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식칼 마구 집어던져 집안 곳곳에 칼 꽃힌 흔적 많기도
야구방망이·골프채ㆍ다리미 등 잡히는대로 연인에게 폭력 행사
한번의 물리적 폭력 발생했다면 헤어져야…김도연 데이트폭력연구소장 인터뷰
[※ 편집자 주=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의 인터뷰 기사는 네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두 번째 기사입니다. 첫 번째 기사는 11일 [삶] "누굴 유혹하려 짧은치마냐? 넌 처맞아야"…남친문자 하루 400통이라는 제목으로 송고됐습니다. 다음 주 초에 나가는 세 번째 기사는 연인 간 성폭력, 동영상 유출 등을 다루고 그다음 주에 나가는 네 번째 기사는 구조적 문제와 해결 방안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삶]은 자서전적 인터뷰여서 성장기 스토리와 개인의 사생활, 개인 사진 등이 많이 들어갑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20대 중후반의 남녀 연인이 있었다.
여자는 상품을 파는 자영업을 하는데, 늦게 귀가한다는 이유로 남자와 다투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날도 여자가 늦게 귀가하자 남자는 발길질을 시작했다. "일찍 들어오라고 내가 몇 번이나 이야기했냐?. 내 말이 우습게 들리냐?"면서 손과 발로 마구 폭행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자 여자를 쓰러트린 뒤 목을 조르고는 뜨거운 다리미로 여자의 다리, 가슴, 얼굴 등을 지졌다. 여자가 고통과 공포에 비명을 계속 질렀는데도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
여자는 일단 이 폭력에서 벗어나야겠다고 판단했다. 다시는 안 그렇겠다고 싹싹 빌었다. 그러자 남자는 화가 조금 풀려서는 여자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네가 뭘 잘못했는지 네 입으로 낱낱이 이야기하라"고 했다. 여자는 "내가 말 안 들은 것 잘못했고, 당신을 화나게 한 것도 잘못했고, 지금은 맞을 만해서 맞은 것"이라고 했다.
위의 내용은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이 전한 교제 폭력 가운에 물리적 폭력의 실제 사례다.
김 소장은 지난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은 야구방망이나 골프채로 연인을 마구 때리고, 식칼을 집어 던지기도 한다"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잘 웃고 상냥하게 군다는 이유로 여친의 머리털을 모두 잘라버리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는 "물리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딱 한 번만이라도 빨리 헤어져야 한다"면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하늘에 맹세하더라도 그걸 반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그런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심한 경우에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한국에서는 아직도 교제 폭력 실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교제폭력특별법을 만들어 엄중히 처벌해야 교제 폭력이 줄어든다"고 했다.
대학 학부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소장은 2014년 한국청소년자살예방협회를 창립해 정서적으로 힘든 청소년들을 도왔다. 2016년에는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를 만들어 교제 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지원을 하고 있다.
<김도연 소장의 인터뷰 1차 기사 요약>
-[삶] "누굴 유혹하려 짧은치마냐? 넌 처맞아야"…남친문자 하루 400통(11월11일 송고)
"너는 도대체 아이큐가 얼마냐",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냐", "너는 처맞아야 정신 차린다", "네 주제에 어디서 나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겠니", "저번에 보니까 너의 부모도 가방끈이 짧은 것 같더라", "입술은 누굴 유혹하려고 진하게 칠했냐", "긴 치마도 안되고 바지만 입고 다녀라."
이는 교제 폭력 가운데 생활 통제와 정서적 폭력의 사례들이다. 교제 폭력은 교제 시작 단계, 교제 중, 이별 후에 발생하는 모든 폭력을 말한다. 심리적, 정서적, 언어적, 물리적, 경제적 폭력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 욕설 문자를 300∼400통씩 보내기도 한다. 부재중 전화도 수백통이 쌓이니 피해자의 일상이 마비된다.
