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시작하다. 끝나다.

전시를 시작하다. 끝나다.

문화매거진 2024-11-18 09:33:29 신고

3줄요약
▲ 전시를 상상하며 떠올린 영화 '그랑블루' 포스터
▲ 전시를 상상하며 떠올린 영화 '그랑블루' 포스터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1. 전시를 시작했다. 오픈하고 보니 생각과 다른 결과물에 놀라움과 아쉬움이 있었다. 3D로 공간을 그려 작업들을 놓아보기도 했고 머릿속으로 무수히 상상도 해보았지만 막상 전시장에서 조금은 다른 이미지를 마주하게 되었다. 어두운 공간을 상정하며  빛날 수 있는 작품들을 전시장에 데려왔건만 전시장 지붕 위 시간의 흔적들로 빛이 새어 들어온다. 화질 좋은 스크린의 등장으로 피부의 모공까지 노출하게 된 배우처럼 적나라한 조명 아래서 작업을 보는 것은 죄를 짓는 기분이 들게 했다. 전시를 하는 이유 자체에 의문을 갖고 있던 터라 전시가 아닌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막상 전시를 진행해 보니 전시라는 결과물 자체를 과정으로 받아들일 만큼 변수가 많았다. 앞으로 어떤 전시를 할 것인지 궁금해서라도 전시를 한 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전시를 시작하고 둘째 날이 되었다. 같이 작업실을 쓰는 사람들이 전시장에 오니 맘이 편해진다. 이곳이 평가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조금씩 시야가 환해진다. 전시장이라는 공간에서 내가 사는 지구를 바뀌어 가는 것을 느꼈다. 일상적이고 시시콜콜한 대화와 작업실에서도 항상 보는 그 눈빛에서 마음을 놓고 작품을 바라본다. 언젠가는 다시 빛나도록 해주마. 

3. 전시장에 오래오래 앉아있어 보았다. 간간히 모르는 사람들이 전시장을 기웃거린다. 주변에 역사 투어를 온 사람들 카페를 찾다 전시장을 기웃거리게 된 사람들이 내 눈에 띄어 전시장으로 잡혀온다. 최대한의 외향적인 힘을 발휘하여 전시장으로 들어와 보라는 말을 남겨본다. 꽤 오래 보고 가는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첫 날 보다 조금 전시가 좋아진다. 아무래도 오래 보면 정이 들기는 하나보다.

4. 전시장에 좋아하는 작가가 방문했다. 먼 길을 돌아 돌아온 것은 안 봐도 뻔하다 그래서 더더욱 감사했다. 전시 준비로 바쁜 작가는 이렇게라도 일정이 나서 다행이라는 말로 전시를 보기 시작했고, 전시장에서 아쉬워하는 나에게 아쉬운 부분은 다시 하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 될 거라는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었다. 매일매일 비슷한 삶을 살아가며 단단한 작업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해준 말이었기에 꽤나 힘이 되었다. 전시장에서 집으로 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작업실로 향해본다. 

5. 첫 번째 개인전이었다. 아주 조용하게 진행하면서도 만족스럽고 너무 조용해서 아쉽기도 하다. 작업을 2년 동안 끌고 오면서 하나의 작업 뒤로 너무 많은 이야기가 쌓인 것은 작업을 설명할 때마다 구전 설화처럼 몇몇 문장이 붙었다. 어느 순간 나도, 작업도 버거워하고 있음을 느꼈고 전시를 통해서 정리가 될 것 같았다. 전시의 아쉬움 잠시 옆으로 밀어 두고 생각해 보면, 전시를 해야만 했다. 이번 개인전을 시작으로 내년에도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6. 전시가 끝났다. 시원하지도 섭섭하지도 않다. 매일 가는 작업실처럼 그렇게 연장선의 무엇인가를 쓱 다녀온 기분이 든다. 단 한 가지, 작업이 이름을 찾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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