점쳤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한 무속인으로부터 “민주자유당 관훈동 당사 터는 닭벼슬 터”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민주자유당은 여의도로 당사를 옮겼지만, 관훈동 옛 당사에는 김 전 대통령의 사진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부모님 묘소를 명당 터로 알려진 곳으로 이장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도 조상 묘를 여러번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식 때 오방낭 관련 행사를 진행했다가,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국정 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 “무속 의미를 담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려고 했다가 보류했던 적이 있다.

당시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집무실 이전 보류를 발표하면서도 “풍수상 불길한 점을 생각할 적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조문 생략도?

정책 결정 및 외교와 관련해 풍수·무속 관련 의혹이 불거진 사례는 윤 대통령 부부가 처음이다.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장군 학소는 죽기 전 아들에게 “성을 지킬 때, 남의 무덤을 파헤쳐 얻은 돌과 나무로 방어를 했다”며 “(명당 탐색이)죽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살아있을 때 처소가 있지, 죽은 사람의 처소가 따로 어디에 있겠느냐”며 “내 무덤은 동서남북 어디든 네 마음대로 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학소의 유언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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