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보다 더 세다…K전기차·배터리 '트럼프發 충격파'

캐즘보다 더 세다…K전기차·배터리 '트럼프發 충격파'

이데일리 2024-11-17 17:41: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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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은경 공지유 김응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위원회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것이란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완성차·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보조금 폐지가 현실화하면 우리 기업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17일 로이터 등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IRA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50만원)까지 지급하는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이다. 트럼프는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전기차를 육성할 필요가 없고 “2030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스1)


◇전기차 ‘가격 경쟁’에 배터리 소재 ‘연쇄 타격’

업계는 IRA 자체가 폐지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IRA 수혜주’로 꼽히는 지역들의 연방 상하원 의원 대부분이 공화당 소속이어서다. 다만 보조금이 폐지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어려움을 겪는 배터리 업계로선 큰 타격이다. 전방산업 수요가 줄면서 수십조원을 들여 지은 미국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고 첨단제조생산세약공제(AMPC) 수령 금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MPC는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하는 기업에 1kWh(킬로와트시)당 최대 4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3분기 이 보조금을 제외하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보조금이 폐지되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가격 경쟁도 심화할 전망이다. 중저가 전기차 수요가 늘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주력으로 하는 고가의 삼원계가 아닌 중국의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힘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전기차 가격 경쟁은 배터리 가격을 끌어내려 양극재 등의 원료를 생산하는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소재 업체들도 연쇄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IRA 정책 자체가 유지됐을 때 우려되는 것은 AMPC 금액 축소다. 이 혜택이 축소되면 우리 기업이 수령할 예정이었던 보조금 수십조원이 허공에 날아갈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우리 기업들이 IRA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중국산 제품 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플랜B’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의 전기차 정책 변화가 예상되면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로봇, 우주 등 다른 첨단제조산업에 배터리 공급을 늘리는 식으로 사업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내년 안에 미국 현지에서 ESS 양산을 추진한다. 유럽에서는 기존 전기차 생산라인을 ESS 전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 무역 관세 매기나…반도체도 불확실성↑

완성차 업계 우려도 크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일반 소비자용 전기차에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상업용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고 있다. 당장은 현대차의 전체 판매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내여서 사업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집권으로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는 반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시장 비중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현대차는 120억달러(약 16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을 설립했으나 지난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HMGMA의 하이브리드 차량 혼류생산을 강화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완성차 업계가 더 큰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관세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자동차 무역 관세 부과를 검토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업계는 대미 자동차 수출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압력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현대차가 미국 현지 생산량을 늘린다고 해도 결국 수출해야 하는 나머지 물량은 고관세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며 “계속해서 협상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에서 사상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현대차는 지난 15일 트럼프 정부 1기에서 주인도네시아 대사 등을 역임한 성 김 현대차 고문역을 사장으로 영입해 임명했다. 국내 핵심 기업 CEO에 외국인이 선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장은 “현대차가 ‘미국통’을 주요 보직에 배치한 것처럼 (다른 기업에서도) 대미 협상력 강화를 위한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44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시설을 짓고 보조금 64억달러를 받는 내용의 예비거래각서를 미국 정부와 체결했다. SK하이닉스도 38억7000만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4억5000만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받기로 미국 정부와 약속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선거 유세 당시 “반도체 거래는 나쁘다”며 반도체 지원 축소를 시사해 왔다. 이에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칩스법(반도체지원법)’이 폐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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