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현장] '남녀공학 반대 극한 시위' 동덕여대 가봤더니...

[뉴스 현장] '남녀공학 반대 극한 시위' 동덕여대 가봤더니...

위키트리 2024-11-17 21:27:00 신고

3줄요약

동덕여자대학교가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하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재학생들은 본관 점거, 근조화환 설치 등 강력한 시위로 학교 측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으며, 성신여대도 비슷한 문제로 시위에 나섰다. 이 두 학교를 중심으로 수도권 여자대학들의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7일 동덕여대 100주년기념관이 폐쇄돼 있고 건물 앞은 공학전환을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와 붉은 문구들로 가득했다

17일 오후 3시, 동덕여대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동덕100주년기념관 앞에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할 때 사용하는 근조화환이 비바람으로 여기저기 나뒹굴어져 있었다.

100주년기념관 앞에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근조화환들이 늘어서있다. / 이범희 기자

기념관 바닥에는 '명애로운 죽음' '총장사퇴' ‘공학 반대’, ‘민주동덕은 죽었다’, ‘여성교육 지켜내자’ 등 문구가 빨간 래커(분사하는 페인트)칠 낙서로 흩뿌려져 있었다.

공학반대 문구가 빼곡히 들어선 동덕여대 정문 / 이범희 기자

기념관에는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는 배너가 바람에 을씨년스럽게 흔들렸다. 첫 인상은 민주적인 학생 시위라기보다는 마치 중국 문화대혁명의 홍위병을 연상시켰다.

동덕여대가 학교 발전 계획 수립 과정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학생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발하는 항의의 의미로 전 동덕여학단 이사장 조용각 박사의 흉상이 훼손되어 있다. / 이범희 기자

본관 앞에 설치된 고(故) 조용각 전 동덕학원 이사장 흉상은 밀가루, 플랜카드 등으로 훼손돼 원래의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항의의 의미로 학생들은 본관 앞에 학과 점퍼(과잠) 400여벌을 놨다. / 이범희 기자

게다가 건물 바닥에는 공학전환 반대를 위한 재학생들의 학과 점퍼가 줄지어 놓여져 있었는데, 이는 이른바 ‘과잠 시위’로 불린다. 휴일인 일요일이지만 학생들은 자신의 점퍼를 치우지 않고 비닐로 덮어뒀다. 본관 앞에는 '명애롭게 폐교하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학교 설립자 조동식 동상에 학생들의 항의 대자보가 붙어 있는 모습. / 이범희 기자

동덕학원 설립자 고(故)조동식 선생 동상도 이물질과 휴지, 대자보 등으로 얼룩졌다. 어디를 가도완전히 낙서 천국이었다.

위키트리는 재학생 몇 명을 만나 인터뷰를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 논의에 반발한 학생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항의하며 문을 막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동덕여대 학생들은 지난 11일부터 서울 성북구 월곡캠퍼스 본관과 종로구 혜화캠퍼스, 강남구 청담캠퍼스 등 모든 건물을 점거하고 수업을 거부한 채 학교와 대치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동덕여대에서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촉발됐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학생회와 소통 없이 공학 전환 논의를 강행하고 있었다며 수업을 거부하고 공학 전환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인근 성신여대 총학생회도 지난 15일 성신여대 돈암수정캠퍼스에서 국제학부 남자 신입생 입학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성신여대 재학생 1000여 명이 참석했다. 학교 측이 2025학년도 입시에서 국제학부에 한해 남성 지원을 열어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학생들은 '성신여대 남성입학 철회하라' '자주성신 정체성은 여성이다' 등 구호를 외치며 여대로서 정체성을 고수해야 한다고 구호를 외쳤다. 성신여대 교정도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와 붉은색 래커로 쓰인 문구 등이 가득했다.

