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주도 檢 특활·특경비 587억 전액 삭감에…법무부, 특경비 일부 사용 내역 국회 제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수활동비 자료 제출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법무부가 검찰 특정업무경비(특경비) 사용 내역 일부를 국회에 제출했다.

검찰 특경비 사용 내역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증빙자료 제출 미비를 이유로 검찰의 내년도 특정업무경비(507억)와 특수활동비(80억)을 포함한 587억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추가 소명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80억원이 삭감된 특활비 내역은 검찰에서 국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증빙자료를 제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17일 법무부는 국회 법사위에 서울중앙지검 등 6개 검찰청의 특경비 사용 내역 일부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분 한달 치 검찰 특경비 증빙 내역이다. 내역에는 특경비의 개인별 계좌 지급 내역과 사용 일자, 장소, 금액 등이 포함됐다. 반면 카드 사용 시간과 사용자와 당사자의 소속 및 비고란은 가림 처리됐다고 전했다. 

이는 앞서 법원이 관련 소송에서 ‘업무경비 공개 대상 범위’로 인정한 부분 내에서 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법무부는 그 이유에 대해 특경비 예산이 검찰 외에 다른 부처에도 배정되는 만큼, 법원이 공개하라고 한 범위 이상을 국회에 제출하려면 전 부처 차원의 의사결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시간이 촉박해 지난해 8월에 해당하는 일부 사용 내역을 우선 제출한 것이고, 필요하다면 다른 11개월의 사용 내역도 추가로 제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정확한 예산 검증을 위해 법무부가 가림 처리를 한 내역 상당수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경비는 사용 내용 중 일부분을 기록하고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는 비용으로, 기밀이 필요한 수사에만 사용하도록 명시한 ‘특수활동비(특활비)’와는 구분된다. 특히 특경비는 상당 부분을 신용카드로 사용해 사용 내역 증빙에 어려움이 없지만, 특활비의 경우 대부분 현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내역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법무부는 특경비에 대해서는 그 사용 내역을 국회에 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8일 법사위에서도 법무부는 당일 오전 특경비 관련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8일 정청래 위원장은 "오늘 아침에 검찰에서 부랴부랴 저에게 몇 개 자료를 갖고 왔다"며 전액(506억 9100만원) 삭감된 특경비에 대해서는 이후에라도 법무부가 특경비 내역을 제출하면 여야 위원들이 필요성을 심의한 뒤 예산결산위원회에 증액 의견을 내고 재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특활비에 대해서는 여전히 야당과 검찰이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야당은 '검증 없이는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검찰은 '사용 내용을 공개할 경우 기밀이 필요한 수사에 지장이 있다'며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검찰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검찰의 내년도 특활비 80억원은 전액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일 법사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는 검찰 특활비 80억900만원과 특경비 506억9100만원을 전액 삭감했고, 다음 날인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의결했다. 현재 내년도 법사위 예산은 국회 예결위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예결위의 종합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