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양극화 타개'를 국정 주요 목표로 꺼내 들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친서민 정책을 통해 중도층의 마음을 잡고 국정 동력을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임기 초부터 지적된 '인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인적쇄신' 없이는 민심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후에도 극우 뉴라이트 인사를 중용하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으며, 김건희 여사가 자신과 가까운 대통령실 인사 '용산 십상시', '한남동 일곱간신'을 통해 국정을 쥐락펴락한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총선 공천개입 의혹이 담긴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지지 기반이 붕괴되자 여권 내부에서도 인적 쇄신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에 용산 대통령실도 연내 총리 교체를 포함한 개각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에 비판적인 인사를 적극 기용해야 민심이 돌아설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임기 후반기 맞은 尹 "양극화 타개" 제시.. '중도실용'으로 국정 기조 전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임기 후반기에는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한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 후반기 핵심 국정 과제로 '양극화 타개'를 제시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임기 전반기에 민간 주도 시장경제로 경제 체력을 다져 놓은 만큼 후반기에는 양극화 해소와 같은 '국민 체감'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국정 기조 전환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며 위기감이 확산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에서도 전면적인 국정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아울러 과거 이명박 정부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취임 직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한자리수까지 떨어졌으나 국정 기조를 '친서민 중도 실용'으로 제시하며 임기 반환점엔 50% 가까이 회복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4+1 개혁(의료·노동·교육·연금 개혁+저출생 대응)과 양극화 해소 정책을 유기적으로 맞물려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 안정,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준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늘봄학교 등 국가 책임 교육 강화와 디지털을 이용한 학력 격차 해소 등도 이어갈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극화 타개 철학에 맞는 정책들을 더 전향적으로 발굴하고, 기존에 해왔던 것도 가열차게 추진해 국민 체감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 패배에도 극우 뉴라이트 인사로 민심 이반
하지만, 근본적인 쇄신 없는 국정기조 전환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의정갈등 장기화와 김건희 여사 문제, 명태균 녹취록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지지율이 10%대까지 주저 앉았지만 사실 윤 대통령의 임기 전반기 최대 패착으로는 '인사 실패'가 꼽힌다.
대통령의 인사는 통치 스타일과 철학이 반영된 것인데 극우 뉴라이트 인사를 중용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야권에게 공격의 빌미를 줬다는 평가다.
인사청문회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임기 전반기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인사청문 대상자는 29명으로 문재인 정부(23명), 박근혜 정부(10명), 이명박 정부(17명), 노무현 정부(3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총선 직전에는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해 여론이 악화했다. 국민의힘 총선백서에도 이 전 장관 논란 등이 총선 참패에 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총선 패배 이후 인선은 더 가관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 극우·강성 인사를 더욱 중용하자 민심은 차갑게 식었다.
여권 내부에서도 "총선에서 그렇게 지고도 인적 쇄신이나 인사 스타일의 변화가 없는 건 대통령이 바뀔 생각이 없다는 시그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건희 라인' 용산 십상시·한남동 7간신 논란
김대남 "용산에 십상시.. 여사가 자기보다 어린 애들 갖고 쥐락펴락"
한동훈, 尹에 '한남동라인 8명' 인적쇄신 건의.. 명태균 녹취 후에는 쇄신 개각 촉구
대통령실 내부 인사 잡음도 김대남 전 선임행정관의 녹취에서 확인된다.
뉴스버스는 8일 김 전 행정관과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용산에 십상시 같은 몇 사람 있다. 이번에 당선된 조OO, 강OO 그런 애들이 (자신들보다) 위에 있는 수석 강승규 다 빼버리고"라고 말한다.
