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별천지 속에서 끝내 가장 빛나는 별이 됐다. 정년이의 곁에 이들이었기에 더욱 찬란했다.
17일,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가 종영했다.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이자 인생드라마 탄생, 수많은 시청자들이 함께 울고 웃었다.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문소리, 장혜진, 정은채, 김윤혜, 우다비, 승희, 이세영, 정라엘, 조아영, 오경화 등 어느 배우 하나 모자람없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에, 이대로 종영하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울 만큼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일명 '꿈의 캐스팅'이라 불리며 방영 전부터 숱한 화제를 불러 모았던 바. 첫 방송부터 '정년이'가 야심 차게 열어젖힌 보석함이 대중에게 제대로 통했다.
특히 신예은, 정은채, 오마이걸 승희의 연기 차력쇼가 너무나도 반가웠다. 연기 잘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얼굴을 갈아 끼운 듯한 이미지 변신은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더 글로리' 어린 연진이었는지, '안나'의 공주님이었는지, 아이돌 연기자였는지 까맣게 잊게 만들었다.
신예은이 연기한 허영서는 정년이(김태리)와 서로 뺨까지 때리던 앙숙이었으나, 이제는 약점까지도 보듬어줄 수 있는 존재이자 서로의 '유일한' 라이벌이 됐다.
문옥경(정은채)는 정년이에게 국극의 '맛'을 보여주며 별천지의 세계로 안내했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팁을 알려주며 '키다리 아저씨'로 남아줬다.
정년이가 가장 씩씩하고 해맑았던 시절 그를 골탕 먹이던 초록이(승희)는 정년이가 가장 처절하게 무너졌을 때 '자존감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며 그에게 필요한 말들만 쏙쏙 골라 해줬고,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연기를 펼쳤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그저 흐뭇하기만 했다. 정년이의 눈을 반짝이게 만들었고, '떡목'인 상태에서도 '예인'으로 남게 했다. 정년이를 사랑스럽고 빛나게 만들어준 이들의 연기력이 또 하나의 인생 드라마를 탄생시킨 셈.
정년이가 허영서의 소리를 듣고 충격받았 듯,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부족한 춤실력으로 예능감을 뽐냈던 신예은이, 허영서 그 자체가 되어 무대를 꽉 채웠다. 그가 처음 등장해 소리를 선보였을 때부터, 마지막회 '오디숀' 장면까지. 소름에 소름을 유발하며 수많은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정은채는 매란국극단의 '왕자님'으로 시청자들을 제대로 홀렸다. 쿠팡플레이 '안나'에서 철없는 부잣집 딸, 공주님이던 그가 국극단의 왕자님으로 분했고, 이번 작품을 통해 그의 반전 매력에 푹 빠진 시청자들도 상당하다. ‘자명고’에서 국극의 황태자다운 압도적인 연기와 소리를 선보였고,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국극 스타지만 권태에 빠져있고 속을 알 수 없는 공허한 캐릭터의 속내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승희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고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특히 정년이가 '떡목'이 된 채로 '오디숀'에 참가하며 함께 호흡을 맞춘 무대는 그가 뛰어난 가창력은 물론 연기력까지 갖췄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그가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극 초반 표독스러운 말투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표정과 대사 등 안정적인 연기를 통해 디테일한 감정 변화를 선보이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들 모두 3년을 연습한 주연 김태리와 버금가는 무대 연기로 시선을 압도했다. 한 회차를 국극으로 모두 채워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극에 빠져들게 했다. 이들의 연기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년이' 허영서로, 문옥경으로, 초록이로 와줘서. 지독하게 잘해줘서 반가웠고 행복했다. 또 하나의 인생 드라마가 종영해 아쉬움을 남기지만, 꿈을 향한 지침서가 필요할 때 꺼내볼 작품이 하나 늘었다.
각자도생 예인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앞날은 어떨까. 소리꾼으로, 마당극 배우로, 또 누군가는 영화배우로 살아갔다고 한다. 인생은 길고 그리하여 무대는 영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tvN, 각 방송사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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