경제적 착취도 교제 폭력 중 하나인데, 돈을 빌려달라고 하고는 갚지 않는다. 연인에게 신용카드를 달라고 해서 그걸로 생활을 유지한다. 금융기관 대출이나 사채를 이용해서라도 돈을 마련해달라고 한다.
정서적 폭력, 언어적 폭력 단계에서 피해자가 이별하지 못하면 살인을 포함한 물리적 폭력을 당할 수 있다. 이별할 때는 단독으로 행동하지 말고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좋다.
다음은 김도연 소장 인터뷰 2차 기사의 일문일답
-- 본인은 초등학교 생활이 어떠했나.
▲ 나는 국민체조 소녀였다. 당시에는 수천 명의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서 국민체조를 했는데, 나는 시범 학생으로 단상에 올라가 그 체조를 했다. 그래서 나를 기억하는 동문이 꽤 있다.
-- 본인은 운동신경이 뛰어나서 국민체조를 잘했나.
▲ 운동신경은 없었다. 다만 단상에 올라갈 아이를 뽑기 위해 선생님들이 예비후보 몇 명을 선정했는데 내가 거기에 들어갔다. 나는 그날 집에 가서 선생님이 알려준 동작을 수십번 반복했다. 밤늦도록 잠도 안 자고 할머니가 보는 앞에서 수도 없이 연습했다. 최종적으로 내가 선정됐다.
-- 6학년 때 단상에 올라간 것인가.
▲ 1학년 때부터였다. 2학년 때까지는 선생님과 함께 단상에 올라갔는데, 그 후에는 혼자 했다. 그걸 6학년 때까지 계속했다.
-- 중학교 활동 중에 기억나는 일은.
▲ 내가 학급의 음악부장을 맡았다. 그때는. 반 대항 교내 음악 경연대회가 자주 열렸는데, 나는 우리 반 합창을 지휘하게 됐다. 나름대로 음계를 파악하고 파트를 꾸려줬는데, 결과적으로 엉망진창이 됐다. 선생님은 나에게 지휘 소질이 없는 것 같으니 그건 관두고 피아노를 치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집에서 지휘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결국은 우리 반이 1등을 하게 됐다.
-- 고교 시절 기억나는 것은.
▲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고교 시절에도 고민이 있고 정신적으로 힘든 친구들이 있으면 도와주려 노력했던 것 같다. 점심시간에 혼자 있는 친구에게는 같이 밥 먹자고 했고, 외로워 보이는 친구를 앉혀놓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 친구는 고교 3학년 때 해외로 이민을 가게 됐는데 편지를 주고 갔다. "우울하고 외로웠는데 네가 큰 도움이 됐다. 평생 잊지 않을게"라는 내용이었다.
-- 대학 생활은 어떠했나.
▲ 공부만 한 것 같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공부했고 집에 돌아와서도 새벽 3∼4시까지 책을 봤다. 학점은 4년 내내 가장 우수했고, 장학금을 놓치지 않고 받았다. 당시 어머니가 뿌듯해했던 기억이 난다.
-- 왜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나.
▲ 나는 다른 사람을 돕는 심리치료사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심리치료사는 사람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직업이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남들을 도울 수 없다. 심리치료 특히 정신병리 공부에는 끝이 없었고, 찾아볼 연구자료도 많았다. 좋은 치료사가 되려면 대학원에서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에 공부에 소홀할 수 없었다.
--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것이 지금의 활동에 도움을 줬나.
▲ 내가 청소년 자살 예방 활동을 했고 지금은 교제 폭력 피해자를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 피해자들에 대한 상담과 동시에 바로 심리치료까지 할 수 있으니 열심히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 교제 폭력 가운데 상대방의 사람 관계를 차단하는 것은 어떤 내용인가.
▲ 누구를 만나는지, 누구와 친한지 점검한다. 예를 들어 연인의 카톡을 보자고 하고는 보여주지 않으면 "왜 안돼?. 나를 사랑하지 않아?"라고 한다. 아니면 "나한테 뭘 숨기는 것이 있어?"라고 한다. 그러다가 좀 더 심각한 현실 통제에 들어간다.
