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1년간 총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고 이 중 3조 원어치를 3개월 내 소각하겠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이에 따라 18일 오전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54% 상승하며 5만7000원에 거래됐고, 장중 한때 6.73% 오른 5만7100원을 기록했다.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계열사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초 주당 8만 원대를 기록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업황 부진 및 대외 불확실성 탓에 4만 원대까지 급락했다. 지난 14일에는 종가가 4만9900원을 기록하며 2020년 이후 처음으로 4만 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 4만원대 진입하자 곳간 연 삼성전자 이사회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은 최근 경쟁력 약화와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 관련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게 3분기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내주었으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에서도 HBM 납품이 지연되었다.
이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이 지속적인 적자 상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낮은 수율로 인해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일단은 주가에 긍정적이란 평가가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주가 안정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책 역시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순자산비율(PBR) 추이를 감안하면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후) 주가는 단기 상승세를 시현하며 반등 계기로 분명히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10조원 자사주 매입 결정도 주주가치를 높이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단기 주가 반등 재료로는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영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자사주 매입 보다는 결국 실적이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향후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업황 개선, HBM 부문의 개선, 어드밴스드 공정으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 회복 및 파운드리 부분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늦은 대응, 더 큰 결단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아 주주의 고통이 가중됐다”고 지적하며, 자사주 매입 규모 또한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 및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약 104조원에 달하며 매년 60조원 이상의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따라서 자사주 매입 규모를 더 확대하고 소각 시기를 앞당길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발표한 10조원 자사주 소각은 시가총액 대비 약 3%에 불과하며, 애플의 133조원 자사주 소각(시총의 3%)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규모다.
거버넌스포럼은 “삼성전자가 연내 10조원 자사주를 모두 매입·소각하고, 매년 시가총액의 3~4%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 나스닥과 한국 주권 동시 상장 등 더 적극적인 밸류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주가 반등에 성공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과 파운드리 부문 개선 없이는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하다.
주주환원을 통해 일단 주주들의 마음을 달래준 삼성전자이지만 장기간 우상향 하는 주가 그래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다시 한 번 강고한 리더십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혁신적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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