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타이베이)=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의 큰 수확 중 하나는 마무리 투수 박영현(21)의 국제경쟁력 확인이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뒷문은 오랫동안 오승환(42)이 막아왔다. 하지만 오승환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기대를 모은 선수들은 모두 국제대회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제 대표팀의 마무리 투수를 맡을 재목을 찾았다. 바로 박영현이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박영현은 셋업과 마무리 보직을 오가며 4경기 5⅓이닝 2홀드 1세이브 8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대표팀의 뒷문을 든든하게 걸어 잠그며 한국의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한국 야구 새 ‘끝판왕’의 등장을 알렸다.
2022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T 위즈에 입단한 박영현은 프로야구 KBO리그 데뷔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낸 선수다. 첫해에 52경기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하면서 ‘특급 불펜’의 가능성을 보였다. 2023년에는 68경기 3승 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로 홀드왕에 등극하며 리그 정상급 셋업맨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KT에서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 첫해를 보내면서 66경기 10승 2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2의 성적을 거뒀다.
박영현의 진가는 이번 프리미어12에서 드러났다. 류중일(61)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이번에 각 팀에서 내로라하는 마무리 투수들을 전부 포함했다. 류 감독은 이들 중에서도 박영현에게 대표팀의 마무리 자리를 맡겼다. 박영현의 구위가 가장 좋다는 의미다.
박영현은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세계무대 경쟁력을 증명해 냈다. 쿠바전(8-4 승)과 도미니카공화국전(9-6 승) 2경기에서 2⅔이닝을 소화하면서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태극마크를 달고 치른 공식 경기에서 6경기 8이닝 11탈삼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16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열린 B조 조별리그 4차전 도미니카공화국전 활약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8회초 마운드에 선 박영현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으로 도미니카공화국 타자를 압도했고, 뛰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130km 대의 슬라이더로 배트를 끌어냈다. 1⅔이닝을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지켜내면서 한국의 6점 차 대역전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대역전극의 승리 투수가 된 박영현은 경기 후 “8회만 잘 막으면 형들이 점수를 내준다고 했다. 그래서 잘 막으려고 했다. 실제로 8회 역전이 되고 나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며 “9회까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올라갔다”고 말했다.
경기 후 만난 류 감독은 박영현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류 감독은 “박영현은 우리 팀에서 구위가 가장 좋다. 앞으로 소속 팀에서 마무리를 맡을지 선발로 전환할지 모르겠지만 마무리 보직으로 마운드에 선다면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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