그러나 두 학교 모두 학생들이 학교 기물을 파손하거나 건물, 동상 등에 오물을 투척하는 등 과격 시위로 남녀공학 전환과 무관한 별도의 논란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동덕여대 측은 남녀 공학 추진에 반대하는 재학생 시위로 최대 54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건물 곳곳에 칠해진 래커(분사하는 페인트)칠 낙서와 파손된 기물 등을 청소, 복구하는 비용이 대부분이다. 이에 총학생회는 “학교 본부가 돈으로 학생들을 겁박한다”며 반발했다.

이날 동덕여대 대학 본부는 “학내 사태로 인한 피해 금액 현황은 24억4434만 원에서 최대 54억4434만 원으로 추정된다고 공지했다. 앞서 11일부터 시위를 시작한 총학생회 등 재학생들은 학교 조형물과 건물, 바닥, 조용각 전 이사장의 흉상 등에 래커칠을 하거나 오물을 끼얹었다. 캠퍼스 곳곳에는 현재 ‘공학 추진 반대’ 등의 낙서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본부는 손상된 건물을 보수하고 청소하는 데에 20억~50억 원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학교 측은 시위 여파로 취소된 각종 교내 행사 관련 비용도 수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12일 예정됐던 취업박람회 역시 시위 탓에 기물이 파손돼 취소됐는데, 관련 피해 비용은 3억3000여만 원으로 추산됐다. 학생들은 박람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이 학교 백주년기념관을 11일 오후부터 점거하고 내부에 설치된 기업들 부스를 부수거나 래커칠하는 등 훼손했다.

이에 학교 측은 시설물 대여 업체, 박람회 참여 예정이었던 10개 기업 등에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외 2025학년도 신입생 시험을 학내에서 못 치러 외부 공간을 빌려야 하는 비용, 이 학교 관현학과 졸업 연주회를 학교에서 못 하고 외부 공연장을 대관해야 하는 비용 등에 약 1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대학 본부는 14일 오후 취업박람회 진행을 맡은 용역업체가 청구한 3억3000여만 원의 보상 청구서를 총학에 전달했다.

이에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피해보상 청구를 규탄한다”며 반발했다. 15일 총학생회는 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과 가장 먼저, 가장 자주 소통해야 할 학교 본부가 면담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누구보다 빨리 돈으로 학생을 겁박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생들이 취약한 금전적 문제를 들어 겁박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논의 기회를 마련하라”고 밝혔다.

학교 측 관계자는 “해당 피해 금액은 추정액으로, 학내의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 없어 외부 업체를 통해 추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학생들을 상대로) 법적으로 소송하는 방침은 아직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총력대응위원회(이하 동덕여대 총대위)나 성신여대 재학생 등이 시위를 위한 모금 활동을 했다가 1000만원 이상 모금은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는 기부금품법을 위반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동덕여대 총대위는 "2500만여 원을 모았지만 정부 부처 신고가 완료될 때까지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공지했고, 성신여대 재학생은 SNS를 통해 모금액 1600만여 원 중 600만원을 반환하겠다고 했다.

갈등이 장기화하며 사건·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동덕여대 캠퍼스 내부 건물에 몰래 침입한 남성 2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은 16일 오후 4시 40분경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 1층 내부를 배회한 혐의다. 이틀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대 남성이 학교에 들어가 경비원과 시비를 벌이다 무단 침입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일부 남성단체는 학교에 무단 침입해 시위 현장을 촬영하는 등 학생과 남성단체 사이에 마찰도 일어나고 있다. 신남성연대는 지난 16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앞에서 4주에 걸친 집회를 신고하기도 했다. 신남성연대는 여성단체 활동가들을 겨냥한 유튜브와 시위 활동 등을 펼치는 반여성주의 단체다.

한편 위키트리는 지난 14일 동덕여대 총학생회에 연락을 취해 재학생의 수업권 피해 보상 및 학교측과의 현재 대화 상황, 연주회 취소에 따른 졸업생 배려 등에 대해 질문했다. 하지만 동덕여대 총학생회 측은 "모두 (학교 측과) 논의 중인 사안이며, 예민한 주제인만큼 답변할 수 없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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