-- 현실 통제란 무엇인가.
▲ 절친마저도 만나지 말라고 한다. 그 친구가 "네 남자 친구가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라고 조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의 회식에도 가지 말라고 한다. 부모님 생신 등 가족 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한다. 피해자의 어머니 생신날 일부러 데이트 약속을 해놓고 "가족 모임에 갈지, 나를 선택할지 양자택일을 하라"고 압박한다.
-- 가족과 멀어진 사례도 있나.
▲ 어떤 여대생은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남친의 압박으로 부모와의 사이가 멀어졌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모두 끊어졌다. 어느 날 부모는 실종신고를 했다. 딸에게 전혀 연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들한테 수소문했지만, 딸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는 말만 들었다. 어느 날 딸의 친구한테 연락이 됐다. 딸은 남친과 하루 종일 지내는 것이 갑갑해지자 잠깐 얼굴을 보자며 친구를 만나러 왔던 것이다. 그 친구가 부모한테 연락했고, 부모는 그 현장에 달려가 딸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 딸은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왔나.
▲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그 남자가 집에 찾아오기도 했고 여자는 남친한테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여자의 부모는 결국 남자의 부모를 만나서 부탁하기도 했다. 그 남자는 헤어지는 대가로 2천만원을 요구했다. 그 부모는 돈을 주면 계속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그 요구를 거절했다.
-- 물리적 폭력 단계는 어떤 내용인가.
▲ 팔을 붙들고, 몸을 밀치고, 목을 조르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잡고서는 마구 때린다. 골프채나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기도 한다. 연인이 식칼을 집어 던져서 피하지 않았으면 죽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피해자도 있다. 집안의 벽 여기저기에 칼날이 꽂힌 흔적이 많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연구소에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 상당수는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들었던 분들이다. "내가 언제든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두려움에 빠져 우리한테 찾아온다.
-- 그런 물리적 폭력의 사례가 있다면
▲ 20대 연인이 있었다. 남자가 여자의 생활을 통제했다. 여자는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니 남친의 그런 통제가 힘들었다. 고민 끝에 헤어지자고 했더니 남자는 안된다면서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를 던지고, 뺨을 때리고, 목을 졸랐다. 위험하다고 판단한 여자는 일단 "알았다"면서 남자를 달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 그 사람의 폭행은 거기서 멈췄나.
▲ 여자의 어머니가 딸의 몰골을 보고는 무슨 일인지 캐물어 사정을 알게 됐다. 어머니는 그 남자친구한테 가서 "우리 딸을 그만 만나라"라고 부탁했다. 잘 타이르면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그건 오판이었다. 그 남자는 곧바로 여자의 집에 쳐들어갔다. 아파트 1층 집이었는데, 난간을 뚫고 들어갔다. 그 남자친구와 아버지 간의 멱살잡이가 벌어졌다.
-- 결국 이별을 했나.
▲ 힘들게 이별하긴 했지만, 그 여성은 1년간 힘들었다. 멱살을 잡혔던 아버지도 "너는 왜 그런 사람을 만났느냐"면서 역정을 냈다. 여자는 SNS를 통해 남자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잘 지내는 것을 알게 됐다. 그걸 보니 더욱 힘들었다. 그 남자는 사회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었다.
-- 다른 사례도 있나.
▲ 30대 연인이 있었다. 여자는 자영업을 했는데, 성격이 밝고 싹싹해서 손님들과 친하게 지냈다. 남자는 그게 불만이었다. "너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한테 웃음을 파느냐"면서 그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여자는 그 일이 생업이고 그걸 전공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다툼이 지속되자 여자는 헤어지기로 결심했고 그 뜻을 전했다. 화가 난 남자는 가위로 여자의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버렸다. 그러고는 성폭행했다.
