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중국과 라틴아메리카를 잇는 새로운 해상 무역허브가 등장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새로운 무역 파트너인 중남미 국가들과 손잡고 미국 중심의 무역흐름을 바꿀 전략이다.
중국의 거대 자본이 투입된 페루의 초대형 항만 ‘창카이 항(Chancay Port)’이 지난 14일 본격 개항했다. 이날 개항일에 맞춰 중국을 출발한 선박은 처음으로 창카이항에 입항해 중국산 전기차가 적재된 컨테이너를 하역했다. 이번 주 중에는 페루 과일 등을 실은 선박이 중국으로 출항할 예정이다.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차 페루에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 함께 온라인 개항식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창카이항은 중국과 라틴아메리카를 연결하는 새로운 육·해상로의 시작점이자 ‘일대일로(一带一路) 이니셔티브’의 중요한 단계”라며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해상 무역로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 중국은 창카이 프로젝트를 출발점으로 삼아 중국과 라틴아메리카를 잇는 새로운 육·해상로를 페루와 함께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루아르테 대통령 또한 “페루는 아시아를 향한 남미의 전략적 중심지로 탈바꿈하게 됐다”며 “중국은 페루의 주요 무역 파트너로서 페루 경제성장의 핵심적인 국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72㎞ 떨어진 창카이항은 중국 국영선사인 코스코(COSCO)가 건설한 남미 최대 규모의 심해항으로, 이날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됐다. 심해항(Deepwater port)은 일반적으로 수심 30피트(9.1m) 이상 깊은 바다에 건설되는 항만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을 수용할 수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창카이항 1단계 사업에만 ‘일대일로’의 사업자금 13억달러(약 1조8088억원)를 투자했으며, 완공까지 총 36억달러(약 5조249억원)가 투입될 전망이다. 항만 지분은 COSCO가 60%, 페루 광산기업인 볼칸이 40%를 보유하고 있다.
완공된 창카이항은 페루 최대 항만인 칼라오(Callao)항보다 2m 깊은 수심 17.8m의 15개 터미널을 갖출 예정이다. 최대 1만8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용할 수 있으며 연간 처리량은 100만~150만TEU에 달한다.
창카이항은 중남미 국가 중 중국이 투자·운영하는 첫 항만으로, 이번 개항을 통해 양국을 잇는 새로운 물류허브 등장과 페루의 높은 경제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특히 페루 주변국인 에콰도르, 칠레, 콜롬비아, 브라질 등은 창카이항을 통해 파나마운하를 통과하지 않고도 태평양으로 진입할 수 있어 아시아-중남미를 오가는 선박의 운항거리와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창카이항을 통해 페루에서 중국으로의 운송시간이 기존 35일에서 약 23일로 단축되고 물류비가 20% 이상 절감될 것”이라며 “매년 45억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고 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현지 매체 또한 “이들 5개국은 지난해 기준 1350억달러에 달하는 대아시아 상품 수출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며 “페루의 블루베리, 브라질의 대두, 칠레의 구리 등 남미 5개국 상품과 중국산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이 운송되며 페루 창카이항은 ‘남미의 상하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창카이항은 페루 최초의 스마트항만이자 친환경항만으로, 향후 높은 생산성이 전망되고 있다. 라울 페레즈 레예스 페루 교통통신부 장관은 “페루의 목표는 라틴아메리카의 싱가포르가 되는 것”이라며 “멕시코 만사니요항을 시작으로 궁극적으로 미국 롱비치항과 경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유럽과의 무역 긴장과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관세에 대한 우려로 중국이 자원이 풍부한 라틴아메리카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은 창카이항을 통해 미국으로 중국산 물품 유입이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중남미 특사 및 미주개발은행 총재를 지낸 마우리시오 클라버 캐논은 창카이 항을 거치는 모든 물품에 대해 중국산 제품과 마찬가지로 60%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뒷마당’으로 여겨온 중남미에 중국 통제를 받는 항만시설이 들어서는 점에 대해 지정학적 압박과 함께 군사적 용도 전환 가능성을 제기하며 경계하고 있다.
로라 리처드슨 전(前) 미국 남부사령부 사령관은 “창카이항은 미국의 이익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 이익의 레드라인인 20야드 선에 있다”고 경고했다.
에반 엘리스 미국 육군전쟁대학 전략연구소(SSI) 연구교수는 “COSCO가 항만을 독점 사용한다는 점은 전시에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회사는 예멘과 리비아에서 중국군과 긴밀히 협력해왔다. 중국 해군과 협력 관계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스리랑카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로 중국 국영 항만기업 초상국(招商局)에 99년 동안 임대된 함반토타 항구가 군사 기지화 협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군함의 기항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과 페루간에 군사협력적 접근이 이뤄져 미국이 반발할 경우 페루에 대한 한국의 방산 수출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COSCO 페루 창카이 프로젝트 부사장은 “중국의 창카이항 투자는 100% 상업적이며 시장 규칙에 따른 민간 기업의 투자로, 국가 안보에 대한 투자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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