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기울어진 미술관> ,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을 펴낸 이유리 작가가 새 책을 내놓았다.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는 저자가 그동안 예술작품을 탐닉하며 깨치고 체득한 ‘삶의 기본 소양’을 시대적 배경과 예술가의 삶, 미술 작품과 자신의 삶을 엮어 풀어냈다. 나는> 캔버스를> 기울어진>
이유리 작가는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한 뒤 신문기자로 일했다. 이후, 미술에세이스트로 활동하며 그림 속에 숨겨진 욕망과 권력, 사회 모순, 공고한 성벽처럼 둘러쳐진 가부장제, 가사 노동자나 뮤즈로서만 존재했던 여성들의 삶을 드러내고 있다.
이유리 작가는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에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잊고 사는 기본에 대해 다채롭게 얘기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친절과 배려의 가치, 진정한 우정과 사랑뿐 아니라 약자에 가해지는 폭력과 방관,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 그리고 동물권, 장애인 인권, 아동권 등 여러 주제를 폭넓게 다뤘다. 나는>
이 책은 ‘생의 빛깔’, ‘생의 민낯’, ‘생의 깨침’의 3부로 구성됐다. 1부 ‘생의 빛깔’은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예술로 승화한 화가들이 등장해 이들이 염원한 ‘사람됨의 증거-다정함과 선의’에 대해 썼다. 최초의 여성 곤충학자이며 사이언스 아트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은 술주정뱅이 남편으로부터 벗어나 두 딸을 키우며 남다른 창작력을 보여준다. 저자는 그의 작품들이 ‘넘어지는 게 실패가 아니라 넘어지는 곳에서 머무는 게 실패’라는 메시지를 건넨다고 봤다.
2부 ‘생의 민낯’은 숨기고 싶은 ‘모순과 위선’을 예술가의 삶과 작품 속을 헤집어 꺼내 놓았다. ‘미국의 국민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아내, 조세핀은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키 큰 남자는 근사하지만 긴 풀로 나를 때릴 때는 아니다’, ‘내 다리는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등의 일기를 썼다. 나치에 의해 ‘퇴폐예술가’로 탄압받은 에밀 놀데는 유대인들을 조롱하는 그림을 그린 바 있다.
3부 ‘생의 깨침’은 사랑과 자존, 인간의 존엄과 나아가 생명권을 톺아본다.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오스카어 코코슈카와 알마 말러의 만남에서는 사랑이 가져다주는 슬픔과 고통의 깊이를, ‘미국 팝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의 일생에서는 진정한 자존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이 책을 “위대한 대가들의 발자취를 더듬은 후,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그들을 호출해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존경받는 예술가들의 삶도 아름다움과 완벽성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인간으로서 한계와 좌절을 겪어냈다는 사실이 작품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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