이어 "실제 거기서 돌아가는 건 아래에 있는 40대 옛날 친박 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애들, 걔들이 다 똬리를 틀어서 스크럼을 짜고 있다"며 "걔네들이 하나의 새로운, 옛날에 박근혜 때 4인방처럼 그런 식으로"라며 "걔네들이 여사하고 딱 네트워킹이 돼가지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사가 자기보다 어린 애들 갖고 쥐었다 폈다 하고 시켜 먹지, 나이 많은 사람들은 다 그냥 얼굴마담이야"라며 "여사하고 가까운 몇 명 황OO 동해의 황 회장 아들이고 그다음에 송파에서 (출마) 나왔던 김OO 이래가지고 젊은 애들이 막 그냥 대통령 총애를 받고 있는 거지"라고 말한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대통령실 내 김건희 여사 측근 그룹으로 지목된 이른바 '한남동 라인' 8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에 대한 사실상 인사 조치를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누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그 내용을 보고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대통령실엔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고 일축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개입 정황이 담긴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음이 공개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야권을 중심으로 명백한 공천개입 당무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왔으며, TK와 고령층, 보수층 등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에서도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한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을 촉구했다.
한 대표는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쇄신 내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尹, 연말 개각·대통령실 인적 쇄신 검토.. 추경호·주호영·원희룡 총리 후보 거론
역대 대통령들 대부분이 지지율 하락 국면을 인적 쇄신으로 돌파한 바 있다. 이명박 정권은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급락했을 때 취임 100일이 갓 넘은 시점에 인적 쇄신 카드를 꺼냈다. 2008년 6월 초 청와대 전 수석들이 일괄 사표를 냈고 이 전 대통령은 6월 20일 취임 117일 만에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7명을 전월 물갈이하는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윤 대통령도 지지 기반이 흔들리자 인적 쇄신에 응답하는 모습이다.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 제가 적절한 시기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벌써부터 인재 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장수 장관들이 교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바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총리 후보로는 추경호 원내대표와 주호영 의원, 원희룡 전 의원이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친한계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12일 CBS라디오에서 "여소야대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한 자리인 만큼 야당이 반대하기에 부담이 있고 상대적으로 검증도 많이 된 여당 정치인 중에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한덕수 총리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개각과 관련해 "대통령과 각 부처들이 하고 있는 일과 장관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계속 대화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검증에 들어갔고, 생각보다 진지하게 이 문제가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개각의 규모나 시기에 대해선 "대통령께 맡겨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일단 쇄신을 하시겠다고 말씀했기 때문에 적절하게 대응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인사 발표 시기는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심사,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등에 대한 대응에 따라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서는 비서실장과 정무라인 등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용산 십상시 등 비선 논란에 오른 인사들은 자진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음주운전으로 2개월 정직 징계를 받았던 강기훈 선임행정관은 징계가 종료된 직후 병가를 냈다가 업무에 복귀했으나 거취 정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친윤계도 "인적 쇄신 필요" 친한 장동혁 "기대 넘어서야 감동 줄 수 있어"
전문가 "윤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 기용할 결심 필요"
국민의힘 내에서는 친한계는 물론 친윤계들도 윤석열 정부의 인적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친윤계로 꼽히는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1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현 정부는 국면전환용 인적 쇄신을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대통령제라는 특수성 때문에 인적 쇄신이 필요한 것"이라며 "단임제 국가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의 면모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한국관광공사 사장직 지원을 자진 철회한 강훈 전 비서관이나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던 강모 선임행정관에 대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이들은 보좌하는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스스로 거취를 판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개각이나 인적 쇄신의 속도가 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정무수석 경험을 거론하며 "당시 태블릿PC 사건 이후 내각보다 대통령 비서실을 먼저 (인사) 조치했다"며 "가능한 수준부터 (빠르게)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인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도 11일 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인적쇄신 등 대통령께서 약속하신 부분들의 후속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론이 달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친한계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어떤 분을 임명할 것이냐에 있어서도 국민들이 저렇게 새로운 인물, 저런 색깔의 인물,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범위까지 됐을 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에게 쓴소리할 수 있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워야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중도 지향적인 인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1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인적 쇄신이라면 내 편이 아닌 사람 나에게 충성스럽지 않은 사람, 나에게 비판적이고 쓴 소리 할 줄 아는 사람, 나랑 좀 거리가 있는 사람 중에서 야당이 저 정도면 괜찮은데 라고 생각할 사람을 영입을 하고 임명을 해야 인적 쇄신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