-- 성폭행을 왜 하나,
▲ 상대방을 제압해서 수치감과 굴욕감을 주기 위한 것이다. 성적으로 착취하면서 자기가 상대보다는 우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다.
-- 교제 폭력의 최고 수위는 살인인데, 어떤 경우에 살인을 하나.
▲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뿐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죽이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 사랑하는 사람한테 왜 그런 짓을 하나.
▲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고 소유욕이다,
-- 시민단체 '여성의전화'는 사흘에 한 번씩 교제 살인이 일어난다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
▲ 교제 관련 범죄 현황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교제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어나는 교제 살인은 '여성의전화'가 집계한 것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다.
-- 교제 살인은 칼로 수십번 찌르고 맹독물질인 불산(불화수소산)을 얼굴에 뿌리기도 한다는데.
▲ 교제 살인은 굉장히 잔인하다. 발이나 손으로 때려서 장 파열 등으로 숨지게 하기도 하고, 칼로 여러 번 찌르기도 한다. "내 소유였던 사람이 감히 나를 버리다니. 네 인생을 모두 망쳐놓겠다"면서 증오에 불타오른다.
-- 살인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면.
▲ 20대 초반의 남녀가 있었다. 여자가 헤어지자고 했더니 남자가 싫다고 했다. 여자는 분명히 이별 통보를 했으니 이제는 나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 여자는 초등학교 남자 동창생을 만나 술을 마셨다. 그리고 술 마시는 장면을 찍어서 SNS에 올렸다. 여자와 남자 동창은 단순한 친구 사이였다. 이를 본 남자는 바로 현장에 달려갔다. 여자를 폭행했고, 이를 말리는 그 동창도 때렸다. 그러고는 준비해간 칼로 여자를 찔렀고 그 동창도 찔렀다. 여자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이르렀지만 다행히 사망하지는 않았다.
--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 헤어져야 한다. 딱 한 번의 물리적 폭력이 발생했다고 해도 이별해야 한다. 그 사람의 행동은 고쳐지지 않고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리적 폭력은 유전적인 측면이 있고, 성격적인 부분도 있어서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그런 폭력을 일회성으로 간주하고 가볍게 보면 폭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상대방을 용서하고 내가 그 성격을 고쳐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폭력의 허용치가 커질수록 수위는 잔혹해진다.
-- 폭력의 허용치란 무엇인가.
▲ 가해자의 폭력적 행위를 받아들이는 피해자의 수용 수준을 말한다. 성장기에 가정폭력을 경험했거나 그런 폭력을 자주 목격한 사람은 폭력에 대한 허용치가 높다. 폭력에 대해 둔감해지는 것이다.
-- 헤어진 이후에도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심각할 듯한데.
▲ 트라우마가 10년간 지속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과 같이 있었던 때의 장소, 소리, 냄새 등 모든 것이 공포를 일으킨다. 이를 '외상의 일반화'라고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려 하지 않는다. 대인관계가 두렵고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절망과 무기력증에 빠진다.
--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일도 많을 듯하다.
▲ 더 이상 삶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겪은 것 자체가 수치스럽기도 하고, 자신이 잘못한 선택을 했다는 자책감도 갖는다. 피해자가 전문가를 만나서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 물리적 폭력을 심하게 당할 때까지 헤어지지 못한 것은 본인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 피해자가 물리적 폭력을 당한 사실을 이야기하면 가족마저도 "진작 헤어졌어야지, 그 지경에 이르기까지 왜 만나고 다녔냐?"면서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려와 걱정 속에서 하는 말이지만 피해자에게는 큰 고통이 된다. 이런 2차 가해는 두 사람이 사랑으로 시작한 관계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그 애정이라는 변수 때문에 쉽게 헤어지지 못한다.
-- 우리 사회에서 교제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 교제 폭력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스토킹 처벌법, 가정폭력 처벌법은 있지만 교제 폭력은 그 적용 대상이 아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그동안 법안이 국회에 여러 차례 올라갔지만 처리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이 교제 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수조사를 통해 교제 폭력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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